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를…” 불펜 장현식, 3191일 만의 선발승… ‘노 블론’ 손주영이 만루 KK로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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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까지 불펜이던 장현식이 선발로 무실점 피칭을 하고, 10승 선발이던 손주영이 세이브로 팀 승리를 챙긴다. 올 시즌 LG가 ‘되는 집안’인 건 확실하다.
장현식이 3191일만의 선발승을 거뒀다. 23일 잠실 삼성전 선발로 나선 장현식은 5이닝을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4-3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장현식이 선발승을 올린 건 NC 소속이던 2017년 9월27일이 마지막이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상대가 삼성이었다.
선발로 이제 적응해가는 단계라 장현식은 이날 5회까지만 던지고 내려왔다. 투구 수만 보면 1~2이닝을 더 던져도 충분했다. 공 69개로 아웃 카운트 15개를 잡았다.
장현식의 호투 속에 LG 타선이 일찌감치 4점을 뽑아내며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장현식이 내려간 6회부터 당장 경기 흐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베테랑 김진성이 뜻밖의 난조로 무사 만루를 만들고 내려갔다. 급하게 투입된 약셀 리오스가 지난해 50홈런 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았다. 시속 159㎞ 빠른공을 통타당했다. 잠실 좌중간을 쪼개며 총알같이 날아간 타구가 펜스를 맞고 튕겨 나왔다. LG 입장에선 홈런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LG는 그러나 1점 차 간격을 유지한 채 막판까지 버텼다. 마무리 손주영을 8회 2사 후 조기 투입하며 장현식의 선발승을 확정 지으려 했다. 그런데 손주영이 9회 흔들렸다. 대타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았고,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뜬공 하나면 동점, 안타면 역전이 되는 최대 위기. 그러나 ‘노 블론’ 마무리 손주영이 최대 위기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구자욱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2사 만루에서 만난, 앞서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던 디아즈마저 다시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손주영이 가슴을 쓸어담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장현식이 활짝 웃었다. 두 사람은 이후 더그아웃에서 뜨겁게 서로를 껴안았다.
경기 후 장현식은 “삼천 며칠 만이라는 건 대략 알고 있었다. 마지막 선발 승은 정말 기억이 잘 안난다”고 웃었다.
9년 만의 선발승에 한껏 들뜰 만도 했지만 장현식은 담담했다. 장현식은 “어떤 상황에 나가든 제 피칭의 가치를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제가 투수로 어떤 가치가 있는 지를 보여주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팬분들께도 저희 팀에도 그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계속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현식은 지난 5일 NC전 4이닝 피칭을 시작으로 길게 던지고 있다. 2차례 롱릴리프로 던졌고, 지난 17일과 이날까지 2차례 선발로 던졌다. ‘길게 던지는 장현식’의 가장 큰 변화는 피칭의 공격성이다. 불펜으로 1이닝씩 던지던 때만 해도 이닝당 18개 남짓 공을 던졌는데, 길게 던진 최근 4경기에는 이닝당 12~13개 수준으로 줄었다. 1점만 줘도 경기가 끝날 수 있는 불펜 특유의 압박에서 벗어난 덕이 일단 크다. 장현식 본인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장현식은 최근 가장 잘 먹히고 있는 구종이 무엇이냐는 말에 “한가운데 직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냥 치라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쓸데없는 힘 안 들이고, 윽박지른다기 보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발승 요건을 채운 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경험 또한 정말 오랜만이었다. 장현식에게 모처럼 그 긴장감을 모처럼 느낀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장현식은 “저로 인해 상처 받았던 모든 분(선발 투수)들께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주영이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는 역시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고 웃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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