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도, 응원도 선택”...용산고의 현명한 월드컵 단체 시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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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11시 열린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체코전. 한국이 후반 황인범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2-1 역전하는 순간, 서울 용산고 대강당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고, 선생님들과 손뼉을 마주치며 기쁨을 나눴다. 물론 모든 학생이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학생들은 교실에서 평소처럼 수업을 듣고 있었다.
월드컵 경기를 봐야 할까, 아니면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할까. 그런 고민 속에서 용산고는 ‘모두 보거나, 아무도 보지 않는’ 방식 대신 학생과 교사의 합의에 맡기는 절충안을 택했다.
김진효 용산고 교장은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스포츠 경기, 특히 대한민국 대표팀을 함께 응원하는 순간에는 정치나 지역 같은 걸 떠나 모두 하나로 뭉치는 통합의 경험을 하게 된다”며 “함께 응원하며 느끼는 동질감과 유대감, 선생님들과 같이 박수치고 소리 지르는 경험은 평소 수업만으로는 얻기 힘든 아주 큰 교육적 가치”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 고등학교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 기말고사 성적은 내신에 반영된다. 월드컵에 관심이 없는 학생도 있고, 진도가 급한 교사도 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시청을 원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의견을 구한 교사들이 적잖았다”며 “고민 끝에 학생들과 교사가 시청에 동의한 반만 강당으로 모여 시청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대강당 대형 멀티미디어 화면으로 월드컵 경기를 보게 했다. 체육시간이거나 수행평가가 끝난 반, 혹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시청하기로 합의한 학급만 강당에 모였다. 재학생 약 760명 중 200명 정도가 라이브로 한국 승리에 환호했다. 김 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이 ‘우리는 이 시간에 응원하러 가겠다’고 동의한 반만 인솔해서 왔다”며 “진도를 나가야 하는 반은 그대로 수업했다”고 말했다. 용산고 대강당은 교실과 다소 떨어져 있다. 소리를 질러도 교실까지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김 교장은 “쉬는 시간이라도 학생들이 월드컵을 잠시라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육관 복도와 중앙 현관 등에 설치된 TV를 소리 없이 틀어놓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교사, 학생들이 원하는대로 선별적 시청을 하게 하니 지금까지 교사와 학생들의 불만 토로, 학부모 민원 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1983년 고3 시절 경험도 떠올렸다. 당시에는 멕시코에서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열렸고 한국은 당시 4강에 들었다. 김 교장은 “그때는 교실에 TV가 없었고 TV가 없는 집도 많았다”며 “친구들과 택시비를 모아 친구집에 있는 TV를 학교로 들고와서 연결해 봤다”고 회고했다. 김 교장은 “그 때는 선생님들이 흔쾌히 단체 시청을 허락했다”며 “그때 추억이 고등학교 시절 가장 행복하고 신나는 순간이었다”며 웃었다.

용산고는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월드컵을 경험하게 할 계획이다. 한국은 19일 오전 10시 멕시코전, 오는 25일 역시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을 치른다. 김 교장은 “대강당 대형 화면으로 시청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물론 단체 시청 참여 여부는 여전히 학생과 교사들의 자율적인 합의에 맡긴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개인적으로는 다 같이 모여 응원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훨씬 큰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반, 모든 학생에게 무조건 보라고 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다”며 “월드컵을 보는 학생도, 공부를 선택하는 학생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장은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한 체육교사 출신이다.
김세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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