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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아, 이제 女帝는 너야… 내 기록 깨줘서 너무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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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아, 이제 女帝는 너야… 내 기록 깨줘서 너무 기뻐”




최민정(28)이 19일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쇼트트랙 역대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6개)을 새로 썼다. 깨질 것 같지 않았던 ‘전설’ 전이경(50)의 기록(5개)을 끝내 넘어섰다. 1994 릴레함메르, 1998 나가노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동메달 1개를 거머쥔 전이경은 30년 가까이 짊어지고 있던 ‘쇼트트랙 여제’의 왕관을 후배에게 물려주게 됐다. 전이경이 본지를 통해 후배 최민정을 향한 편지를 보내왔다.

사랑하는 후배 민정에게.

고백하자면, 경기가 새벽이라 졸음과 싸우며 계주 경기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어. 동이 트는 아침에 눈을 떠 급히 결과를 확인했지 뭐니. 사실 나는 지금 항암 치료 중이라 체력이 바닥이란다. 치료 막바지로 건강을 찾고 있으니 걱정은 안 해도 돼. 경기 결과를 알고도 떨리는 마음으로 영상을 봤어. 네덜란드 선수에게 막혀 넘어질 뻔했을 땐 마음이 철렁했고, 막판에 네가 ‘축지법’ 같은 질주로 기어코 2위 자리를 차지했을 땐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어. 금메달을 확정했을 땐 쇼트트랙 선배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마음이 벅차올랐단다.

올림픽 최다 메달, 쇼트트랙 첫 세 대회 연속 금메달. 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부담이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나도 올림픽을 앞두고는 방송·신문 등을 일부러 보지 않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던 기억이 나네. 내가 그 시기를 거치면서 깨달았던 건,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의미가 있다는 것,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거였어. 민정이는 똑똑하니 이미 다 깨닫고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온 것 같아.

문득 너의 대표팀 초년병 시절 생각이 나네. 웃음기 하나 없이 묵묵히 훈련에만 몰두하던 민정이. 내심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나는 타고난 재능이 부족해 연습으로 그 격차를 메우려 하던 선수였는데, 민정이 너는 누가 봐도 천재성을 갖춘 선수였어. 그럼에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했지. 요즘 국제 무대는 내가 뛰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치열해졌지만, 10년 넘게 한결같이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너를 보면 참 뿌듯하고 대견하단다.

특히 올림픽은 실력만으로 되는 무대가 아니잖아. 수많은 변수와 운이 맞아야 하지. 하지만 그 운은 언제나 민정이 같이 준비된 선수에게 온다고 믿어. 아마 하늘도 이번에 너의 노력을 알아준 게 아닌가 싶어. 그동안 네가 보여준 열정은 후배들에게 늘 귀감이 될 거야.

누구는 내 기록을 민정이가 깬 게 아쉽지 않냐고 하는데, 30년 정도 지났으면 이제 깨질 만하지 않니? ^^. 뻔한 말이지만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거고, 훌륭한 후배가 뒤를 이어줘서 정말 아쉬움 하나 없이 너무 기쁘다. 민정아, 너는 이미 한국 쇼트트랙의 큰 자부심이야. 남은 1500m도 늘 그래 왔듯 최선을 다해서 이번 올림픽의 멋진 피날레를 장식해 주길 기대해 볼게. 그간 너무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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