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앞에서 아버지가 맞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못했다"… 80년대 영국 축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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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호진]
과거 축구 훌리건 조직에 잠입했던 한 위장 경찰이 수사 도중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1980-90년대 잉글랜드 축구계는 훌리건 문화가 극에 달했던 시기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구단 주변에는 이른바 ‘펌(firm)’이라 불리는 조직이 존재했는데, 이는 단순한 열성 팬 모임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폭력 집단에 가까웠다. 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에 대한 충성을 명분으로 상대 서포터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거나 각종 범죄 행위를 일삼으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드 아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인터 시티 펌’, 첼시의 ‘헤드헌터스’ 등은 당시 원정 경기마다 충돌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훌리건 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전역의 경찰은 가명을 사용한 잠입 수사관들을 훌리건 조직 내부로 투입했다. 이 가운데 한 위장 경찰이 훗날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28일(한국시간) “당시 21세였던 경찰 제임스 배넌은 1987년 ‘페가수스 작전’의 일환으로 특정 훌리건 조직에 잠입했다. 그는 가명을 사용하며 도장공으로 위장해 조직원들과 어울렸고, 펍과 경기장을 오가며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상황을 털어놨다. “우리는 도장공 작업복을 입고 밀월 펍에 드나들기 시작했죠. 누군가를 속이는 것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을 시작했다.
한편 폭력의 대상은 훌리건들만이 아니었다. 그는 잠입 수사 중 기차 안에서 한 무고한 팬이 가족들 앞에서 집단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일을 가장 잊기 힘든 기억으로 꼽았다. 피해자는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았고, 그는 경찰 신분을 숨긴 채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피해자에게 다가가 머리를 가격했고, 이어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울부짖었고 아내 역시 공포에 질려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얼굴에서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제 몸의 모든 감각이 당장 뛰어들어 그를 체포하라고 외치고 있었죠.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정체가 드러났다면, 우리가 진행하던 수사는 모두 끝나버렸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은 당시 영국 축구가 안고 있던 어두운 사회적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후 영국 축구계는 경기장 내외 보안 강화와 CCTV 확대 도입, 출입 통제 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훌리건 문제를 점차 줄어왔다.

김호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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