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 뒤덮은 '이승엽 나가', 본질 놓친 맹목적 OUT 옳은가…'이상과 현실 괴리' 윈 나우 방향성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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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2024년 두산 베어스는 끝내 용두사미로 끝났다. 전반기 초반 한 때 1위 자리까지 넘봤던 두산은 후반기 5강 탈락 위기에도 몰렸다. 가까스로 4위 자리를 사수했지만,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최초 업셋 허용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과적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두산에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지난 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종료 뒤 이승엽 감독을 향한 현장의 원성도 피할 수 없었다.
엑스포츠뉴스 취재에 따르면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종료 후 일부 두산 팬은 잠실야구장 중앙출입구 인근에 모여 이승엽 두산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승엽 나가!"를 외치는 원색적인 구호도 있었다. "이승엽 나가"를 외친 팬들의 숫자는 200여 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잠실구장 안에 있던 선수단과 코치진에도 이 소식이 들렸을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굴욕과 슬픔 속에서 두산의 2024시즌이 끝났다.
과연 이승엽 감독이 오롯이 모든 비판과 비난을 받아야 하는 존재일까. 이 감독은 올 시즌 비교적 강한 스몰볼 경향과 시즌 내내 이어진 불펜 과부하 현상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경기 초반부터 작전을 펼치는 동시에 선발 투수 퀵 후크와 불펜 조기 투입 경향을 시즌 내내 이어가는 건 분명히 지적할 만한 요소였다. 결과적으로 불펜진 과부하 현상이 발생했다. 올 시즌 리그 불펜 이닝 1위(600.1이닝)과 더불어 2연투 숫자 리그 2위(140차례), 멀티 이닝 숫자 리그 3위(144차례)에 위치했다.
고졸 신인 데뷔 시즌에 나선 김택연을 40~50이닝 사이로 이닝 관리를 하려던 계획도 결국 어그러졌다. 그나마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으면서 강제 관리가 됐지만, 김택연은 데뷔 첫 시즌부터 60경기-65이닝 소화로 쉽지 않은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거기에 좌완 필승조 역할을 유일하게 맡았던 이병헌은 시즌 77경기 등판으로 노경은(SSG 랜더스)과 함께 올 시즌 최다 등판 공동 1위에 올랐다.
결국, 후반기를 지날수록 전반적인 팀 경기력이 떨어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리즈에서 그나마 시즌 동안 가장 빛났던 불펜진이 버텼지만, 팀 타선이 18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충격적인 기록과 함께 가을야구에서 허망하게 퇴장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은 책임을 지는 자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이 오롯이 모든 책임을 지고 일부 팬의 요구대로 혼자서 나가면 두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지는 의문이다.
2024시즌 성적의 책임은 구단도 피할 수 없다.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사실상 중도 하차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서 현장의 시즌 운영도 꼬일 수밖에 없었다. 현장이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외국인 선수 부상과 부진에 있다.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를 라울 알칸타라 첫 부상 공백 때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점과 함께 야심차게 결정한 시라카와 케이쇼 영입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방점을 찍었다.
팀 타선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오재원 쇼크'로 1.5군급 선수들이 다수 이탈하면서 1군 야수진 운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두산 구단이 야수 육성에 큰 재미를 못 봤던 여파가 유독 크게 다가온 한 해였다. 그렇다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 야수진 보강을 결정하지도 않았다.
여러모로 크나큰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윈 나우 기조'에도 마치 구단은 손을 놓은 듯한 의아한 흐름이 이어졌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두산을 두고 "1군 현장에는 소위 말하는 구단과 긴밀한 프랜차이즈 출신 인사가 거의 없다. 그리고 구단과 현장이 올 시즌 호흡이 맞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런 경우 서로 '탓'을 하면서 떠넘기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팀 타선이 대부분 베테랑 FA 야수들로 채워진 점도 고민해야 한다. 구단과 현장 모두 야수 기용에 있어 FA 선수들에게 먼저 우선권을 주고 기용할 수밖에 없다. 이건 KBO리그 대부분 구단의 분위기다. 하지만, 연이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두산 구단이 원했던 올 시즌 팀 타선 그림은 분명히 아니었다.
이승엽 감독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종료 뒤 "아무래도 (김)재호도 마찬가지고, (양)석환이, (김)재환이, (정)수빈이 등 베테랑 위주다 보니까 어린 선수들과 경쟁 체제가 아직 되지 못한다.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지 못하고 베테랑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주전급과 백업의 경험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이 격차를 줄이느냐에 따라 강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시즌이었다"라며 풀리지 않는 야수진 고민을 토로했다.
사실상 야수진 중간 세대에서 제대로 자리 잡은 선수는 FA 보상선수로 데려온 내야수 강승호뿐이다. 그 아래 세대는 실력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다. 과거 2010년대 초반 화수분 야구처럼 베테랑 주전이 빠지면 다음 세대가 곧바로 빈자리를 채우는 장면이 나올 리 만무했다. 베테랑과 신예가 적당한 긴장감 속에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팀 타선 그림은 두산에 나올 수 없었다.
물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성과로 드래프트 픽 순서가 뒤로 밀린 점도 감안을 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은 윈 나우 기조를 이어가며 대형 FA 계약을 다수 성사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FA 야수들과 젊은 투수들의 조화를 통해 지속적인 윈 나우를 꿈꿨지만, 현실과 이상은 꽤 크게 달랐다. 오히려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다가오는 미래가 더 불투명해졌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문제점이 누적된 상황에서 감독 한 명만 바뀌면 모든 일이 해결될 수 있을까. 야구란 게 한 사람만 바뀐다고 모든 게 해결된다면 그건 진짜 야구가 아니다. 본질을 놓치고 그렇게 넘어간다면 그 팀은 거기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뿐이다. "오래 전 내가 알던 그 두산 베어스가 이제 아닌 것 같다" 한 구단 내부인의 아쉬움을 모든 구단 구성원이 깊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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