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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을 밀어줘"…외신도 주목한 최민정의 용서, 심석희 펑펑 울린 기적의 3000m [2026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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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 기적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의 왕좌 탈환이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심석희(서울시청)는 빙판 위에 주저앉아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준 '주장' 최민정(성남시청)은 그런 심석희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메달의 색깔보다 두 선수가 엮어낸 화해의 서사가 세계를 더 짙은 감동으로 물들인 순간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전 당시 두 선수는 레이스 도중 충돌하며 함께 빙판에 넘어졌다. 비극은 빙판 밖에서 더 크게 번졌다.

2021년, 심석희가 당시 코치와 나눈 개인 메시지가 유출되며 최민정을 향한 비하 발언과 이른바 고의 충돌을 암시하는 단어를 언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가장 믿었던 동료의 배신에 최민정은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빙상연맹은 심석희에게 2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고, 그는 결국 2022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후 두 선수가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되어도 계주에서 직접 터치하는 일은 철저히 배제됐다.

체격과 힘이 가장 좋은 심석희가, 몸이 가볍고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최민정을 밀어주는 것이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필승 공식'이었지만, 굳게 닫힌 마음의 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대표팀의 성적은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월드투어 노골드 수모까지 가파르게 추락했다.






닫혀있던 '최강 조합'의 봉인이 풀리자 빙판이 요동쳤다. 19일 열린 결승전, 한국은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지는 여파에 휘말려 4개 팀 중 3, 4위권으로 크게 처지는 암울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결승선까지 10바퀴, 그리고 4바퀴를 남긴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심석희가 최민정을 향해 다가갔다.

심석희가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최민정의 엉덩이를 강하게 밀었고, 추진력을 얻은 최민정은 쏜살같이 인코스를 파고들며 순식간에 2위로 올라섰다.

이 위대한 '터치'가 역전 드라마의 발판이 되었고,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완성했다.






그는 많이 망설이면서도 "(최민정이) 개인전 준비를 하는 데에도 많이 바쁠 텐데, 계주까지 개인전보다 정말 더 많이 생각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게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힘든 부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런 부분들까지 정말 많이 노력해 줘서 고맙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의 대범한 용서와 심석희의 참회의 눈물이 빚어낸 이 금메달은 단순한 올림픽 1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외신들조차 매료된 이 한 편의 스포츠 영화는, 상처를 딛고 하나 된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이 왜 여전히 세계 최강인지를 전 세계에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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