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패 투수가 15승 에이스를 꺾다니…150km 역투 대반전, 이것이 쿠에바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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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정규시즌 최다패 투수가 다승왕을 꺾었다. 이것이 가을의 묘미가 아닐까. 포스트시즌의 시작을 알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한 선수는 KT 위즈의 외국인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4)였다.
쿠에바스는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동안 쿠에바스는 '큰 경기에 강한 사나이'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그가 승리할 확률은 극히 낮아보였다. 우선 쿠에바스와 맞대결에 나선 두산 선발투수는 곽빈이었다. 곽빈은 올해 15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등극한 두산의 에이스. 무엇보다 곽빈의 승리를 점친 이들이 많았던 것은 곽빈이 올해 정규시즌에서 KT를 상대로 6경기에 나와 35⅔이닝을 던져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반면 쿠에바스는 기대 요소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해 18경기에서 114⅓이닝을 던져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승률왕에 등극했던 쿠에바스는 올해 31경기에서 173⅓이닝을 투구하며 7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을 남긴 것이 전부였다. 쿠에바스의 12패는 이재학(NC)과 더불어 리그 최다패에 해당했다. 승률왕이 하루 아침에 최다패 투수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최근 투구도 결과가 매우 좋지 못했다. 쿠에바스는 9월에만 4경기에 나서 16⅓이닝을 던져 1승 1패 평균자책점 7.1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수원 키움전에서도 3⅓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고 두산전에 강한 것도 아니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 나온 쿠에바스는 14이닝을 던져 1승 2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한 것에 그쳤다.
하지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었다. KT는 1패만 해도 가을야구가 끝나는 상황. 쿠에바스는 '오늘은 정규시즌 중 1경기'라고 되뇌이며 두산 타선을 공격적으로 상대했고 최고 구속 150km에 달하는 빠른 공과 날카로운 커터를 앞세워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KT가 1회초 4-0 리드를 가져가면서 쿠에바스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쿠에바스는 1회말 무사 1,2루 위기에 놓였지만 제러드 영을 1루수 직선타 아웃, 김재환을 1루수 땅볼 아웃, 양석환을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3회말 1사 2루 위기에서도 쿠에바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재호를 우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한 쿠에바스는 제러드를 시속 148km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면서 삼진 아웃으로 처리,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바로 쿠에바스의 6회말 투구였다. 1사 1,3루 위기에 몰린 쿠에바스는 김재환을 상대로 시속 128km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 아웃을 잡았고 양석환을 상대로 시속 142km 커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처리, 두산의 희망을 완전히 꺾는데 성공했다. 쿠에바스는 6회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면서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KT 팬들에게 '일어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KT는 4-0으로 승리했고 오는 3일 잠실야구장에서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쿠에바스의 호투가 없었다면 양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의 투구가 마치 2021년 1위 결정전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쿠에바스는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면서 "큰 경기에 나가도 정규시즌 중 1경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던진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이어지는 것 같다. 너무 큰 경기라 생각하면 많은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쿠에바스가 6회를 마치고 포효하면서 팬들에게 '일어나라'는 제스처를 취한 이유도 궁금했다.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 땅볼도, 플라이도 아니고 꼭 삼진 아웃을 잡고 싶었다"라는 쿠에바스는 "팬들을 향한 것도 있지만 동료들에게도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 제스처를 취했다"라고 그 이유를 전했다.
과연 KT가 0%의 확률을 뚫고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KT는 오는 3일 오후 2시부터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치른다. KT가 예고한 선발투수는 웨스 벤자민. 두산은 좌완투수 최승용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쿠에바스는 덕아웃의 응원단장으로 변신해 동료들에게 아낌 없는 응원을 보낼 계획이다. "내일(3일)은 우리 팀의 치어리더로서 많은 응원을 보내겠다"는 것이 쿠에바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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