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메시지’ 무시, 예정된 자멸…다 읽힌 홍명보의 ‘복붙’ 전술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 조회
- 목록
본문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수비에서) 내려 앉았을 때 답을 찾지 못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멕시코에 0-1로 패배한 직후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 마지막에야 나왔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한국은 후반 41분 멕시코의 간담을 서늘케 한 조규성의 헤더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당시와 엇비슷한 공격력으로 남아공전을 치르면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는 김 해설위원의 경고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한국은 25일 남아공전에서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풋몹’에 따르면 한국은 공 점유율에서 68대 32로 앞섰다. 성공한 패스 개수는 641개로 남아공(277개)의 2배 이상이었다. 경기 내내 공을 소유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공격을 퍼붓다가 무득점에 그친 것도 아니다. 기대 득점은 0.9골에 그쳤다. 전체 슈팅과 유효슈팅도 각각 8대 13과 3대 4로 밀렸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도 한차례에 불과했다. 상대편 박스에서 공을 만진 횟수도 18회로, 남아공(13회)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공의 기대 득점이 1.16골로 더 순도가 높았다. 박주호 JTBC 해설위원은 “대표팀이 수많은 골 찬스를 만들어내다가 상대가 잘 막고 역습 한 방으로 진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진 건 흔치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졸전의 원인으로 ‘공격 전술’을 지목했다. 한국은 지난 12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는 황인범의 기습적인 배후 돌파 등 체코 수비의 빈틈을 공략해 2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남아공전에서는 전반 10분까지를 제외하고는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격진은 굼떴고 공을 가진 선수는 고립됐다. 특히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이 꽁꽁 묶였다.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였는데도 경기 도중 중앙으로 이동해 센터백 바로 앞까지 내려오는 등 부지런히 움직이며 팀에서 공을 가장 많이(89회) 만졌다. 패색이 짙은 후반 중후반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위치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7분의 슈팅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유효 슈팅도, 크로스도 없었다. 후반 중후반에는 상대편 진영에서 공을 끌다가 몇 차례 뺏기기도 했다. 실점 이후 내려앉은 남아공의 협력 수비에 주로 쓰는 왼발이 막히자 활로를 찾지 못한 것이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 주변 동료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너무 구경하는 듯한 플레이가 나온다”며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움직이겠다는 팀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주호 해설위원은 “이강인은 상대 편 페널티 박스 옆에서 크로스를 올렸을 때 힘을 발휘하는데 (중원으로) 내려와서 빌드업에 관여하는 움직임이 더 많았다”며 “공격 숫자도 부족하고 득점을 낼 수 있는 선수도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어렵게 남아공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을 넣어도 받아줄 사람이 부족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양쪽 사이드에서 이강인 또는 옌스 카스트로프가 크로스를 올리려고 할 때 최소한 페널티 박스 안에 2명은 있어야 했다”고 했다. 후반 29분 교체 투입된 조규성에게는 롱패스가 공급되지 않아 공중전을 펼칠 기회조차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위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는 팀이라는 점을 알고 준비했다”고 밝혔듯 전술을 완전히 간파 당한 것이다.
이는 상당부분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고집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후반전 시작 이후 옌스 카스트로프를 투입해 상대 왼쪽 진영에 높게 배치하는 등 일부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점 이후에도 스리백 전술은 그대로였다. 플랜B가 없다 보니 답답한 패턴 플레이만 반복했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후반 34분 “조금 더 전진해서 모험을 걸어야 할 시간대인데 아직도 변화의 모습이 없다”고 지적했다. 패배가 확정되자 “공격 작업을 하고 슈팅까지 가는 과정이 어때야 하느냐에 대한 전술적인 준비가 확실히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전술이 간파당했을 때 대비책을 세울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은 멕시코전에서 무득점 경기를 했을 때도 남아공전과 똑같이 빈공에 시달렸다. 스리백 전술을 고수하는데 엔진 역할을 맡아줘야 할 중원이 꽁꽁 묶이니 측면 공격도 무위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내내 공격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며 “체코전에서 보여줬던 공격이 팀으로서 준비된 게 아니라 선수가 즉흥적 판단을 내렸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남아공전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멕시코전의 ‘다잉 메시지’를 못 읽어낸 셈이 됐다. 홍 감독은 이번 패배로 2014 브라질 월드컵 1무 2패를 포함해 월드컵 감독으로서는 1승 1무 4패에 그치고 있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2014년의 흐름을 반복했다는 것은 결국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는 곳에서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준규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