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또 울었다…니퍼트 끝내 등판 불발, 눈물의 은퇴식 "둘이 함께 전력분석할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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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윤욱재 기자] 두산과 KT의 경기가 열린 14일 잠실구장에는 2만 3750명의 만원 관중이 운집했다. 이유가 있었다. 치열한 순위 싸움도 볼거리였지만 두산과 KT에서 뛰었던 '레전드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43)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는 두산의 2-1 승리로 끝났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 앞서 니퍼트를 은퇴 경기 특별 엔트리로 등록했지만 워낙 경기가 치열했던 탓에 니퍼트의 은퇴 경기 등판은 끝내 불발됐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니퍼트의 은퇴식이 열렸다. 그리고 KBO 리그 역사에 유일한 '100승 외국인투수' 니퍼트와 '영혼의 단짝' 양의지(37)의 '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니퍼트가 은퇴를 선언한 것은 지난 2018시즌을 마친 뒤였다. 당시 양의지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니퍼트의 은퇴 소식에 "니퍼트는 내 마음 속 영원한 1선발이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두 선수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던 장면.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두 선수의 각별한 우정은 그대로였다. 니퍼트의 은퇴식에 등장한 양의지는 니퍼트를 마주하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니퍼트는 은퇴사를 낭독하면서도 양의지의 이름을 따로 언급할 만큼 양의지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간단하게, 양의지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입니다. 투수들은 함께 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합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입니다.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하던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입니다. 고마워 내 형제여!"
니퍼트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니퍼트는 은퇴식 시작부터 감회에 젖은 표정을 나타냈고 옛 영광을 함께했던 동료들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니퍼트가 은퇴 경기에 등판해 양의지와 양의지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면 더 멋진 그림이 현실로 나타났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니퍼트는 경기 후 "양팀 모두 승패를 떠나 멋진 경기를 했다. 덕아웃에 앉으니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다. 멋진 경기를 펼친 양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잠실야구장을 가득 채워주신 두산 베어스 팬분들과 KT 위즈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니퍼트의 은퇴사 전문.
은퇴는 기본적으로 작별 인사를 하거나, 직장을 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야구는 직업인 동시에 언제나 제 삶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래서 작별 인사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 케이든, 오브리, 리바이, 오웬에게는 미안함을 전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많은 것들을 놓쳤지만, 아이들은 저를 응원해주고 사랑을 보내줬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사랑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며,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제 아내 선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야구선수와 결혼하는 것과 그 결혼생활 자체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제 아내는 저를 지지해줬습니다. 제가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지 언제나 알고 있었습니다. 여보, 고맙고 사랑해요!
두산 베어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1년 계약 이전까지, 저는 KBO리그나 두산 베어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양측 모두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지 전혀 몰랐지만, 8년을 함께한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두산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저는 앞으로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2011년 첫 시즌 후 13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두산 베어스 유니폼이 마지막 유니폼이 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KT 위즈 팀에도 감사합니다. 2017시즌이 끝나고 두산을 떠났을 때, 저는 좌절한 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선수로서 충분히 뛸 수 있었고, 여전히 경기에 나서고 싶었을 때 KT가 저를 도와줬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은 선수임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믿어줬습니다. KT가 없었다면 외국인선수 최초의 100승-1000탈삼진 기록도 없었을 것입니다. 함께한 시간이 1년뿐이라 아쉽지만, 제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람들은 제가 두산 2년차 때 통역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이제 '남현'과 ‘용환’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현과 용환은 제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던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는 제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확신을 줬고, 제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해줬습니다. 남현과 용환을 비롯한 모든 통역분들의 우정이 제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저를 위해 해준 모든 것들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제 팀원들입니다! 여러분은 저의 전부입니다. 첫날부터 저를 두 팔 벌려 환영해줬고, 가족처럼 대해줘 감사합니다. 제 등 뒤를 지켜주며 허슬 넘치는 플레이만을 보여준 점에 감사합니다. 제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제 투구가 여러분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들었길 바랍니다. 팀원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제가 등판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저는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간단하게, 양의지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입니다. 투수들은 함께 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합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입니다.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하던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입니다. 고마워 내 형제여!
끝으로 팬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KBO리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언제나 꿋꿋하게 저를 응원해줬습니다. 저의 뒤에서 제가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여러분은 제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
팬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팀원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가족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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