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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왜 처음부터 치고 나가지 않나요?” 女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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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왜 처음부터 치고 나가지 않나요?” 女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로 답했다




이번에도 통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강점을 내세워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노도희(화성시청), 심석희(서울시청)는 19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4초01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을 차지했다.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꼽힌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서는 좀처럼 금메달을 보지 못했다. 앞서 임종언과 김길리가 1000m 남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황대헌이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게 다였다. 세계 최강의 기량을 자랑하는 한국 대표팀에게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대표팀이 고수해왔던 전략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됐다. 한국 쇼트트랙은 그동안 경기 후반에 치고 나가는 방식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지칠 때 틈을 노려 후반 역전을 꾀했고, 이 작전이 잘 먹혔다. 지구력과 테크닉을 모두 가진 한국 대표팀만이 가진 고유의 기술이었다.

곽윤기 JTBC 해설위원도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처음부터 빨리 달리면 되는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많이 받는데 뒤에서 기다리다보면 앞에 있는 선수들이 경합을 한다. 그 틈을 하나씩 보면서 올라가는게 지혜로운 경기 운영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마지막에 추월을 잘 하니까 외국 선수들이 처음에 힘을 많이 쓰다보니 실수가 나고 오버 페이스가 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 운영 방식도 발전을 했다. 특히 빙속에만 강점을 보였던 네덜란드가 쇼트트랙에서도 두각을 드러냈고 캐나다, 이탈리아 등도 급성장했다. 게다가 서양 선수들은 피지컬적인 면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이들이 레이스 초반부터 치고 나가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한국 대표팀을 견제하다보니 경기를 풀어내기가 어려워졌다. 실제로 이번 대회 여자 1000m에서 김길리와 최민정 모두 초반부터 뒤쪽으로 밀려났고 역전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김길리는 레이스 막판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가도 바로 이 자리를 내주면서 3위에 머물렀다.

현역 시절 경기 후반부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는 강점을 내세워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진선유 단국대 코치는 “외국 선수들이 이전에는 속도를 초반에 내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1000m 가까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초반부터 빨리 자리 선점을 하다보니까 우리 나라 선수들이 자리를 정하기가 힘들다. 중간에 느려지는 타이밍을 노려야하는데 이미 외국 선수들이 앞에서 견제까지 하다보니까 쉽지 않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왜 처음부터 치고 나가지 않나요?” 女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로 답했다




그러면서 ‘타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선유 코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속도는 뒤지지 않는다. 타이밍만 잘 잡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하면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날 여자 계주에서는 네 명의 선수들의 호흡을 맞춰 후반 역전 타이밍을 노렸다.

레이스 초반부터 중반까지 3위에 자리하던 대표팀은 상대 선수들이 체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결승선 16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가 넘어져 뒤따르던 최민정에게 접촉하는 상황이 생겨 선두 그룹과 잠시 거리가 멀어졌지만 이내 격차를 좁혔다. 이어 김길리, 노도희, 심석희가 선두 그룹을 따라잡았다.

기다렸던 ‘역전 드라마’는 결승선 4바퀴를 남겼을 때 시작했다. 심석희가 최민정을 힘껏 밀어주면서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최민정이 2위 자리를 지키며 배턴을 김길리에게 넘겼고 김길리가 인코스를 파고들어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를 제쳤다. 김길리는 결승선까지 전력으로 달려 대미를 장식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늘 선보였던 짜릿한 그 장면이었다.

각자의 역할도 제대로 소화한 덕분이다. 1번 주자인 김길리는 인코스를 파고드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세워 해결사 역할을 했고 2번 주자인 최민정은 노련함을 자랑했다. 노도희도 레이스의 흐름을 잘 지키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가장 키가 큰 심석희는 ‘푸시 우먼’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경기 후 김길리는 “무조건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역전할 수 있는 길이 딱 보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왜 처음부터 치고 나가지 않나요?” 女 쇼트트랙 대표팀이 금메달로 답했다




김하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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