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은퇴식 왔던 김강민, 은퇴 결심 굳힌 뒤였다…레전드 품격, 한화에 부담 주지 않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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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투수 정우람(39)을 위한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다. 내년부터 새 야구장으로 옮길 한화에 있어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마지막 경기였고, 정우람의 은퇴식과 함께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이날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는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부상이나 다른 이유로 현재 1군에 없는 한화 선수들도 많이 찾았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최고참 외야수 김강민(42)이었다. 밝은 표정으로 선수단은 물론 구단 관계자들과 인사한 김강민은 이미 결심을 굳힌 뒤였다.
한화는 2일 은퇴 선수 포함 7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정우람뿐만 아니라 김강민과 이명기도 은퇴 의사를 밝혔고, 이날 공식 발표됐다. 1982년생으로 오승환(삼성), 추신수(SSG)와 함께 KBO리그 최고령 선수였던 김강민이 현역 은퇴를 결정한 것이다.
김강민은 올 시즌 올 시즌 1군 41경기 타율 2할2푼4리(76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5월에 15경기 타율 4할3푼3리(30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활약했지만 6월2일 대구 삼성전에서 코너 시볼드의 강속구에 헤드샷을 당했고, 어지럼증으로 열흘을 쉬어야 했다.
헤드샷 후유증으로 1군 복귀 후에도 좋을 때 감을 찾지 못했다. 지난 7월18일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1군은 물론 퓨처스리그 경기도 뛰지 않았다. 8월까지 1군 선수단과 동행한 김강민은 배팅볼을 던져주며 후배들의 훈련을 도왔다. 퓨처스 팀에 내려가서도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시즌을 마쳤다.
햄스트링 상태도 좋지 않았고, 선수로서 마지막을 준비했다. 마음속으로 은퇴 결심을 굳혔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시즌 말미부터 선수가 은퇴 의사를 몇 차례 보였다. 구단도 선수 의사를 존중해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미 은퇴를 결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후배 정우람의 은퇴식을 찾은 김강민도 후련한 마음으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거취 결정이 늦어지면 구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시즌 막판에 먼저 은퇴 의사를 전했다. 베테랑 선수로서 품격을 보여준 마무리다.
한화 관계자는 “그 부분에 있어 김강민 선수에게 상당히 고맙다. 구단에서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선수가 스스로 먼저 얘기해줬다. 우리 팀에 오래 있었던 건 아니지만 1~2군을 오가며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준 부분이 앞으로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1년 그 이상의 몫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경북고 출신 우투우타 외야수 김강민은 2001년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강한 어깨와 빠른 발을 앞세운 폭넓은 외야 수비로 ‘짐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7년부터 1군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은 뒤 SK 왕조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2010년 115경기 타율 3할1푼7리(401타수 127안타) 10홈런 72타점 23도루로 활약하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이후 SK와 두 번의 FA 계약을 맺으면서 롱런했다. 엄청난 수비 범위뿐만 아니라 찬스에 강한 클러치히터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SSG로 간판을 바꾼 뒤에도 베테랑으로 건재함을 알렸다.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폭발하며 MVP를 차지했다. SK-SSG 소속으로 2007·2008·2010·2018·2022년 무려 5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며 인천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난해 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35인 보호선수명단에 들지 못했고, 한화가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깜짝 지명하면서 23년 원클럽맨 커리어가 끝났다. 김강민은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결정했고, 하루아침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은 SSG 팬심은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24번째 시즌에 한화라는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시작한 김강민은 비록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며 24년 프로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었다.
비록 SK-SSG 원클럽맨 커리어는 이어가지 못했지만 김강민이 23년간 인천에서 쌓아올린 커리어와 추억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한화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SSG 색채가 강한 선수다. 지난 3월26일 인천 경기에서 김강민이 타석에 들어서자 양 팀 관중들이 다 같이 응원가를 부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잠실 KT전에서 두산 선수로 은퇴식을 가진 더스틴 니퍼트처럼 김강민에게도 비슷한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거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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