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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던지는 공이잖아요"…도미니카전 2루타 안현민, 더 선명해진 큰 무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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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게이트=수원]

안현민은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은 타자 중 하나였다. 지난해 KBO리그 타격 거의 전 부문 상위권을 휩쓴 성적과 신인왕·골든글러브 수상 이력. 여기에 작년 11월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전에서 도쿄돔 담장을 두 차례나 넘긴 장면은 압권이었다. 당시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일본에서도 그렇게 멀리 치는 선수는 드물다"며 안현민을 "메이저리그급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낯선 4번의 무게, 자책으로 남은 타이완·일본전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치른 다섯 경기에서 안현민의 방망이는 기대만큼 뜨겁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타율 0.333(15타수 5안타) 1타점 3볼넷 7삼진, 장타율 0.400, 출루율 0.421. 결코 나쁜 숫자는 아니지만, 안현민이라는 이름값과 4번 타자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어딘가 아쉬운 성적이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 한 방이 터지지 않았고, 찬스에서의 임팩트도 부족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스카우트는 "기대를 많이 하고 지켜봤는데, 다소 반응이 늦는다는 느낌이다.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는 평을 들려주기도 했다.

안현민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6일 귀국해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 합류한 안현민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지만 WBC는 성적도 중요하다. 다음에는 8강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타격에 대해선 "타이밍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았다. 메커니즘은 나쁘지 않다고 느꼈는데 투수와 싸우는 단계에서 좋지 않았다"면서 "더 잘할 수 있는 경기가 분명 있었고, 잘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들도 있었다"고 입맛을 다셨다.

국가대표 4번 타자라는 왕관의 무게도 예상보다 무거웠다. 안현민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자리였다. 연습경기 때도 4번을 쳐본 적이 없었다"면서 "새로운 자리이니 더 잘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타이완(대만)전과 일본전의 기억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안현민은 "상대 팀 4번 타자들이 활약하며 결승타를 치고 이기는 모습을 봤다"며 "나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왔었는데, 연결하지 못해 맥을 끊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마음고생이 심했겠다는 질문에 안현민은 "안타까웠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다. 안현민은 "내가 못해서라기보다 그 중요한 두 경기를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며 "중심 타자로서 제 역할을 못 했기에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꼈지만, 이제는 털어냈다"고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아쉬움 속에서도 안현민의 천재성이 섬광처럼 번뜩인 순간은 있었다. 8강행 사활이 걸렸던 호주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은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했다. 8회 말 실점으로 6대 2 상황이 되면서 9회에 반드시 한 점을 더 뽑아내야만 이기고도 탈락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산체스 공? 적응할 수 있을 것...빠른 공 대비 많이 해둘 생각"

한국의 0대 10 완패로 막을 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에서도 안현민은 홀로 빛났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른 크리스토퍼 산체스는 이날 5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대표팀과 KT 동료 고영표조차 "빠르게 꺾이는 싱커를 보며 벽을 느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하지만 안현민은 이 '난공불락'의 산체스를 상대로 4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작렬했다. 이날 경기 양 팀이 생산한 34개의 인플레이 타구 중 가장 빠른 시속 174.9km의 총알 같은 타구였다. 베이스볼서번트가 평가한 기대타율은 무려 0.780이나 됐다. 정작 안현민은 "어느 경기든 안타 자체는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도 "두고두고 기억해서는 안 될 경기였다"며 개인의 성취보다 팀의 패배를 먼저 돌아보는 성숙함을 보였다.

만약 훗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산체스 같은 투수들을 매일 매 타석마다 상대해야 할지 모른다. 이에 대해 안현민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아서 멘탈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상대해보니 그 정도 레벨이 되면 적응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빠른 공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할 생각이다. 사람이 던지는 공이니까"라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더 큰 무대에 대한 목표도 더 선명해졌다. 안현민은 "그 꿈은 WBC 같은 큰 대회에 못 나가도 원래 갖고 있었던 꿈"이라면서 "이번에 대회에 나가 그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니 더 좋다고 많이 느꼈다"고 했다. 또 "성취감을 느끼자마자 너무 큰 아쉬움이 몰려왔다. 힘들게 올라갔는데 허무하게 깨진 느낌이 있다. 아쉬움보다 허무함이 컸다"며 지난 대표팀에서의 시간을 돌아봤다. 

이제 WBC라는 폭풍우는 지나갔고 다시 '마법사'의 유니폼을 입을 시간이다. 올 시즌 5강 재진입을 노리는 KT 타선엔 반드시 안현민의 활약이 필요하다. 안현민은 "작년이랑 달라질 건 없다. 똑같이 열심히 치고 수비 실수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며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현민은 이날 바로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목표가 더욱 뚜렷해진 만큼, 무엇을 해야 할지도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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