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싫지만 그는 염갈량이 맞다! 손주영 마무리 성공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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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정철우 기자) 염경엽 LG 감독을 이르는 염갈량이란 별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지장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신통방통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이미지의 표현인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 LG 야구를 보면 염갈량이라는 표현이 그리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제갈공명에 비견될 만한 혜안과 판단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주영의 마무리 선택이 대표적인 예다.
LG는 시즌 초반 큰 위기를 맞았다. 마무리 유영찬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단박에 뒷 문이 휑하게 뚫릴 수 밖에 없었다.
유영찬은 올 시즌 부상 전까지 13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11세이브, 평균 자책점 0.75를 기록하고 있었다.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 실력을 보여주던 투수의 공백은 대단히 크게 느껴졌다.

처음엔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던 염경엽 감독이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결단을 내렸다. 선발 투수로 복귀를 준비중이던 손주영을 마무리로 선택한 것이었다.
선발로 10승 이상이 보장된 투수를 마무리 투수로 쓰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었다. 마무리로 적합한 스타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주자는 출루 시켜도 실점만 최소화 하면 되는 선발 투수와 주자 출루 자체가 곧 위기나 다름 없는 마무리 투수는 야구를 대하는 입장이나 야구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손주영 마무리 기용은 대성공으로 돌아왔다. 손주영은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1승무패8세이브, 평균 자책점 1.59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직 블론 세이브가 하나도 기록돼 있지 않다.
단순히 투수 한 명을 선발에서 마무리로 돌려 성공한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알고 보면 더욱 소름 돋는 염갈량의 결단력이 있었다.
염 감독은 마무리 투수의 조건으로 4가지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 기준을 통과해야 마무리로 쓸 수 있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었다.
그 4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멘탈이다. 1점 차 박빙 승부,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려면 그에 걸맞는 멘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손주영은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번째는 구속이다. 패스트볼이 150km 이상 되는 위력적인 구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손주영은 이 기준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세 번째는 안정된 제구력이다. 주자를 많이 쌓아 놓는 마무리는 언제가 한계에 부딪히게 돼 있다.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좋은 예다. 손주영은 이 기준도 넘어섰다. 손주영은 11.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4개만 내준 반면 삼진은 10개나 잡아냈다.

염 감독이 꼽은 마무리 투수의 4가지 조건을 손주영이 모두 충족시킨 것이다.
물론 손주영이 선발 투수로서도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염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선발로 써야 할 재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로 불펜 전문이 리오스를 영입한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주영의 선발 복귀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다.
염 감독은 "손주영은 선발로 써야 하는 선수다. 하지만 유영찬이 빠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뒷 문을 강화해야 했다. 팀 내 남아 있는 투수들 중 내가 세운 마무리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선수는 손주영 뿐이었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손주영을 선발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오스가 성공적으로 불펜에서 자리 잡으면 마무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손주영을 부담 없이 선발로 다시 돌릴 수 있게 된다.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설명 했다.
야구의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놓은 염경엽 감독이다. 야구에 대해 누구 보다 깊은 이해력을 갖고 있고 그 기준 위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줄 안다. 때문에 결단의 성공률이 대단히 높다. 그를 염갈량이라 불러도 손색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염경엽 감독의 혜안과 결단력이 LG의 통합 우승 2연패라는 결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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