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공부, 강철 멘탈…한화 마운드 지키는 ‘5무원’ 왕옌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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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화 이글스는 모험을 택했다. 당시 프로야구 구단들은 새로 도입되는 아시아쿼터와 관련해 막바지 영입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장 먼저 계약 소식을 알린 한화는 예상을 깨고 대만 국적의 왕옌청을 택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일본 선수 영입에 집중했고, 실제로 올해 아시아쿼터 10명 가운데 7명이 일본 선수로 채워졌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각각 호주 출신 선수를 데려왔지만, 주전 유격수 공백과 검증된 외인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한화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NPB) 2군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왕옌청의 잠재력을 믿었다.
그로부터 약 반년이 흐른 지금 한화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옌청은 4승(2패) 평균자책점 2.74로 각각 리그 4위와 2위에 올라 있다. 5선발 혹은 롱릴리프 역할을 기대하며 데려온 선수가 상대 에이스와 맞붙는 핵심 선발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호투의 배경에는 지독한 ‘공부벌레’ 기질이 있다. 루틴 문화가 뚜렷한 일본 야구를 경험한 왕옌청은 매 순간 자신만의 정교한 루틴을 연구한다. 등판 전후로 루틴을 수정하며 최적의 훈련법을 찾는다고 한다. 최근 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오늘도 바뀐 훈련 시스템을 실험해 보느라 가장 늦게까지 경기장에 남았다”며 “원래는 등판 이틀 전에 불펜 투구를 하는데 하루 앞당겨 봤다. 다음 경기에서 그 효과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사흘 뒤 KT 위즈전에서 5이닝 8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변화를 결과로 증명했다.
시즌 초반 9위까지 떨어졌던 한화가 최근 반등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왕옌청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한화는 토종 원투펀치 류현진과 문동주에 두 외인 투수, 여기에 엄상백과 황준서, 왕옌청까지 더해져 ‘선발 왕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개막 한 달여 만에 부상이 이어지며 류현진과 왕옌청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왕옌청은 단단했다. 9차례 등판 가운데 단 한 번도 6회 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5이닝은 거뜬한 ‘5무원’(5이닝+공무원)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남다른 멘탈도 돋보였다. 왕옌청은 “주변에선 한화 마운드가 위기라고 했지만 나는 두려움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2군에서 좋은 선수들이 등장했다. 내가 특별한 역할을 했다기보다 모두가 힘을 합쳐 반전을 끌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이 된 이후 줄곧 일본에서만 공을 던졌던 왕옌청에게 새로운 야구 환경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에게 한국 야구의 인상을 물었더니 “KBO 타자들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유사하다”며 “코치님들께 지난 7년간 배우지 못했던 야구 개념을 배우고 있어 뜻깊은 시간”이라고 답했다.
왕옌청은 지난 3월 29일 프로 첫 1군 선발승을 거둔 후 눈시울을 붉히며 “다음 눈물은 한화의 한국시리즈(KS) 우승 직후 흘리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그 다짐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그의 얼굴에서 비장함이 묻어났다.
최원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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