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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창단” 너도나도 공약…첫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가 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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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지방선거의 계절, 어김없이 '연어'가 돌아왔다. 바로 프로야구단 창단 공약이다. 관중 1200만 시대를 넘어서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 새 구단을 후보자들이 너도나도 만들겠다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한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영환 현 충북지사는 5만 석 규모의 초현대식 돔구장 건설과 프로야구단 창단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전에 연고를 둔 한화 이글스의 '청주 경기' 구걸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다. 전북에서도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프로야구 11구단 창단을 공언했다. 과거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와 최근 프로농구 KCC의 연고지 이전으로 상처 입은 전북 도민의 자존심을 야구로 치유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긴 했으나 박승호 포항시장 예비후보 역시 2군 프로야구단 창단을 주장하며 가세했다. 신축 구장 건설 공약이 20년째 공회전 중인 부산 사직야구장의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야구'는 선거판에서 여전히 가장 매혹적인 키워드다.



“프로야구단 창단” 너도나도 공약…첫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가 답이 될까




울산 웨일즈 연간 운영비 60억…자생력이 관건

정치권이 야구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야구가 곧 '표'이자 '민심'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역대 최단 기간·최소 경기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지역 밀착형 스포츠라는 특성상 연간 144경기를 치르는 야구단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문화적·경제적 자산이다. 특히 야구장은 후보들에게 최고의 유세장이다. 최소 1만 명 이상의 잠재적 투표권자가 모여 열광하는 그곳에서 야구단 창단을 약속하는 것만큼 강력한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그간의 공약은 대부분 공염불에 그쳤다. 구장은 첫 삽도 뜨지 못했고, 구단 창단은 늘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야구단은 '돈 먹는 하마'였고, 연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구조를 감당할 주체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대한민국 최초의 지자체 야구단인 '울산 웨일즈'라는 실질적인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울산 웨일즈는 지자체와 KBO가 손잡고 만든 첫 번째 '공공 야구단'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KBO 퓨처스(2군)리그 참가 협약을 맺고 올해 2월 정식 출범했다. 장원진 감독 체제 아래 김동엽·김도규·변상권 등 1군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과 재기를 꿈꾸는 독립리그 출신들이 모여 '고래의 비상'을 꿈꾼다. 여기에 오카다 아키타케와 고바야시 주이, 나가 타이세이(이상 일본), 알렉스 홀(호주) 등 외국인 선수 4명도 속해 있다. 울산 웨일즈 소속 선수들은 KBO 구단으로의 이적도 가능하다. 한 시즌 최대 5명이 이적할 수 있고, 이적료는 해당 선수의 연봉 미만이다. 일본인 투수들의 경우 아시아 쿼터 교체를 고민 중인 기존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웨일즈 연간 운영비는 6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프로야구단 운영비가 연간 500억~700억원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참고로 V리그 남자배구팀 운영비는 연간 100억원, 여자배구팀 운영비는 연간 85억원 정도 소요된다. 울산 웨일즈의 실험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결국 자생력이 관건이다. 지자체의 지원금은 3년이면 끝난다. 즉, 울산 웨일즈가 시민구단으로 계속 살아남으려면 3년 동안 재정적 자생력을 갖춰야만 한다. 



“프로야구단 창단” 너도나도 공약…첫 시민구단 ‘울산 웨일즈’가 답이 될까




울산 웨일즈 "타 지자체에서 예의주시…좋은 선례 만들 것"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로체스터는 1950년대 연고지 이전 위기를 시민 주식 공모인 '72일간의 기적'으로 극복했다. 약 8000명의 시민 주주가 야구단을 소유하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철저한 분리 원칙을 고수한다. 특히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수 수급 및 인건비 부담을 덜어내는 영리한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울산 웨일즈 역시 KBO 1군 구단들과의 제휴를 통해 '위탁 육성 센터'로서의 기능을 강화한다면 어느 정도 자생력은 갖출 수 있다. 

일본프로야구(NPB)에도 시민구단 성격의 팀이 있다. 히로시마 도요 카프다. 창단 당시 히로시마현과 시가 자금을 출자했고, 지금도 히로시마현이 구단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다. 12개 일본 프로팀 중 유일하게 특정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정서적 결합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팀이다. 구단 운영비는 전적으로 구단 스스로가 벌어들인 수익(관중 수입, 굿즈 판매, 중계권)으로 충당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독특한 마케팅도 많이 등장한다. '우리 구단' '우리 팀'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가능해진 모델이다. 

과거 스포츠단 창단은 지자체의 예산, 즉 시민들의 혈세를 갉아먹는 '소비적 복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의 사례는 '야구'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해 운동장(관중 수입 등 145억원), 광고(185억원), 중계권 및 선수 이적료(177억원) 등을 합해 총 50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프로야구가 흥행하면서 순전히 스포츠 그 자체만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울산 웨일즈 역시 개막전에 7299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가능성을 봤다. 지금은 평균 2000명 정도의 유료 관중이 울산 문수야구장을 찾고 있다. 스파이더가 선수단 용품을 후원하고 구단 관련 굿즈숍도 야구장 내에 있는데, 유니폼이나 응원 도구 등이 굉장히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울산 지역 내 기업들이 조금씩 야구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협찬 및 광고 유치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다른 지자체도 우리를 예의주시하고 하는 것으로 안다. 첫 지자체 구단으로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선거철의 야구단 창단 공약이 포퓰리즘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무책임하게 1군 창단을 외칠 것이 아니라, 울산처럼 퓨처스리그부터 차근차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생 모델을 설계하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제2, 제3의 지자체 구단이 창단된다면 아마추어 선수들의 취업문은 넓어지고, 리그의 저변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인 운영 구조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결합할 때, 비로소 야구단은 선거용 소모품이 아닌 지역민의 지속적 문화 자산이 될 수 있다. 

준비된 지자체의 도전은 야구팬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야구단은 공약으로 태어나, 책임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책임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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