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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미인가, 몸뻬 바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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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미인가, 몸뻬 바지인가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입고 뛸 새 유니폼이 19일 공개됐다.

홈 유니폼은 전통의 붉은색 바탕에 백호의 기습을 형상화한 카무플라주(위장복) 패턴을 입혔다. 원정 유니폼은 흰색 대신 바이올렛(보라)색을 택했고, 상의 전체에 꽃무늬 패턴을 넣었다.

무궁화로 추측되지만 나이키 측은 무슨 꽃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나이키 글로벌 풋볼의 한국 유니폼 담당 피터 어달은 “‘동물의 왕(백호)’과 ‘꽃의 왕’이 만난다는 콘셉트”라며 “꽃이 피어오르는 순간의 폭발적인 기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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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반응은 온도 차가 크다. “동양적인 신비로움과 우아함이 있다”는 팬이 있는가 하면, “시골 할머니 몸뻬 바지(일바지) 같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스포츠 유니폼에 꽃이 들어가는 것도 낯선데, 정체불명의 꽃에 BTS 덕분에 아이돌 팬덤의 상징색으로 굳어진 보라색까지 더해지니 “이게 콘서트 굿즈냐”는 반응까지 등장했다. 유니폼은 일반적으로 강렬한 색이 경기력에 좋다. 동료들에게 잘 보이는 가시성과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엔 보라 꽃무늬가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붉은악마 엠블럼을 제작한 장부다 디자이너는 홈 유니폼에 대해 “카무플라주 스타일이 한국 정서와 잘 맞고, 검은색 하의 매칭도 특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원정 유니폼은 냉정했다. “무슨 꽃인지 밝히지 않으니 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강렬한 패턴에 여러 색상이 들어가면 굉장히 어지럽다”고 했다. “하의의 연보라색 배색은 현대적 한복 색감이라 긍정적”이라는 말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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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맡은 건 1996년부터다. “얼룩말”(2020년 원정), “초등학생 미술 시간 작품”(2022년 원정), “소고기 마블링”(2025년 홈 유니폼)까지, 매번 논란이 뒤따랐다.

나이키의 위기론도 겹쳤다. 한때 넘볼 수 없던 글로벌 스포츠웨어 1위지만, 러닝·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아디다스와 신흥 브랜드에 빠르게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 마이클 조던, 타이거 우즈, 로저 페더러로 시장을 압도하던 시절이라면 어떤 디자인을 내놔도 “역시 나이키”로 통했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만 삐끗해도 “나이키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대한축구협회는 2020년 나이키와 2031년까지 2400억 원+α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 원투펀치 손흥민과 이강인은 아디다스 개인 후원 선수다. 대표팀 경기와 훈련 외에는 나이키가 이들을 앞세워 홍보조차 못 한다.

경쟁사 아디다스는 48개국 월드컵 본선 출전국 중 절반에 가까운 22개국의 유니폼을 후원한다. 독일은 1990년대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고, 주최국 멕시코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즈텍 디자인을 오마주한 유니폼으로 출시 직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진짜 문제는 유니폼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이라는 지적도 있다. 2020년 늠름하게 전신을 드러내던 백호를 없애고 얼굴만 전면으로 바꿨는데, “눈 감은 고양이”나 “유아틱한 수퍼 히어로” 같다는 비판이 5년째 가라앉지 않는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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