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죄송하다” 울컥했던 나성범, 그 약속 지키고 있다… 아직 해피엔딩 기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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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KIA 핵심 타자인 나성범(35)은 지난 8월 16일 잠실 LG전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홈런을 쳐 간판으로서의 진가를 과시했다. 당시 KIA와 LG는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었고, 리그 선두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됐을 때다. 그리고 첫 판을 승리로 이끈 이 나성범의 홈런은 결국 KIA의 시리즈 스윕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 임한 나성범은 이날 경기와 홈런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아직 짜릿한 그 홈런의 기운이 남아있을 법도 했을 텐데, 들뜨지는 않았다. 올 시즌 전반적인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무거운 마음, 또 팀을 승리로 이끈 안도감이 동시에 묻어 나왔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 가던 나성범은 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감정이 동요되는 듯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나성범은 “오늘 뿐만 아니라 매 경기 어디 가서든지 항상 홈경기처럼 (관중석을) 메워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도 “팬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릴 것 같다.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하는데 항상 못 보여드려서 죄송스럽다. 앞으로 오늘 같이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많은 홈런, 많은 안타를 칠 수 있도록 하겠다. 응원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선수야 숨기려 했겠지만 울컥하는 느낌은 이 인터뷰를 보고 듣는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나성범이 팬들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이야기를 한 건 성적을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6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초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나성범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개막을 같이 하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확실히 조심스럽게 뛸 수밖에 없었고, 수비 범위와 하체 밸런스에도 영향을 줬다. ABS존 적응 시간을 놓친 것도 아쉬웠다.
그 결과 나성범은 시즌 첫 경기부터 8월 14일까지 80경기에서 타율 0.277, 14홈런, 6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0을 기록했다. 그냥 일반 선수였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을지 모르지만 나성범이기에 기대치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햄스트링 부상이 장기적으로도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팬들과 약속을 한 그날 이후, 나성범은 조금씩 자신의 정상 궤도를 향해 로켓을 점화하고 있다. 나성범은 8월 15일 이후 13경기에서 타율 0.442, 4홈런, 14타점, OPS 1.234의 맹활약으로 팀 타선을 지탱하고 있다.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도 0.429, 장타율이 0.714에 이르고 홈런도 두 방을 쳤다. 이 기간 득점권 타율은 0.500, OPS는 1.533에 이른다. 아직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나성범이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점차 자기 숫자와 성적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1위 수성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8월 31일과 9월 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모두 좋은 활약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31일 경기에서 1안타와 2개의 4사구를 골라 세 차례 출루한 나성범은 1일 삼성전에서 동점 홈런 포함 4안타 2타점으로 폭발하며 팀의 역전승에 일조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좌중간 안타를 친 나성범은 팀이 4-5로 1점 뒤진 7회 오승환을 상대로 우중월 동점 솔로포를 치며 패배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타구 속도는 여전히 나성범의 힘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4회 총알 같았던 타구의 속도는 무려 시속 179㎞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로켓처럼 날아가 우측 펜스까지 굴렀다. 7회 동점 솔로포의 타구 속도도 171.6㎞로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성범의 신체적 능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홈런이기도 했다.
후반기 대분전에도 불구하고 나성범의 전체적인 시즌 성적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시즌 93경기에서 타율 0.293, 18홈런, 74타점, OPS 0.872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 페이스라면 3할 이상, 20홈런 이상, OPS 0.900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그렇게 된다면 ‘최악’의 굴레에서는 벗어나는 셈이다.
내년 전망도 밝아진다. 이범호 KIA 감독은 햄스트링 부상 후 1~2년은 힘들지만, 관리가 잘 된다는 가정 하에 2~3년부터는 몸이 알아서 적응해 경기력을 되찾는다는 경험론을 말한다. 비시즌 동안 몸을 다각도적인 방식에서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 건강을 찾는다면 내년에는 우리가 원래 알던 나성범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꼭 내년까지 안 가도 올해 만회할 기회도 남아있다. 포스트시즌에서 해결사 몫을 하며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다면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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