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밀고 버틴다"… 韓 쇼트트랙, '기적의 막판 역전'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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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장. 이번 대회 내내 한국 대표팀의 레이스에서 가장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은 바로 '마지막 바퀴의 기적'이다.
그동안 한국 쇼트트랙은 체력을 비축하며 뒤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결승선을 한두 바퀴 남기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교한 코너링으로 상대를 제치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밀라노 대회에서는 이 공식이 철저히 깨지고 있다.
원인은 명확하다. 경쟁국들의 '힘'과 '스피드'가 한국을 압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 쇼트트랙의 트렌드는 '기술'에서 '파워'로 넘어갔다.

남자 1000m 결승의 임종언도 마찬가지였다. 레이스 내내 4~5위에 머물다 막판 혼신의 아웃코스 역전을 시도했으나, 앞에서 버티는 경쟁자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자 1000m의 김길리 역시 결승선 2~3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갔으나, 곧바로 이어진 혼전 상황에서 상대방과의 몸싸움에서 튕겨져 나가며 곧바로 3위로 내려앉았다. 선두가 채 1바퀴를 유지하지 못했다.
과거라면 상대를 제치고 나갔을 타이밍에, 이제는 상대가 힘으로 버티거나 오히려 더 강하게 밀고 들어온다. 관대해진 몸싸움 판정 기준도 피지컬이 좋은 서구권 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손을 사용하거나 레인체인지 반칙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반응하지만 정상적인 레이스의 몸싸움은 관대하게 넘어간다.

그만큼 레이스 주도권을 뺏겼다는 의미다. 항상 기술적인 코너링을 통해 막판 여전을 노렸지만, 그것을 해낸 사례는 이번 대회에서 아직 없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통의 강호였던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들이 이번 대회에서 동반 부진에 빠진 반면,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구권 국가들은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가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반트바트우의 2관왕 등을 비롯해서 개인전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쓸어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노골드에 그친다면 이는 쇼트트랙의 패권이 완전히 서구쪽으로 이동했음을 알리는 첫번째 대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한국 쇼트트랙에 남은 기회는 단 3종목뿐이다. 남녀 계주와 여자 1500m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계주에서의 경기력이다. 개인전과 달리 계주에서는 시원한 질주를 보여줬다. 한국이 레이스를 주도했고 전체적인 스피드와 호흡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전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노골드'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맛보게 될 수도 있다.

단순한 스피드 경쟁을 넘어, 거칠어진 몸싸움과 인코스를 버티는 힘의 대결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야 한다.
과연 한국 쇼트트랙은 남은 3번의 기회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밀라노의 빙판이 한국 선수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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