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의 극찬과 박찬호의 자부심… 악으로 깡으로 만들어가는, 첫 골든글러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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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3루수와 유격수는 나란히 선다. 팀의 좌측 내야를 책임진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와 다르게, 하는 일은 사뭇 많이 다르다. 현역 시절 오랜 기간 3루수로 활약하며 옆에 선 유격수들의 ‘임무’를 지켜봤던 이범호 KIA 감독은 “3루수와 유격수는 체력 소모 차이가 크다”고 단언한다.
이 감독은 “유격수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3루수는 머리 위로 공이 넘어가면 보통 그 자리에 있는다. 하지만 유격수는 라인까지 뛰어서 따라가야 한다. 좌중간, 우중간도 모두 커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플레이 자체에 체력 소모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어도, 아웃카운트 27개가 누적되고, 144경기가 누적되면 1년에 소모하는 체력의 차이는 꽤 크다는 것이다.
그런 이 감독이 팀의 주전 유격수인 박찬호(29)를 칭찬하는 대목 또한 ‘체력’이다. 박찬호는 프로필상 178㎝, 72㎏의 크지 않은 체구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스태미너와 에너지는 대단히 뜨겁다. 이 감독은 “박찬호는 경기 체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한다. 해야 할 일이 많은 유격수는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강한 체력을 갖춰야 하는데 박찬호는 그것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치다. 실제 ‘지쳤다’는 느낌을 좀처럼 주지 않는 선수이기도 하다.
실제 박찬호는 2019년 133경기를 시작으로 2020년 141경기, 2021년 131경기, 2022년 130경기에 나갔다. 지난해에도 130경기에 출전했는데 시즌 막판 부상으로 조기에 시즌을 접지 않았다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올해도 시즌 124경기에서 타율 0.306, 146안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유격수 규정타석 3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46개의 안타는 이미 개인 한 시즌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그렇다면 이 체력을 기르고, 또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을까. 12일 광주 롯데전에서 4안타 1볼넷, 5출루 맹타를 터뜨린 박찬호는 질문에 “집사람 챙겨주는 데로 먹고, 그런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면서 의외의 답을 이어 나갔다. 박찬호는 “사실 체력이 좋다기보다는 ‘잘 버틴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도 있겠지만 더 큰 원동력은 악으로 깡으로 버텨가는 정신력이라는 설명이다.
박찬호는 “항상 고비가 온다”고 했다. 자신도 힘들 때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절대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어쩌면 남들보다 작은 체구를 가진 선수가 어릴 때부터 중요하게 절실하게 느끼고 터득한 생존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박찬호는 “멘탈이다. 정말 내가 운동장에 나가서 쓰러지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멘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내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부분은 내가 확실하게 자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2024년 성적이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생애 첫 골든글러브에도 가까워지고 있다. 박찬호는 개인 경력 최고의 시즌이었던 지난해 수비상은 공동으로 수상했지만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리그 최고 유격수라는 오지환(34·LG)의 높은 벽을 느꼈다. 하지만 올해는 오지환이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어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로 치고 나가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 최유력 후보였던 박성한(SSG)이 부상으로 고전하며 페이스가 꺾였고, 이재현(삼성)은 경기 수와 수비 이닝이 다소 모자란다.
박찬호는 스스로 “나는 OPS형 선수가 아니다”고 인정한다. OPS(출루율+장타율)의 기본 공식은 장타율이 좋아야 한다. 박찬호는 유격수 내에서 비교해도 홈런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타율보다 OPS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OPS가 득점 생산력 계산의 기초가 되는 요즘 추세에서는 이 부문에서 덜 빛난다. 박찬호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박찬호는 “그래서 나는 죽어라 나가야 한다. 누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안타를 많이 쌓고, 타점과 득점도 많이 쌓아야 내가 (경쟁이) 된다. 비율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웃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골든글러브 수상 여부에 우승 프리미엄도 꽤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박빙 승부에서는, 비슷한 값이라면 팀 성적이 얼마나 좋았느냐도 기계가 아닌 사람인 투표인단에게는 하나의 어필 요소가 된다. 박찬호는 “개인적인 욕심을 드러내기보다는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내가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가 없다”면서 팀 우승과 골든글러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끝까지 쫓아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목표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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