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처음 나섰다 KIA가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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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단은 지난 21일 수원 KT전에 앞서 전부 모였다. 선수단 전체를 소집한 주인공은 투수 양현종(38·KIA)이었다.
전날 대역전패 뒤, KIA 선수단 분위기는 뚝 떨어져 있었다. 16~18일 광주에서 LG에 1패 뒤 2승을 거둔 KIA는 수원으로 이동해 19일 KT에도 완승을 거둬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20일에도 9-4로 앞서 4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9회말 6실점 해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4연승과 역전패 사이의 간극은 매우 컸다. 큰 점수 차 역전패 자체의 충격은 물론, 그동안 KIA 불펜에서 가장 든든했던 마무리 성영탁이 넉넉한 점수 차에 등판하고도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해 충격이 배가 됐다. 타선 침체로 하락세를 타던 팀 분위기가 득점력 회복과 함께 3연승을 거두며 다시 살아나고 있었으나 역전패 한 번에 다시 기세가 뚝 떨어질 위기였다.
KIA는 유독 분위기를 잘 타는 팀으로 꼽힌다. 타선이 터질 때는 같이 터지다가 숨이 죽을 때는 같이 가라앉다보니 상승세와 하락세의 기복도 큰 편이다. 특히 최근 젊은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등장하고 주전으로 도약하고 있다. 쏟아지는 시선에 움츠러들기도 쉽다.
분위기를 반드시 다잡아야 하는 시점, 이례적으로 양현종이 직접 나섰다.
주장 나성범보다 1년 선배인 양현종은 현재 KIA 1군에서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최고참이다. 웬만해서는 나서는 일 없는 양현종이 올시즌 처음으로 전체 미팅을 소집했다. 전날 밤 악몽이 벌어졌던 수원 위즈파크에 도착한 뒤 선수단을 모은 양현종은 “독기 있게 야구하자”고 역설했다.
선수들은 “선배님께서 ‘어제 같은 경기는 1년에 한두 번은 나온다. 거기 빠져서 의기소침해 있지 말고 독하게 마음먹고 하자’고 하셨다”, “‘우리 팀은 선수들이 전부 너무 착하다. 좀 더 악착같은 마음가짐으로 하자’고 하셨다”, “우리가 주눅들까봐 자신감을 주려고 부르신 것 같았다”고 미팅 내용을 전했다.

양현종은 2000년대 후반 이후 KIA 역사의 산증인이다. 현재 KIA에서 2009년, 2017년, 2024년까지 KIA 타이거즈 세 번의 우승 무대에 모두 선 유일한 선수다. 투수 역사의 수많은 기록을 가진 양현종은 지난 18일 LG전에서는 시즌 4승째를 거두며 송진우(210승) 이후 한국 야구 역대 두번째 통산 190승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평소 잔소리조차 없던 대선배가 이례적으로 소집을 건 이날, 양현종의 말에는 누구든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보란듯이 이날 KIA는 이겼다. 초반부터 1-4로 끌려가다 5회초 1점을 냈으나 5회말 KT가 1점을 만회하자 7회초 몰아쳐 5득점, 역전한 뒤 8회초에도 4점을 몰아쳐 11-5로 승리했다. 전날 패배를 완전히 갚았다.
선수들은 기운을 냈고 악착같이 경기했다. 메시지는 외국인 선수에게까지도 잘 전달됐다. 선발 투수지만 이날 두번째 투수로 대기했던 일본인 선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고비를 버텨내고 4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자신의 이닝을 끝내고는 물론, 경기 후반 KIA가 득점할 때마다 더그아웃에서 크게 소리지르며 파이팅을 냈다. 경기 후반 득점을 몰아치며 정현창, 박재현 등 젊은 선수들이 쏟아낸 포효로 활기는 완전히 살아났다.
이날 불펜 대기하며 경기를 본 투수 정해영도 “양현종 선배님이 미팅 소집하신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며 “다 맞는 얘기만 하셨다. 항상 그러려고 생각하고 경기장에 나가지만 오늘은 선배님 얘기 듣고 나서 전부 더욱 더 뭉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앞서 심각한 타격 부진 속에 한화와 두산을 만나 주간 성적 2승 4패에 그쳤으나 올 시즌 최난도 코스라 평가받은 지난주 LG·KT와 6연전을 4승 2패로 마치며 분위기를 회복했다. 역전패 태풍은 다음날 역전승으로 지나갔다. 4위 KIA는 상위권 추격을 위한 발판을 유지한 채 23일부터 키움, 두산과 수도권 원정 9연전을 이어간다.
김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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