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따로 신청 안 해도 됐는데"…이런 게 정말 홈구장? 경기후 특타도 눈치보는 '세입자' 키움의 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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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
"예전에는 따로 신청할 필요도 없었는데..." 고척스카이돔 '소등 논란'을 접한 한 키움 히어로즈 출신 야구인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지난 26일, 고척 홈경기에서 KIA 타이거즈에 노히트노런을 당할 뻔한 키움은 경기 후 특별타격훈련(특타)을 결정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오고 배팅 케이지도 설치해 특타를 진행하려던 그 순간, 경기장 조명이 꺼졌다.

"10년 동안 이런 일 없더니...갑자기 왜 이러나"
구단의 경기 후 훈련 신청을 공단이 거절하고 불까지 끈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키움이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쓴 건 2016년부터다. 10년 동안 경기 후 특타, 수비 펑고, 그라운드 사이드 캐치볼은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키움이 경기 후 훈련을 자주 하는 구단은 아니었지만, 필요할 때 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키움 출신 야구인은 "그런 건 사전 협의를 신경 쓰거나 알아볼 필요가 없을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며 "그런 문제로 협의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이건 KBO리그의 다른 구장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후 그라운드 훈련은 어느 구장에서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거부당하고 제동이 걸렸다. 논란이 커지자 공단 측은 서울시 조례를 꺼냈다. 서울시립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6조의 "사용 시간을 남긴 가운데 경기가 종료되면 사용 허가 시간을 전부 사용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공단은 이 조항을 근거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 잔여 시간 1시간 40분이 소멸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 조항이 구장 사용 권리를 제한하는 근거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경기가 일찍 끝나도 미리 신청한 시간분의 대관료를 받겠다는 취지의 비용 산정 조항으로 보는 쪽이 설득력이 있다. 10년간 문제없이 이뤄졌던 관행에 갑자기 조례까지 꺼내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막힌 것은 특타만이 아니다?
사실 고척스카이돔의 분위기가 예전보다 삭막해졌다는 건 이 야구장을 출입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다. 변화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척스카이돔 관계자 출입구에서 3루 쪽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내부 통로가 올해부터 막혔다. 취재진이 원정팀 더그아웃으로 가거나 방송 관계자들이 중계카메라 쪽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로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열려 있던 통로였다. 지금은 3루 쪽으로 가려면 불이 꺼진 인터뷰룸을 거쳐 돌아가야 한다.
공단 측은 해당 구역에 공단 사무실이 있어 보안상 통제구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구단 측에는 필요하면 출입카드를 발급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애초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공간에 굳이 카드제를 도입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외에도 구장 출입과 이용 전반에서 미묘한 통제가 많아지고 불편이 늘었다. 구장 사용과 관련해서도 구단이 공단 쪽에 요청이나 건의를 하기가 전보다 눈치 보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키움은 냉가슴만 앓는다. 알게 모르게 겪는 설움에도 자칫 구단에서 섣불리 말을 했다간 공단 측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언급을 아끼는 분위기다. 키움 관계자는 여러 확인 요청에도 대부분의 질문을 "구단 입장에선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서울시 소유인 고척돔은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고 키움이 대관해 쓴다. 구단이 부담하는 대관료와 부대 비용은 연간 수십 억 원에 달한다. 일 년 내내 대부분 불 꺼진 채 비어 있는 인터뷰룸을 쓸 때도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런데도 공단 눈치를 봐야 하는 세입자 신세다.
다른 구단 한 관계자는 "구단이 시나 공단과 관계 형성이 원활하고 소통이 잘 이뤄지면 대체로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고 했다. 공공시설을 사용하는 구단에 시 측에서 조항이나 조례를 일일이 따지며 태클을 거는 경우는 드물다는 얘기다. 공단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소음을 만드는 건 부담되기 때문에 웬만한 문제는 '좋게좋게'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10년 동안 문제없이 이뤄졌던 관행이 갑자기 막히고 셋방살이가 고달파졌으니 구단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앞의 다른 구단 관계자는 "서울시 공단이 구단에 일종의 '갑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야구단이 시 공무원들 기분까지 살펴가면서 일해야 하느냐"고 자기 일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와 공단은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구단이 최대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야 하는 주체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아니라 동반자이자 파트너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책임자 마음이 달라지면 되던 것도 안 되고 셋방살이가 삭막해지는 건, 연고지와 구단이 맺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의 모습은 아니다.
다행히 소등 논란 이후 키움과 공단은 만남의 자리를 갖고 이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입장문을 통해 "향후 키움 측과 경기장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해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 방향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순간에 남의 집 살이처럼 각박해진 고척스카이돔이 다시 키움과 팬들에게 편안한 홈이 될 수 있을지, 이제는 공단 측의 변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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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작성일 2026.05.2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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