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우육탕, 유람선...'롯데 도박 4인방'이 타이난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들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 조회
- 목록
본문

[더게이트]
롯데 자이언츠 선수 4명의 타이완(대만) 도박 파문을 바라보는 야구인과 야구계 종사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반 팬들의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거나 '엄중히 징계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부 온정적인 분들 중에 '운이 나빴다'거나 '한 번의 실수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됐다'라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아예 없지는 않다. 성추행 오해만 아니었다면 적발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간 게 잘못이 아니라 걸린 게 잘못'이라는 말도 들어봤다. 일본가서 파친코를 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방어 논리도 나온다.
인정한다. 선수들도 사람이고, 캠프 기간에 나름 스트레스도 받으며 가끔은 숨 쉴 구멍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 모르지 않는다. 과거 선배들 중에 캠프 휴식 시간 내내 파친코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꽤 많았다는 사실, 어떤 선수나 코치를 찾으려면 파친코에 가면 된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았던 것, 특정 치료원을 즐겨 찾는 이유가 실은 파친코 때문이라는 우스개가 야구계에 돌았던 것도 모르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옛날에는 캠프 기간 정말 할 게 없어서 파친코라도 했다고 치자. 지금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과거를 소급 적용하면 그런 문제가 한둘인가. 음주운전을 해도 별문제가 안 되고 사생활 문제도 그냥 넘어가던 '야만의 시대'가 있었으니까. 관광 산업이 발달하지 않고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 일본어도 모르고 지역에 대해 아는 것 없는 선수들이 보는 눈도 적고 아는 사람도 없는 환경에서 파친코를 찾는 행위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외딴섬에 갇힌 KIA도 알차게 시간 보내는데...
'할 게 없어 심심했다'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이는 '외딴섬' 아마미오시마에 캠프를 차린 KIA 타이거즈 사례로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그곳은 쇼핑몰 한 곳이 전부인 적막한 동네다. 역사 유적도, 맛집도, 야시장도 없다. 그럼에도 KIA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일을 건강하게 보낸다. 숙소 인근에서 낚시하며 담소를 나누고, OTT로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동기들과 소박한 카페를 찾아다닌다. 심심한 환경에서도 시간을 알차게 보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 애리조나, 호주에 캠프를 차린 선수들 역시 아웃렛 쇼핑이나 햄버거 맛집 탐방, 그랜드 캐년 관광을 즐기지 불법 오락실을 찾지는 않는다. 몇해전 호주 캠프에서 만났던 롯데 고참 선수는 '휴일에 뭐 하느냐'는 질문에 '숙소 근처 카페와 맛집을 하나씩 다 가본다'고 했다.
아마미오시마나 애리조나에 비하면 타이완 타이난은 최고의 관광지다. 아무 여행책만 펴봐도 타이난에 가본 적 없는 사람조차 할 게 얼마나 많은지 금방 알 수 있다.
역사 유적: 1624년 네덜란드인이 세운 '안핑고성', 정성공의 동녕왕국 수도였던 이곳에 남아 있는 300년 역사의 성문들, 타이난 운하 유람선, 19세기부터 이어진 수로를 따라 즐기는 그림 같은 풍경, 챠오터우 해변의 석양. 이 모든 것이 롯데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경과 문화: 위엔진항에서의 산책이나 자전거 투어, 후토우산에서 내려다보는 타이난의 야경, 하이안로의 주점과 예술 점포, 신농거리의 300년 역사 흔적. 밤 문화가 없다는 건 천만에 말씀이다.
야시장과 먹거리: 화원, 다둥, 샤오베이, 우성 등 '타이난 4대 야시장'이 즐비하다. 마라오리피, 취두부, 카오샤오쥐안을 맛보며 현지 열기를 만끽하기엔 하루가 모자란다. 새벽부터 줄을 서는 우육탕, 저렴한 돼지고기 군만두와 밀크티, 러우위웬 등 먹거리도 지천이다.

바카라 아니어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바카라를 즐기는 사람이나 장소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모를 리 없다. 프로야구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그런 곳에 발을 들일 이유가 있나. 평소 어떤 생활을 하기에 캠프 중인 짧은 기간에도 그 충동을 참을 수 없었을까. 바카라를 즐기는 사람들은 외국 나가서 한 번 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작년에도 같은 곳을 방문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건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
더구나 KBO는 이달 1일 선수단에 '카지노·파친코 출입 금지'를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스프링캠프 출발 전 관련 제재 규정까지 첨부해 통보했다. 몰라서 한 게 아니다. 알면서도 한 것이다.
야구선수를 바라보는 사회적 잣대가 달라졌다. 음주운전이나 비행이 유야무야 넘어가던 시절은 끝났다. 도박 역시 전처럼 가벼운 여흥이나 관광지 오락으로 치부하기엔 대중의 인식이 너무 엄격해졌다. 도박으로 신세 망친 유명인이 한둘인가.
특히 최근 새로 유입된 'NEW 야구팬'들의 시선은 더욱 냉정하다. 2~30대 여성이 주축인 이 팬층은 '야구만 잘하면 그만'이란 기준으로 선수를 보지 않는다. 큰 사랑을 보내다가도, 선수가 사회적 평균에 못 미치는 '쎄한' 말과 행동을 하면 차갑게 돌아선다.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라는 게 아니다. 일반인이 해도 문제가 될 행동을 했을 때 더 큰 지탄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프로 선수는 팬들의 사랑으로 산다. 그렇다면 어둡고 음침한 곳, 백해무익한 장소, 들키면 손가락질받을 곳은 애초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유흥업소나 불법 오락장 같은 의심스러운 세계는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최소한의 직업윤리다. 그게 싫다면 프로 선수를 하면 안 된다. 롯데 선수들은 이제야 그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고 있을 것이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