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왜 버티나 했더니…인판티노 FIFA 회장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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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62)의 ‘버티기’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정 회장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종용하는 정부와 “나가”라고 외치는 여론의 압박 속에서도 사퇴는커녕 4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을 아직 열어놓고 있다.
한 기업인은 “재벌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저런 수모를 감수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 정도로 축구협회장이 중요한 자리인가”라고 의아해한다.
정 회장이 협회장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에 대해 그가 축구를 가업으로 본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 ‘현대가’의 축구 사랑은 모두가 인정할 만큼 남다르다.
현대가는 K리그 구단만 세 개(울산 HD·전북 현대·부산 아이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 역시 부산 아이파크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정 회장이 사촌형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게 물려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축구협회를 명확한 후계 없이 물러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일각에선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등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일부 축구인들이 축구협회장 공석 가능성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것만 눈에 띈다.
정 회장이 한국 축구에 남길 자신의 유산을 지키겠다는 각오 때문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내년 완공이 기대되는 천안축구종합센터 사업이다. 총 12면의 축구장과 체육관, 숙소, 사무공간, 축구박물관 등이 들어서는 대사업이다. 천안시의 지원과는 별개로 축구협회가 쏟아부은 사업비만 1549억원(지난 8월 국회 제출 자료 기준)에 달한다. 축구협회는 615억원의 마이너스통장까지 개설했다. 정 회장은 천안축구종합센터가 프랑스의 클레르퐁텐처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지길 바라는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의 앞에 놓인 것은 가시밭길이다. 안방에서 A매치가 열릴 때마다 “정몽규 나가!”를 외칠 팬심이 부담스럽다. 정 회장 본인의 불명예를 넘어 한국 축구를 지원하는 12개 스폰서들에도 미안한 일이다.
든든한 방벽이 될 줄 알았던 축구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없지 않다. 축구계에서는 “현재 사태를 해결할 이는 정 회장뿐이다. 정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도 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축구협회 노조조차 4선은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남은 사업의 성공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이후 해결 방식 등의 잘못과 문제점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고집 역시 과거 ‘독재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한편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방한을 반전 카드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인판티노 회장은 오는 29일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연례 시상식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인판티노 회장은 2017년 방한 당시 정 회장과 함께 당선 초기인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전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도 있다. 이 자리에서 축구협회의 자율성을 강조한다면 정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민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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