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한국 축구가 일본 앞지르려면?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성향 고쳐야" 은퇴하는 황석호의 문제의식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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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터뷰]](/data/sportsteam/image_1774396838246_19290054.jpg)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감독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함께 했던 국가대표 출신 황석호가 선수 인생을 마무리했다. 그에게 국가대표팀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에 대해 평소 품고 있던 문제의식으로 옮겨갔다.
만 36세 황석호는 2012년 시작한 프로 인생 14년을 마치고 최근 은퇴를 결심했다. U23 대표팀에서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신화의 일원이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해 교체로 1경기를 소화했다. 감독 홍명보의 역사적인 순간과 2년 만에 바닥을 치는 과정까지 함께 경험했다. 선수 생활 대부분 일본에서 보내다 2년 전 홍 감독의 부름을 받고 울산HD에 입단, 지난해 하반기 수원삼성에서 뛴 게 마지막 프로 활약이었다.
황석호는 홍 감독과 국가대표 후배들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먼저 밝혔다. 그는 "축구 인생의 은사는 첫 번째로 홍명보 감독"이라고 말하며, 단순히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해 줘 고맙다는 의미뿐 아니라 "리더십을 정말 많이 배웠다. 선수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능력, 농담을 하다가도 어느 타이밍에 선수들을 쪼아서 다잡아야 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본받을 점을 이야기했다.
홍명보 호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표팀을 직접 거론하면서 잔소리하는 대신 한국 축구에 대한 폭넓은 고민을 대표팀에 접목했다. 요즘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을 비롯해 "일본에 너무 뒤쳐졌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경력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내고 막판 2년만 국내에서 뛴 황석호는 나름대로 실감하는 바가 있었다. "우리 대표팀에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빅 네임 선수들이 물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빌드업만 봐도 우리 팀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구상이 있어야 하고, 팀 전술이 선수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해줘야 한다"라며 선수 개인 기량이 아닌 팀 전술로 경기를 풀어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석호는 한국 축구가 장점도 색깔도 잃어간다고 우려했다. "한국 축구가 옛날에는 투혼, 갖다 박고 들이받는 축구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 색깔마저도 없다. 기술로만 축구하려고 한다. 그런데 기술을 강조한다고 꼭 투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일본은 원래 기술이 좋았는데 다부진 면까지 갖게 됐다."
아예 일본팀들의 운영과 비교해달라고 하자 큰 차이점으로 소통을 꼽았다. "일본에서 소통이 더 잘 된다.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개별 미팅을 통해 개선하기도 하고, 그럴 때 선수 의견을 많이 물어보면서 함께 답을 찾아간다. 유럽은 안 겪어봤지만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일 것 같고, 일본은 그렇다. 그런데 한국은 하려면 할 수 있는데도 제약이 많다."
황석호는 기술과 신체능력이 두루 좋은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아쉬운 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 선수들의 능력이 정말 좋다. 피지컬, 테크닉, 스피드, 기술 등 빠지는 게 없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먹힐 만한 선수들이 많다. 일본에서 오래 뛴 뒤에 건너와서 느낀 건데 개인 기량만 보면 유럽으로 진출한 일본 선수들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집중력이라는 능력이다. 90분 내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흐름을 계속 타지 못하고, 생각이 끊기는 시간이 자주 발생한다."
집중력은 그냥 윽박질러서 생기는 게 아니라, 평소 전술적으로 잘 단련돼 있는 선수가 가지는 능력이다. "우리 팀 공격이 진행되고 있으면 전술에 맞는 움직임을 전원이 가져가야 하는데, 공 잡은 선수를 그냥 보고 있는 상황이 많이 나온다. K리그에 3자 움직임이 부족한 게 미리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이 자기에게 굴러온 다음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물론 잔디 탓도 있다. 선수들이 미리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건 플레이가 변수 없이 전개되는 걸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걸 떠나서 생각이 자주 멈추는 건 사실이다. 아마 생각을 더 멈추지 않고 한다면 보는 관중들에게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정효 감독님이 하시려는 축구도 아마 그런 것 같다."
![[뽈터뷰]](/data/sportsteam/image_1774396838607_21302038.jpg)
![[뽈터뷰]](/data/sportsteam/image_1774396838966_2753250.jpg)
황석호는 요즘 유소년 선수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개인교습이 오히려 선수들의 기량을 퇴화시킬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은퇴 계획 중에 유소년들을 가르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개인기술에 대한 과외식 레슨을 많이들 받더라. 그런데 일대일 코치에게 배울 수 있는 건 드리블뿐이다. 그건 프로에서 안 통한다. 또래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프로와 국가대표의 템포에서는 그렇게 긴 드리블을 할 여유가 없다. 기본기와 생각의 속도가 받쳐줘야 드리블 돌파가 되는데, 제자리에서 시작하는 드리블부터 배우는 건 아쉽다."
궁극적인 아쉬움은 너무 적은 야심, 너무 낮은 목표다. "얼마 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님 인터뷰를 봤는데 아직도 한국 목표는 16강이다. 일본은 우승이다. 목표의식이 너무 낮은 것 아닐까. 이정효 감독님도 늘 목표를 높게 잡으시지 않나. 높은 목표를 잡아야 눈앞의 승리를 추구하지 않고 더 공부하고 발전하려는 생각이 든다. 유럽 축구 트렌드도 파악하고 선수들의 능력치도 끌어내 줘야 하는데."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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