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얼마나 좌절했으면 헬멧 집어던졌나, 어깨 부상으로 이탈… FA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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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확한 부상 상태는 검진을 통해 알아봐야겠지만, 부상 직후 김하성(29·샌디에이고)은 부상 정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는 듯했다. 트레이너가 오기 전 먼저 손짓을 했다. 평소 김하성에게서는 잘 보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이어 헬멧을 집어던지는 등 좌절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제는 큰 부상이 아니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는 경기도 지고, 주전 유격수의 부상이라는 비보도 전해 들었다.
김하성은 19일(한국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3연전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선발 8번 유격수로 출전했다. 김하성은 쿠어스필드 원정에서 그간 부진했던 타격감을 바짝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17일 경기에서는 40경기 만에 홈런포를 터뜨리며 한국인 메이저리그 역사 홈런 부문에서 공동 3위였던 강정호를 4위로 밀어내고 단독 3위에 올랐다. 18일에는 행운의 2루타를 포함해 멀티히트 경기를 펼치며 최근 올라오는 타격감을 알리던 상황이었다.
최근 상승세를 탄 샌디에이고는 루이스 아라에스(1루수)-주릭슨 프로파(좌익수)-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매니 마차도(3루수)-잰더 보가츠(지명타자)-잭슨 메릴(중견수)-데이비드 페랄타(우익수)-김하성(유격수)-카일 히가시오카(포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최정예 멤버였다. 시리즈 연승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선발로는 조 머스그로브가 출격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1회와 2회는 양팀 모두 점수가 없었다. 그리고 김하성이 시작부터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0-0으로 맞선 3회 선두타자로 들어선 김하성은 콜로라도 선발 블레이록과 6구 승부를 펼쳤다. 초구 볼을 고른 김하성은 2구째 한가운데 커브에 방망이를 돌렸으나 파울을 쳤다. 3구째 가운데 패스트볼은 지켜봤다. 1B-2S 상황에서 4구째 커브는 파울로 걷어냈다. 그리고 5구째 몸쪽 패스트볼은 볼로 골랐다.
끈질기게 승부를 이어 간 김하성은 6구째 94.9마일(약 153㎞)짜리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돌려 잘 맞은 좌전 안타를 날렸다. 타구 속도 105.2마일짜리 강한 타구였고, 비거리는 280피트였다. 김하성의 좋은 타격감이 계속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후속 타자 카일 히가시오카는 삼진으로 물러나 1사 1루가 됐다. 그리고 타석에는 루이스 아라에스가 들어섰다. 언제든지 뛸 수 있는 김하성이 1루에 있고, 언제든지 콘택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라에스가 타석에 섰다. 샌디에이고 벤치로서는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은 조합지였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주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런앤히트 작전이 나온 듯 보였다.
김하성은 블레이록의 초구에 2루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아라에스가 파울을 쳐 1루로 귀루했다. 2구째 다시 2루로 도루를 시도했다. 다만 아라에스가 다시 3루 측 파울을 기록했다. 3구는 그냥 지켜봤다. 그런데 4구를 던지기 전이 문제가 됐다. 블레이록이 4구를 던지기 전 기습적으로 1루 견제를 시도했다. 김하성의 빠른 발이 있고, 1·2구 때 이미 2루로 뛰었기 때문에 투수로서는 발을 묶어놓을 필요가 있는 당연한 견제였다.
김하성은 정석대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했다. 오른팔을 쭉 뻗어 베이스에 먼저 들어가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김하성은 그라운드에 엎드려 일어서지 못했고, 이어 오른손을 들어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냈다.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김하성은 왼손으로 어깨를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1루 주변을 맴돌던 김하성은 그대로 더그아웃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크 실트 감독과 트레이너가 미쳐 김하성 앞에 가기도 전이었다. 웬만한 통증은 참고 뛰는 투지의 화신인 김하성이 먼저 경기를 포기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김하성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헬멧을 내동댕이치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스스로 느끼기에 부상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일단 선수의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이 좋지는 않았던 셈이다.
타일러 웨이드가 김하성의 대주자로 들어간 가운데 경기는 속개됐다. 다만 후속 타자들이 해결하지 못해 샌디에이고는 3회 득점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4회 선취점을 허용했다. 0-1로 뒤진 4회에는 1사 후 잰더 보가츠의 안타, 2사 후 데이비드 페랄타의 적시 2루타로 1-1 동점을 만들었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추가 득점을 하지는 못했다.
5회 기회도 놓친 샌디에이고는 6회 2점을 내주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고, 8회 매니 마차도의 솔로홈런으로 1점차까지 추격했으나 끝내 2-3으로 졌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김하성의 부상에 대해 “오른 어깨를 다쳤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 또한 경기 후 ‘97.3 THE FAN’ 등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내일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의료진이 살펴보면 이 부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면서 향후 절차를 예고했다.
샌디에이고는 콜로라도 원정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가 20일부터 미네소타와 시리즈를 치른다. 홈으로 돌아가 정확한 검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0일에는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큰 문제가 없기를 바라야 한다.
김하성은 오른쪽 어깨에 이슈가 많았다. 지금까지 큰 부상은 없었지만 경기 중 충격을 받은 일이 많아 때로는 통증에 시달러야 했다. 지난해 7월에도 홈 쇄도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당시 텍사스전에서 포수와 충돌해 오른 어깨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밥 멜빈 당시 감독(현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걱정스럽게 쳐다 볼 정도였지만, 김하성은 부상자 명단에 가지 않고 시즌을 계속 진행했다.
수비와 주루에서 몸을 날리는 플레이가 많은 김하성은 항상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김하성은 그럼에도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이어 갔고, 그래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 특별한 부상도 없었다. 김하성은 2021년 117경기에 나가는 데 그쳤지만 부상 때문이 아닌 백업 선수로서의 출전 시간 문제였다.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2022년에는 150경기에 나갔고, 지난해에는 152경기에 출전했다. 올해도 팀의 125경기 중 121경기에 나가는 등 성실하게 출전했다. 오히려 혹사 소리가 나올 정도로 휴식 시간이 없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의 3년 반 동안 부상자 명단에 오른 적은 없었다.
김하성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경우 다가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행사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김하성은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0.233, 11홈런, 47타점, 60득점, 22도루, 출루율 0.330, 장타율 0.370, OPS(출루율+장타율) 0.700을 기록 중이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FA 자격 행사를 앞두고 이 성적을 더 끌어올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부상자 명단에 오른다면 일정 시간 결장이 불가피해 이 기회가 사라지고,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회복의 증거를 보여주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FA를 앞두고는 큰 손해다. 김하성의 큰 부상이 없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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