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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입은 채 샤워까지 … 에이스의 기행, 왜? "너무 힘들었다. 울고 싶었다" '28일 만의 승리' 홀로 찾은 어머니 산소, 눈물로 극복한 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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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입은 채 샤워까지 … 에이스의 기행, 왜?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슬럼프를 극복하고 한 달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무실점 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듯 유독 크게 포효한 에이스는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그간의 극심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원태인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5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팀의 4대1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에이스의 호투에 힘입어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승리로 원태인은 지난 5월 19일 KT전 이후 28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시즌 3승째(5패).

최근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거나, 심리적으로 흔들리며 이어져온 오랜 침묵을 깨뜨린 값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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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원태인은 안도감과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중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그동안 정말 하루하루 버텼다"며 "몸 상태는 정말 좋은데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나도 모르게 도망가는 피칭을 하더라. 그래서 오늘은 '심플하게 도망가지 말자, 내가 납득할 수 있는 피칭을 하자'고 다짐하고 올라갔다"고 경기 전 마음가짐을 전했다.

다짐대로 이날 원태인의 제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직구 변화구 모두 ABS 보더라인을 스치듯 형성됐다. 그는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이전 경기들에서는 중요한 타이밍에 실투나 주지 말아야 할 볼넷이 나와 자멸했는데, 오늘은 직구와 변화구 모두 원하는 곳에 제구가 됐다"고 설명했다.

6회 이닝을 마친 뒤 마운드 위에서 크게 포효했던 순간에 대해서는 "사실 울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원태인은 "좋기도 했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남들이 보면 '고작 한 달 승리 못 한 거 가지고 유난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올 시즌 스스로 느끼기에 너무 힘들었다"며 "이 슬럼프를 깨려고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 안 좋은 기운을 씻어내려고 유니폼을 입은 채 샤워도 해보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화분도 키워봤다. 그런 노력들이 오늘 비로소 의미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하며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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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가족, 특히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힘이었다.

그는 "지난주가 어머니 기일이었는데 바빠서 찾아뵙지 못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혼자 산소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문득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혼자 다녀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제사 때나 아버지를 따라갈 때는 그냥 엄마 생각만 막연히 했는데, 혼자 산소에 가서 엄마 앞에서 30분 동안 주절주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다 쏟아내게 되더라. 신기하게도 그렇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정말 편해졌고, 오늘 경기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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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일화도 전했다.

원태인은 "산소 입구에 도착하니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니더라. 성묘를 마치고 나올 때도 마치 마중을 나온 것처럼 보이길래 거기서 펑펑 울었다. 그리운 마음도 컸고, 나 자신이 너무 힘들기도 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오늘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신 아버지, 형, 형수님이 있어 버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오늘 제 투구를 보며 활짝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절절한 가족애를 드러냈다.

힘든 터널을 지나온 원태인은 부진한 와중에도 끝까지 믿어준 삼성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원태인은 "성적이 안 좋을 때도 변함없이 야구장을 찾아주시고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신 팬분들 덕분에 쓰러지지 않고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즌은 길다. 남은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시즌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순간에는 팬분들이 생각하시는 '에이스 원태인'의 본래 자리에서 당당하게 시즌을 끝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찬 각오와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고민은 개별적이다.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왕자님' 원태인에게도 이렇게 큰 마음고생이 있었다. 더 큰 투수로 우뚝 설 훗날, 오늘의 시간이 의미 있는 추억이 될 지도 모르겠다.

정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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