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팬심이 '정심' 돌렸다…확 식은 월드컵에 두손 든 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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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시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콘크리트 같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고집도 팬심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역대 회장 중 비판 여론이 가장 높았는데도 13년 동안이나 축구협회 수장 자리를 지켜온 정 회장은 29일 성명을 내고 2026 북중미 월드컵 뒤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무려 4차례나 축구인들의 선택을 받아 회장직을 이어왔으나 팬들의 지지는 바닥을 기다시피 했다.
2023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졸전과 위르겐 클린스만 당시 감독 경질로 혼란은 커졌다.
특히, 지난해 4선 선거를 앞두고는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전방위 감사까지 받게 되면서 정몽규 체제 축구협회의 이미지는 아예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 버린 수준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4선 연임에 성공하긴 했으나 문체부는 감사 결과 정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 주요 인사들에 대해 축구협회가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양측이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되면서 정 회장은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채 1년여간 회장직을 수행해왔다.
4선 선거에서 85.6%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축구인들의 재신임을 받은 정 회장은 그가 물러나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장직을 이어왔다.
지난 6일엔 축구협회가 문체부의 정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정 회장이 '끝까지' 회장직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등 돌린 팬심이 지구상 최대 축구 축제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까지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 회장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은 프로축구의 산업적 기반이 부실한 한국 축구를 움직이는 압도적으로 큰 동력이다.
막대한 파트너사의 후원금, 중계권 수익은 1천억원대 예산의 거대 체육단체 축구협회의 재정적 기반을 형성한다.
하지만 팬들이 월드컵에 열광하지 않는다면, 축구협회 최고 상품인 대표팀의 가치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축구에 심대한 타격이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사퇴 고민을 해오던 중에 대표팀을 향해 온전한 응원 기운이 계속 모이지 않자 부담, 책임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하더라도, 팬들이 외면한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 회장도 결국엔 인정한 셈이다.
축구협회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이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한 법원 판결에 항소 결심한 이유는, 해당 판결대로라면 자신뿐 아니라 이번 월드컵 준비에 핵심적 업무를 하는 축구협회 주요 보직자들도 중징계받아야 해 월드컵을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드컵을 위해 항소한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정 회장이 사퇴도 고민했던 것 같다. 월드컵 전, 대표팀이 평가전을 치르기 전에 입장 표명을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정 회장의 사의 성명이 배포되기 약 2시간 전 그로부터 이 사실을 직접 통보받았다.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대표팀 지원 업무의 최종 책임자인 축구협회장이 사의를 밝히는 건 초유의 일이다.

홍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현재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리고 북중미 월드컵에 대비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홍명보호는 3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0시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6월 4일엔 같은 곳에서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월드컵에 대비한 마지막 평가전을 갖고, 5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베이스캠프로 이동한다.
축구협회는 "정 회장은 6월 9일 멕시코로 출국할 예정이며, 사직서 제출 전까지는 협회장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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