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날리고 데려온 KIA 우승 청부사인데…타순 한 바퀴 도니까 'ML 36승' 위용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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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창원, 조형래 기자] 아직은 적응기라고 봐야 할까. 빅리그 36승 투수의 위용을 보여줘야 하는데, 집중타의 표적이 됐다. KIA 타이거즈의 우승 청부사가 되어야 할 에릭 라우어(29)를 향한 물음표를 다시 확인했다.
라우어는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89구 5피안타 1볼넷 1사구 6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연승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던 시점에서 라우어가 상승세를 더 이어주기를 바랐지만 승기를 내줬고 팀은 4-17로 대패를 당했다. 라우어는 시즌 첫 패를 당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6.08로 상승했다.
이날 라우어는 3회까지 안타 1개만 내준 채 NC 타선을 틀어 막았다. 3회까지 이닝 당 2개씩의 삼진을 뽑아내며 6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마운드를 지배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남에서 라우어는 커맨드가 흔들렸고 집중타를 허용했다. 4회 선두타자 서호철에게 중전안타를 내줬다. 데이비슨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1사 2루가 됐다. 결국 권희동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내줬다. 1-1 동점이 됐고 계속된 1사 2루에서는 김휘집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으며 1-2로 역전을 당했다.
김성욱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김형준은 유격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해 2사 1,2루를 만들었지만 김주원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2사 만루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고 대타 천재환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4실점을 했고 이후 상대의 이중 도루 실패로 길었던 4회가 끝났다. 5회는 다시 삼자범퇴 이닝. 이후 라우어는 교체됐다.
이날 라우어는 최고 151km의 포심 패스트볼 51개를 던졌다. 커터 20개, 체인지업 7개, 커브 7개, 슬라이더 4개를 구사했다.
라우어의 빅리그 경력은 화려하다. 빅리그에서만 120경기 등판했고 112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통산 36승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에는 밀워키 브루워스 소속으로 29경기 선발 등판해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158⅔이닝 65자책점) 157탈삼진의 성적을 거뒀다. 빅리그에서도 준수한 선발 자원으로 평가 받았다. 최근에는 팔꿈치 염증과 어깨 부상 등으로 평가가 내려왔지만 여전히 한국에 올 수 있는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최정상급 레벨이다.
그러나 한국 무대 3번째 등판에서도 라우어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특히 이날 NC전에서 확인한 것처럼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서 집중타를 허용했다. KBO리그 3경기에서 라우어는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두 번째 타순을 맞이할 때 4할2푼1리의 피안타율을 기록했고, 피OPS는 1.297에 달했다.
라우어는 단순히 정규시즌을 바라보고 데려온 선수가 아니다. KIA의 현재 1위를 확고하게 지키면서 나아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어 줄 ‘우승 청부사’로 데려온 것이다.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등 총액 35만 달러(4억6000만원) 금액은 새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대 한도의 금액이었다.
특히 라우어를 데려오기 위해 이미 적지 않은 금액을 손해봤다. 심혈을 기울인 끝에 빅리그 94경기(29선발) 등판해 10승을 거둔 위력적 구위의 우완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총액 100만 달러, 보장액 8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약 10억 6000만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크로우는 부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8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 됐다.
크로우를 대신해서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캠 알드레드에게도 총액 32만5000달러(약 4억 3000만원)을 안겼다. 대체 선수였지만 알드레드와 여차하면 시즌 끝까지도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알드레드 역시 9경기 동안 3승2패 평균자책점 4.53의 성적을 남겼다. 기대 이하였다. 결국 장기적 대안으로 생각했던 알드레드까지 내보냈다. 크로우와 알드레드를 동시에 내보내면서 보장액 약 15억 원을 날렸다.
15억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포기하면서도 KIA는 절박했고 올해 우승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라우어에게 올 시즌 명운을 맡긴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면 KIA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3경기 밖에 던지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다. KIA는 25경기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데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5~6차례 더 등판할 수 있다. 그리 많은 경기는 아니다. 라우어는 과연 남은 기간 빅리거의 위용을 되찾고 우승 청부사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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