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4룡,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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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초반, ‘변방’ 취급을 받던 아시아 축구의 약진이 눈부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들이 조별리그에서 ‘축구 대륙’ 유럽과 네 차례 맞붙어 무패(2승 2무) 행진을 이어가며 기분 좋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5일 FIFA 랭킹 18위 일본은 F조 1차전에서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8위)와 공방전 끝에 2-2로 비겼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A조의 한국(22위)이 체코(43위)를 2-1로 꺾으며 첫 단추를 잘 뀄다. 14일에는 D조 호주(23위)가 튀르키예(26위)를 2-0으로 완파했고, 같은 날 B조 카타르(49위)는 스위스(19위)를 맞아 0-1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리며 1-1로 비겼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 4개국이 저마다 판이한 전략으로 ‘유럽 대항전 무패’를 합작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상대의 세트피스 위주 고공 플레이와 해발 1561m의 고지대 환경을 치밀하게 계산한 ‘맞춤형 전술’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호주는 파이브백 기반의 5-4-1 포메이션을 가동, 극단적인 두 줄 수비로 웅크린 뒤 날카로운 역습을 조합해 승점 3점을 챙겼다. 카타르는 전·후반 90분을 1실점으로 끈덕지게 버텨낸 뒤, 경기 종료 직전 총공세를 펼치는 ‘막판 스퍼트’ 전략으로 승점을 따냈다. 일본은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특유의 고속 ‘업템포 축구’와 유연한 포메이션 전환을 묶어 강호를 주저앉혔다.

이 같은 선전은 세계 축구의 대세로 자리 잡은 ‘실리 축구’ 기조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녹여낸 결과다. 한때 축구계는 높은 볼 점유율에 집착했으나 최근의 흐름은 다르다. 경기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수비 라인의 안정감을 최우선으로 둔다. 실점 억제에 무게를 싣는 동시에, 상대의 빈틈을 철저히 분석해 공수 전환 시의 득점 확률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이처럼 유연한 전술적 변주를 보여준 반면, 유럽 팀들은 정형화된 ‘익숙한 축구’의 틀을 깨지 못했다. 슈팅 30개를 퍼붓고도 호주에 0-2 영패를 당한 튀르키예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는 호주의 촘촘한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지 못해 애를 먹으면서도, 중거리 슈팅이나 널찍한 측면 돌파로 수비를 끌어내기보다 좁은 공간에서의 무리한 세부 전술만 고집하다 무득점에 그쳤다.

이근호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소속 대륙만으로 경쟁력을 분류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술 타임으로 활용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포함해, 전술적 유연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지도자 역량에 따라 국가별 경쟁력 격차가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 흐름을 이어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AFC 소속 출전국은 총 9개국이다. 16일 오전 7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루과이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이란-뉴질랜드(16일 오전 10시), 이라크-노르웨이(17일 오전 7시), 요르단-오스트리아(17일 오후 1시), 우즈베키스탄-콜롬비아(18일 오전 11시)의 경기로 이어진다.
한편, E조 최강 독일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를 7-1로 대파했다. 같은 조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45분 결승 골로 에콰도르를 1-0으로 제압했다. F조의 스웨덴은 튀니지를 5-1로 완파했다.
이해준·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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