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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걷지도 못하면서 올림픽이니 해보겠다고”…최가온이 DNS를 금메달로 바꾼 순간, 한국인 TD의 생생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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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걷지도 못하면서 올림픽이니 해보겠다고”…최가온이 DNS를 금메달로 바꾼 순간, 한국인 TD의 생생한 증언






[단독] “걷지도 못하면서 올림픽이니 해보겠다고”…최가온이 DNS를 금메달로 바꾼 순간, 한국인 TD의 생생한 증언




지난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최가온(세화여고)은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를 시도하다가 크게 넘어졌다. 점프 후 내려오는 과정에서 파이프 경계를 넘지 못한 보드가 턱에 걸리며 균형을 잃었다. 슬로프에는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져 미끄러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의료진이 슬로프 안으로 들어가 최가온의 상태를 살폈다. 결국 일어나긴 했지만 잘못된 착지로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인 하프파이프 1세대 출신의 박희진 씨가 기술 총괄 디렉터(TD·테크니컬 델리게이트)를 맡았다. 이 모든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본 박 TD가 최가온의 금메달 순간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 TD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가온이가 3일 연습 동안 더 큰 기술도 많이 성공시키면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아쉬움도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가온이 다시 출발대 서기까지는 그야말로 인간 승리 드라마였다. 박 TD는 대회를 총괄하는 역할이라 최가온이 부상 이후 2차 시기에 나설지를 확인해야 했다. 부상 상태가 좋지 않았다. 1차 시기를 끝낸 뒤 결승선에서도, 2차 시기를 준비하던 스타트존에서도 최가온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제대로 걸음도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최가온이 눈물을 보였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스타트존에서 걸어보려던 최가온은 다시 좌절하고 말았다. 안정적인 착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무릎 상태였다. 무엇보다 12명이 뛰는 결선에서는 몸을 정비할 시간이 길지 않아 사실상 남은 결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가온 측에서는 2차 시기를 ‘DNS(출전하지 않는다)’하면 3차 시기도 뛸 수 없다고 생각한 듯 경기를 포기하려 했다. 박 TD는 “그때 내가 룰 상으로는 2차 시기를 DNS 하더라도 3차 시기에 뛸 수 있다고 확인해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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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걷지도 못하면서 올림픽이니 해보겠다고”…최가온이 DNS를 금메달로 바꾼 순간, 한국인 TD의 생생한 증언




시간을 조금 벌었다. 하지만 최가온은 2차 시기도 포기하지 않았다. 최가온이 박 TD를 찾아 “이건 올림픽 무대니까 뛰어 보겠다”고 했다. 박 TD는 그때 다시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올림픽방송서비스(OBS)와 연락을 취해 최가온의 2차 시기 도전을 알렸다. 중계 방송에서 처음에 DNS 처리됐던 최가온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이유다. 하지만 최가온은 2차 시기도 다시 넘어지며 완전치 않은 몸을 확인했다.

박 TD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모든 경기를 총괄하는 입장이지만 가온이가 실패하며 내 머리도 하얘졌다. 안타까운 생각에 가온이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때까진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클로이 김의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88.00점을 획득하며 가볍게 1위에 올랐다. 적수가 없어 보였다. 대항마로 지목된 최가온은 마지막 3차 시기를 앞두고 1차 시기에서 받은 10점으로 결선에 오른 12명 중 11위에 머물러 있었다.

최가온은 마지막 3차 시기를 앞두고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에 다시 눈물이 터졌다. 벤 위스너(미국) 코치는 “이렇게 울 거면 여기에서 그만 두자”고 자극하자, 그제서야 번쩍 정신이 든 최가온이 마음을 추스리고 마지막 무대를 준비했다.

박 TD는 최가온의 3차 시도 직전 폭설이 내린 슬로프 상황을 감안해 경기장 눈을 정비했다. 앞서서는 12명이 모두 뛰고나서 슬로프를 정비했다. 박 TD는 마침 눈이 많이 오고 출전 선수 중 절반인 6명의 시도까지 마친 상태라 관계자들과 논의 끝에 한 번 더 슬로프를 정비하기로 결정했다. 이 타이밍도 최가온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조금 더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눈에 보드가 걸릴 수 있는 위험성도 줄었다.

최가온은 고난도 연기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 등을 구사하며 3차 시기를 완주했다. 여기서 90.25점의 고득점을 받아내며 1위에 올랐다. 2차 시기 완주에 실패한 클로이 김은 2위로 밀린 상황에서 마지막 3차 시기에 나섰지만 압박감에 중도에 넘어지며 재역전에 실패했다. 최가온의 드라마가 대역전극으로 완성된 순간이었다.

박 TD는 이날 포디움 정중앙에 선 최가온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그에게도 특별한 순간이었다. 박 TD는 하프파이프 1세대 선수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스키 하프파이프 선수로 출전했다. 은퇴 후 복귀해 30대 중반 나이에 올림피언의 꿈을 이뤘다.

박 TD는 “감동에 감동이었다. 저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로 이 종목에서 헌신하며 우리 선수들이 활약할 날을 마음 깊숙이 품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모든게 헛되지 않았고 보답을 받은 느낌”이라고 감격해했다. 그는 “우리 후배들이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서도 12개의 메달을 따냈을 때도 눈물을 흘렸다. 정말 대단하다. 1세대들의 노력이 성과로, 빛을 낸 순간으로 이어져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소치 올림픽 당시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다 대학 때 취미로 입문한 스키 하프파이프에서 태극마크를 단 것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 TD는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뒤 국제 심판 자격을 땄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는 국제 TD 자격도 취득했다. 우리나라에 국제 스키·스노보드연맹(FIS)에서 승인된 TD 자격을 갖고 있는 건 지금까지 단 4명 뿐인데, 이 중에 여성는 박 TD가 유일하다. 파크앤파이프(하프파이프·슬로프 스타일·빅에어) 종목에서 올림픽 TD를 맡은 것도 한국 사람으로, 전 세계 여성으로 최초의 기록이다. 이 현장에서 최가온의 금메달을 목격했다.



[단독] “걷지도 못하면서 올림픽이니 해보겠다고”…최가온이 DNS를 금메달로 바꾼 순간, 한국인 TD의 생생한 증언




그는 최가온에 대해 “가온이가 국내에서는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여기에서는 이미 최고 스타였다. 2023년에 14살(3개월)의 나이로 클로이 김이 갖고 있는 X게임 파이프 종목 최연소 우승 타이틀을 갈아치우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번 경기에서 본 것처럼 그 나이에 그런 큰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담대함과 강한 정신력을 갖춘 선수”라고 높이 평가했다. 곁에서 오랜 시간 지켜본 최가온은 어떤 선수일까. 박 TD는 “가온이가 당한 허리 부상은 선수들에겐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부상이었는데 트라우마까지 극복했다”고 놀라워하며 “가온이는 스타트존에서 집중력이 좋다. 평소에는 차분한 성격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생각이 깊은 어른스러운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올림픽 금메달로 이미 최고 중에 최고로 공인된 최가온이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박 TD는 “가온이가 부상 때문에 준비했던 큰 기술 2개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최가온의 3차 시기 기술이 저평가될 레벨은 아니다. 박 TD는 “이 기술도 여자 선수들에서는 최고 레벨”이라며 “가온이는 지금 보여준 기술 보다 기본적으로 높은 기술을 성공시키는 선수다. 앞으로 더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밀라노 | 이정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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