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구창모→문동주→원태인 도미노 낙마… 韓 뭘로 싸우나, ‘또 망신’ 복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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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초창기까지만 해도 국제 무대에서 깜짝 이변을 일으켰던 한국 야구는 근래 들어 WBC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2017년, 그리고 2023년까지 세 개 대회 연속 예선 탈락의 수모를 맛봤다.
아시아 최강인 일본 야구와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고 있고, 그간 그래도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대만·호주는 이제 호시탐탐 한국 추월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2023년 대회 당시에도 결국 호주에게 발목이 잡히면서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리고 그 2023년 대회의 문제점은 역시 마운드였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큰 경기를 잡아줄 만한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다.
2026년 대회를 앞두고 나름 기대가 걸린 것도 이 선발진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만한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발 투수들이 대회에 대기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강 투수인 안우진(27·키움)이 병역을 마치고 이번 대회에는 나설 수 있었고, 구창모(29·NC) 또한 정상적인 시즌 준비가 기대를 모았다. 두 선수는 지난해 제대해 원래대로라면 2026년 WBC를 앞두고 깔끔한 준비가 되었어야 했다.
여기에 근래 들어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게 실적을 낸 선발 원태인(26·삼성), 시속 160㎞의 벽을 돌파하며 폭발력 측면에서는 최고라는 문동주(23·한화)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이 네 선수는 어느 시점에 리그 에이스급 ‘고점’을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로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예선전에서는 수준급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쿼텟이었다.

여기에 불펜에도 박영현(KT)을 필두로 조병현(SSG), 정우주(한화) 등 강력한 구위와 마무리 경험까지 갖춘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들이 든든했다. 이 전력에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선수를 포함해 역대 최강 마운드를 구축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었다. 한국 야구 마운드가 드디어 ‘류김양’ 시대를 지나 세대교체를 완성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WBC는 그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정작 KBO리그 최고 투수들이 이번 대회에 부상 및 개인 사정으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마운드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 데인 더닝, 라일리 오브라이언이라는 한국계 투수들을 추가했지만 최고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특히 선발진의 누수가 너무 크다. 65구 투구 수 제한이 있는 대회라 경기 초반을 효율적으로 끌어줄 에이스들이 급한데, 이들이 빠지면서 불펜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회 전망도 급격하게 어두워지고 있다.
안우진은 2022년 30경기에서 196이닝을 던지며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최고 재능으로 우뚝 섰다. 2023년에도 팔꿈치 부상 이전까지 24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 후 입대했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훈련을 하다 오른 어깨를 다쳤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훈련이었다는 점에서 리그가 받은 충격은 컸다. 지난해 제대 후 예열을 마치고, 올해는 다시 리그 에이스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정작 지금도 재활 중이다. WBC 출전이 일찌감치 무산됐고, 리그 개막전 등판도 어렵다. 학교 폭력 이슈로 징계를 받아 나설 수 있는 국제 대회가 WBC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우진의 전성기를 국제 무대에서 확인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건강하면 리그 최고의 좌완으로 뽑히는 구창모는 잦은 부상 전력으로 이번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구창모는 2020년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4, 2021년 1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0, 2022년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하는 등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면 리그 에이스급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너무 부상이 많았고, 아직 100% 컨디션이라고는 할 수 없는 만큼 시즌 전 열리는 이번 대회 출전이 다소간 부담스러웠다. 끝내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며 시즌 준비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역시 대표팀으로서는 큰 손실이었다.
이에 문동주 원태인에게 걸리는 기대가 컸다. 일본전은 던지더라도, 가장 중요한 대만전이나 호주전과 같이 중요한 경기에 나가는 필승 카드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원태인은 지난해 리그 국내 선발 투수 중 가장 안정적인 성과와 운영을 선보인 선수고, 문동주는 구위 하나는 대표팀이 보유한 최고 투수였다. 원태인이 앞에서 끌고, 문동주가 뒤에서 밀어 2위 경쟁자인 대만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을 법했다.
그러나 두 선수마저 부상으로 낙마하며 류지현 대표팀 감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문동주는 올해 캠프 첫 불펜 피칭에서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두 번째 불펜 피칭에서 22구를 던지며 다시 힘을 냈지만, 4일 세 번째 불펜 피칭을 앞두고 다시 어깨가 아파 피칭을 중단했다. 이 소식은 처음부터 한화와 대표팀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었고, 결국 6일 발표된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검진 결과 어깨 염증으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는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아직 공을 잡지 못한 단계다. 3월 초 열리는 WBC를 앞두고 정상 컨디션 구축이 어렵다고 봤다. 대표팀은 그렇게 현시점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구위를 잃었다.

여기에 홀로 남은 에이스 원태인까지 중도 낙마했다. 최종 명단에 들어간 원태인 또한 캠프 도중 팔꿈치에 통증이 있어 투구를 중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5일 “원태인이 부상으로 WBC 참가가 어려워졌다”며 “대체 선수로 LG 트윈스 유영찬을 확정하고 WBC 조직위원회에 선수 교체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삼성 구단에 따르면 원태인은 지난 달 괌에서 열린 구단 1차 스프링캠프 기간 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이에 국내로 귀국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특이 소견이 없어 원태인은 팀의 2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정상적인 준비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팔꿈치 통증이 계속됐고, 다시 한국으로 귀국해 지난 13일 정밀 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팔꿈치 굴곡근 그레이드1 수준의 손상이 확인됐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3주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역시 WBC 출전이 어려워졌다. 이에 대표팀은 부랴부랴 불펜 자원인 유영찬을 선발해 자리를 메웠다. 가뜩이나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원태인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불펜 물량 공세를 해야 할 판이다.

원태인은 당분간 재활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할 전망이다. 개막 로테이션에 정상적으로 들어오기는 힘들어졌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선발로 투구 수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WBC 대표팀에 모두 악재다.
WBC 대표팀은 이제 선발 투수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할지가 고민이다. 아직 선발 투수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투구 수 제한(65구)이 있어 결국 불펜 투수들의 멀티이닝 소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3년 마운드 붕괴로 예선 탈락의 비운을 맛봤던 대표팀으로서는 당시의 악몽이 그대로 떠오를 법하다. 최고 선수들을 동원하고 실패한다면 그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만, 가진 전력을 제대로 동원하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도 나이를 먹고, 전성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또한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회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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