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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⑨] 이동 중에 지켜본 일본-네덜란드전, 눈에 들어온 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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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일레븐> 샌프랜시스코(미국)-양정훈 칼럼니스트



[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⑨] 이동 중에 지켜본 일본-네덜란드전, 눈에 들어온 쿠보




일본이 네덜란드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네덜란드가 앞서면 일본이 따라잡는 형국이 두 번이나 연출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결과는 다르지만 대한민국이 체코를 2-1로 제압한 게임과 꽤 유사한 양상으로 묶어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 발견된다. 이를 중심으로 관전평을 풀어보고자 한다. 이 연재의 원칙은 현장의 관찰을 담는 것이지만, 불가피하게 월드컵 개최 도시 간을 이동하는 날에는 영상을 통한 관찰기를 게재한다.

 

브라질을 필두로 한 남미 세력이 유연한 신체와 기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국제 축구계의 패권을 장악해 가자, 본고장 유럽이 들고 나온 반격의 무기가 다름 아닌 조직을 바탕으로 하는 전술이다. 유럽은 조직의 토대 위에 개인 전술을 뿌리내리는 방식으로 세계 축구의 균형을 맞췄다. 어디까지나 유럽과 남미가 축구 패권을 양분해 왔다는 관점이며, 현대 축구사의 흐름을 설명을 위한 모델로 정리하면 큰 어폐가 없어 보인다.

 

고민거리는 대한민국, 일본 등 아시아 출신의 신흥 주자들이 유럽 팀을 상대할 경우에 발생한다. 남미가 상대라면 해법이 비교적 명확하다. 유럽이 그랬듯이, 조직력을 최우선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략이 모범이다. 그런데 유럽 팀을 상대로 남미 흉내를 내며 부드러운 신체와 재기발랄한 플레이로 맞서려고 한다면 실패를 맛볼 확률이 크다. 유럽 상위권 팀, 특히 월드컵 본선에 나올 정도의 팀이라면 진짜배기 남미의 브라질이라 하더라도 경솔하게 나섰다간 큰코다치곤 하지 않은가.



[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⑨] 이동 중에 지켜본 일본-네덜란드전, 눈에 들어온 쿠보






[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⑨] 이동 중에 지켜본 일본-네덜란드전, 눈에 들어온 쿠보




 

결국 아시아 팀들은 조직력의 유럽을 상대로 조직력으로 맞불을 놓으며 경쟁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깝다. 아시아에서도 조직력을 잘 연마한 대한민국, 일본 등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사실과도 이어진다. 조직력은 기본이고, 조직과 조직이 충돌하는 형국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이 각각 지니는 장점을 어떻게 득점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가 승패의 관건이 된다.

 

대한민국의 첫 상대였던 체코가 유럽 팀 가운데서도 높이 평가받지 못한 것은 제공권 우위 외에 다른 무기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패했지만, 체코로선 그들이 가진 최선을 다했고, 가장 강력한 무기로 헤더 득점에 성공하며 할 만큼은 했다고 여겨진다. 대한민국 승리의 요인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체코에 밀리지 않게끔 끌어올린 조직력을 바탕으로 최종 슈팅을 맡은 선수의 개인 전술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부분 전술 운용이 원활하게 작동했다는 점이다. 체코전에 국한하면, 그 기능하는 사이클의 기점에 선 선수가 다름 아닌 이강인이었다.

 

일본의 경우, 경기 초반 소극적이고 움츠러드는 기색을 보인 월드컵 첫 출전의 나카무라 케이토에게 활력을 불어넣은 동료가 있었다. 다름 아닌 쿠보 다케후사다. 쿠보는 끊임없는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며 나카무라를 격려했다. 경기 초반 주춤하며 슈팅을 해보지 못하고 찬스를 무산시킨 나카무라는 다시 찾아온 기회에서 골포스트 옆의 물병을 때리는 슈팅을 날리며 조준 감각을 살리더니, 결국 시간 간격을 두고 재차 시도한 미들슛으로 적진 골네트를 갈랐다. 제공권 우위의 네덜란드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불과 6분이 지난 시점의 동점골이었다.



[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⑨] 이동 중에 지켜본 일본-네덜란드전, 눈에 들어온 쿠보






[양정훈의 월드컵 현장 관찰기 ⑨] 이동 중에 지켜본 일본-네덜란드전, 눈에 들어온 쿠보




 

네덜란드는 체코와는 달리 큰 키 외에 잘 다져진 조직력의 토대 위에 화려하게 빛날 수 있는 번뜩이는 재능들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강호다. 코디 각포, 크리센시오 서머빌 등이 그 증거이며, 특히 크리센시오 서머빌은 기술적으로 유려한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다시 앞서가는 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냈다. 후반 44분, 일본은 2-2 균형을 맞추는 이날 경기의 마지막 골을 만들어냈다. 동료가 헤딩한 볼이 가마다 다이치의 머리를 스쳤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간 운 좋은 장면이었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운동이다. 따라서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그걸 더욱 잘 활용하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과 일본 모두, 선수들이 높은 신장을 활용해 헤더 슈팅을 노린다는 점을 보다 더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공중볼 플레이는 알면서도 말처럼 막기가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키 플레이어였던 이강인과 쿠보 다케후사. 두 사람이 선수로서 성장하는 과정의 적지 않은 부분을 공유한 '절친'이라는 점은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경기 종료 후 폭스 스포츠는 믹스트 존에서 진행 중인 선제골 득점자 버질 반 다이크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영상을 직접 보고 듣지 못했지만, 동시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이날의 결과를 두고 '쿠야시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음성의 뉘앙스에 따라 꽤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단어다. 사전의 맨 위의 뜻인 '분하다, 억울하다'라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경기 결과에 미루어 자칫 황당한 발언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정황상 '너무 아쉽다'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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