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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헬멧’ 강행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경기 직전 ‘실격’...올림픽 참가 금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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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희생된 동료 선수 24명의 얼굴을 새긴 헬멧을 착용하고 올림픽 경기에 나서려던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가 논란 끝에 결국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실격 처리되며 올림픽 참가가 금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IOC는 이날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예정된 스켈레톤 남자 예선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에게 실격 처분을 했다고 발표했다.

IOC는 “헤라스케비치는 IOC의 선수 표현의 자유 지침을 준수하지 않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참가가 금지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날 경기 직전 경기장에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방문해 헤라스케비치와 면담했고, 이후 IOC에서 실격 통보가 전해졌다”고 전했다. 헤라스케비치와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실격 및 참가 금지 처분에 대해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추모 헬멧’ 강행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경기 직전 ‘실격’...올림픽 참가 금지돼






‘추모 헬멧’ 강행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경기 직전 ‘실격’...올림픽 참가 금지돼




헤라스케비치는 이날 예선 1차 주행에서 11번째 주자로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직전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를 직접 방문해 실격 처분 전 헤라스케비치를 직접 만나 막판 설득에 나섰다.

헤라스케비치와 대화를 나눈 뒤 코번트리 위원장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원래 여기에 올 예정은 아니었지만 헤라스케비치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지막으로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헤라스케비치는 추모 헬멧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번트리 위원장은 “안타깝게도 우리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며 “그가 경주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었는데, 오늘 아침은 감정이 북받친다”며 다소 울먹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후 헤라스케비치는 “저는 경기에서 실격 처리됐고,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잃었다”고 밝혔다.



‘추모 헬멧’ 강행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경기 직전 ‘실격’...올림픽 참가 금지돼




헤라스케비치는 올림픽 전 공식 훈련부터 ‘추모 헬멧’을 착용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앞서 IOC 측은 추모 헬멧이 ‘어떤 형태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50조에 위배된다며 헬멧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헤라스케비치는 “이 헬멧은 정치적 의미가 없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헬멧”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헬멧을 쓰고 올림픽에 나서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 열린 공식 훈련 후 헤라스케비치는 실격 조치도 각오한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이 헬멧이 IOC 규정을 위반하는지 명백하지 않다”며 “나는 (헬멧에 새겨진) 이 선수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목숨을 바쳤고 그들의 희생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림픽 메달도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전면전이 벌어지는 시기에는 메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이 시점에서 메달은 사람들의 생명, 그리고 이 선수들을 위한 추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헤라스케비치를 비롯한 다른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우크라이나올림픽위원회도 IOC의 불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루지 여자 대표인 올레나 스마하는 앞서 자신의 장갑 손바닥에 “추모는 올림픽 헌장 위반이 아니다”라는 영어 문구를 적어 들어 보였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도 “65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에 의해 살해됐고 결국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며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존엄이며 정치가 아니다”라며 헤라스케비치를 지지했다.

하지만 IOC는 불허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IOC 측은 “그는 분명 슬픔을 표할 수 있고 우리는 그를 격려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세계적으로 130개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끔찍한 분쟁이라 할지라도 경기장이나 경기 도중 130개의 서로 다른 분쟁을 부각시킬 수는 없다”며 추모의 의미로 헬멧 대신 검은 완장은 착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헤라스케비치가 완장 대신 헬멧을 고집하자 결국 실격 조치라는 초유의 카드를 꺼냈다.

IOC의 올림픽 헌장 50조는 올림픽 경기장이나 시설 등에서 푯말이나 완장을 포함해 정치적 메시지를 표명하거나 손짓이나 무릎 꿇기와 같은 정치적 제스처, 의식 절차 준수 거부 등을 금지하고 있다.

IOC는 2020 도쿄 하계 올림픽부터 시상식과 본 경기 등을 제외한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개인적 입장,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방침을 다소 완화했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 대표 선수들이 미국 내 정치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여전히 올림픽 본경기 등에서 정치 행위는 불허한다는 게 IOC의 방침이다.



‘추모 헬멧’ 강행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선수, 경기 직전 ‘실격’...올림픽 참가 금지돼




올림픽에서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실격 처분 등이 내려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벌어진 이른바 ‘블랙 파워 살루트’다. 당시 미국 육상 대표인 흑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검은 장갑을 끼고 손을 들어 올려 흑인 인권 운동을 상징하는 경례 퍼포먼스를 벌였다.

IOC는 이러한 행위가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해 이들에게 출전 정지 처분과 선수촌 퇴소 조치를 내렸고 당시에도 국제적 논란이 일었다.

헤라스케비치에 내려진 실격 조치도 국제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헤라스케비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라는 푯말을 들었을 당시 IOC는 그가 단지 평화를 촉구한 것이기에 올림픽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그의 편을 든 적이 있다”며 이번 IOC 조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AP통신은 이어 “헤라스케비치의 실격 처리는 엄청난 비난을 가져올 수 있기에 IOC는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트비아 등 다른 선수단도 헤라스케비치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앞서 라트비아 선수단의 이보 스테인베르그스 코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가 있었다”며 “어제 라트비아 대통령이 우리 대표팀을 방문한 자리에서 헤라스케비치에 대해 강한 지지를 표명했다. 만약 그가 실격 처리가 되면 우리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남자 예선에 참가한 정승기는 1차 주행에서 56.57초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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