김혜성을 확 뜯어 고치겠다니… 다저스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앞으로 5년 써야 하니까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45 조회
- 목록
본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혜성(26·LA 다저스)는 KBO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선수였다. 한 해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처럼 처음부터 확 두각을 드러낸 선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약점을 차근차근 보완하며 결국 KBO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우뚝 섰다. 주루·수비·공격에서 차례로 발전을 이끌어내며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그런 김혜성은 2024년 시즌 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고, 한 달 여의 포스팅 기간을 거친 끝에 최종적으로 LA 다저스의 손을 잡았다. 3년 보장 1250만 달러(약 180억 원),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17억 원)에 계약했다. 팀 연봉 총액이 3억 달러를 넘어가는 스타 군단 다저스에서 큰 계약은 아닐지 몰라도,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는 다저스가 선택했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8년을 뛰며 1군 통산 953경기에 나간 선수다. 통산 타율이 0.304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타율이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지만,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도 김혜성의 콘택트 능력에 대해서는 공히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 2루와 유격수 수비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 다저스도 이런 장점을 높게 평가해 김혜성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다저스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김혜성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보통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선수들은 지금껏 성공한 자신들의 것이 있기에 구단도 특별히 많은 것을 건드리지 않는다. 일단 원래 루틴대로 하되,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구단이 조언하거나 개입하는 구조다. 마이너리그에서 육성하는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하자마자 김혜성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 다저스가 오랜 기간 김혜성을 지켜보고 충분히 준비를 한 가운데 영입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계약 당시부터 보완점을 알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확실한 대비책과 확신을 가지고 영입전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수비에서의 멀티 포지셔닝이야 예고된 것이었다. 김혜성은 KBO리그 시절 유격수를 봤고, 또 2루수를 봤다. 두 포지션은 굉장히 익숙하다. 하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을 두 포지션 외에 외야와 3루에서도 쓴다는 계획이다. 당장 중견수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 김혜성은 키움 시절 좌익수로도 몇 차례 나선 적이 있어 이 포지션이 아예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라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외야에서의 실책은 그 자체로 대형 사고를 의미한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김혜성이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충분히 중견수로도 활약할 수 있는 운동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했었다. 여기에 미뤄볼 때 다저스가 김혜성을 중견수로 실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유격수와 2루수를 봤기에 3루 수비도 비교적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활동하는 범위와 동작이 다르기는 하지만, 유격수 선배들인 강정호와 김하성도 3루 수비에는 무난히 적응한 바 있어 기대가 몰린다.
오히려 관심이 쏠리는 것은 타격 부분이다. 다저스는 스프링트레이닝 시작부터 김하성의 타격 메커니즘을 뜯어 고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선수에게 새로운 타격 메커니즘을 소개하고, 어떤 기대 효과가 있는지를 설명했다.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통산 3할을 친 타자지만, 다저스로서는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살아남기 위해 뭔가의 개선점이 더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될 수 있지만 김혜성도 이에 충실히 따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든 곰스 LA 다저스 단장은 19일(한국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MLB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자리에서 김혜성 타격 개조에 대해 “그에게 필요한 것은 스윙의 조정과 이 레벨의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것이다. 상대 투수가 어떻게 공격해 들어오는지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응할 수 있다면 더 좋아질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가 필요한 조정을 하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곰스 단장은 “많은 개선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타격 코칭스태프도 그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 특히 하반신의 사용법이나 보폭에 관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지면을 확실히 지지하는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대략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힌트를 주면서 “그가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스윙은 훌륭하고, 아직 과제가 남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학습 과정이다. 그는 매우 높은 적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살짝만 바꾸는 게 아닌, 꽤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게 김혜성 자신의 설명이다. 김혜성은 “지금 타격에서 바꾸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만 제일 신경 쓰고 있다. 상체와 하체 동작을 다 바꾸는 중이다. 구단에서 모든 부분을 분석해주셔서 다 바꾸고 있다. 아직 바꾸고 있는 단계라 많이 불편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다. 연습을 많이 해서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하체 모두를 전체적으로 손 본다는 의미인데, 이는 오랜 기간 한 타격폼에 고정되어 있던 선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일 수 있다.
김혜성은 “장타 때문에 바꾸는 것이 아니다. 구단에서 보기에 문제점이 있으니까 보완해주는 것이다. 장타보다는 좋은 스윙을 갖기 위한 교정이라고 할 수 있다”라면서 자신의 스타일과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는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내가 야구를 하면서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서 정확히 나오더라. 구단에서 연습 방법도 알려줘서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는 것 같다”면서 “전부 다 바꾸고 있다. 스윙의 결도 바꾸고 있다. 야구가 확률의 스포츠이다 보니까 확률을 높이는 스윙으로 바꾸는 중”이라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수도 구단의 방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만큼 더 빠르게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김혜성은 당장 시범경기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선수다. 40인 로스터에는 들어있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없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자기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보장된 것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저스의 갑작스러운 ‘개조 작업’은 당황스러운 측면도 있다. 만약 김혜성이 새로운 타격폼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개막 로스터 진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다저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김혜성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다저스의 관점에서 볼 때 김혜성은 장기적인 자원이다. 지금 당장 김혜성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있다. 다만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 엔리케 에르난데스 등 김혜성과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세 베테랑은 올해도 팀과 계약이 끝난다. 다시 팀에 돌아올 확률은 낮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그 후계자로 점찍고 서둘러 변신 프로젝트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김혜성이 여기에 빨리 적응한다면 사실상 주전 2루수를 확정할 수 있다. 설사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해도 그 과정만 순조롭다면 다저스는 충분히 기다려 줄 가능성이 높다. 못해도 3년, 길면 5년까지 저렴한 가격에 활용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아직 나이가 젊은 김혜성을 육성시켜 구단 전력의 상수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졸업은 김혜성의 노력에 달린 가운데, 이왕이면 빠른 게 좋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