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호령, 버팀의 시간 끝에 과정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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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령은 “좋은 기회를 잘 잡았던 시즌이었다”며 담담히 돌아봤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마음가짐을 바꾼 게 컸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었다. 그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했다.
지난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그는 마무리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올 시즌, 그는 정체의 시간을 딛고 팀의 중심에 올라섰다.
이제 KIA의 확실한 주전이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그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부쩍 늘었고, 응원 소리도 더 커졌다.
김호령도 그 변화를 실감했다.
“이전보다 더 많이 좋아해 주시는구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 장면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7월 5일 롯데전에서의 생애 첫 만루 홈런과 첫 멀티 홈런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 경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나도 이렇게 칠 수 있구나’ 느꼈던 날이었다”
전반기 막판, 타선이 폭발하던 순간이었다.
그 경기 이후 김호령은 ‘수비형 선수’ 이미지를 완전히 떼었다.
그는 타격폼뿐 아니라 타석에서의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폼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을 어떻게 잡고 어떤 식으로 치느냐가 더 중요했다. 올해는 그걸 조금 알게 됐고, 그래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야 수비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KBO 최고 수준이었다.
‘호령존’이라는 별명답게 안정적이고 넓은 커버리지가 돋보였다.
비결을 묻자 망설임이 없었다.
“연습 때 타자가 치는 방향을 계속 예측하면서 공의 궤적을 보는 연습을 한다. 타구가 어디까지 날아갈지를 몸으로 익히는 거다. 그게 경기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밝혔다.
꾸준한 루틴이 김호령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그 무게는 하루아침에 빚어진 게 아니었다.
2군과 백업의 날들을 견디며 쌓아온 땀의 결과였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는데, 실패를 많이 겪으면서 ‘이건 안 되겠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값진 자산이 됐다. 실패는 오히려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등번호 27번에도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 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마이크 트라웃이다. MVP도 여러 번 받고, 늘 최고를 지향하는 선수라 닮고 싶었다. 그래서 27번을 가장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이면 벌써 12년 차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야구 외적으로 그를 버티게 한 힘은 가족이었다.
특히 어머니를 떠올릴 때 그의 목소리엔 숙연함이 묻어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많이 고생하셨다. 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셨다. 그 생각을 하면 힘들 때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끝까지 해봐라’는 어머니 말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 한마디가 김호령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좌절의 순간마다 떠오른 말이었다.
그의 성공은 젊은 선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야구는 늘 잘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몇 년 안 된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100%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전엔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말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확신이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타격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커리어하이긴 하지만 삼진이 많았다. 내년엔 삼진을 줄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3할을 쳐보고 싶다. 야구 그만두기 전에 1군에서 3할 한 번 치는 게 제 소원이다”고 말했다.
그 다짐은 올 시즌 내내 그의 스윙에 녹아 있었다. 과정이 단단해졌고, 타석에서의 자신감이 확연히 달라졌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청하자, 그는 짧지만 확고히 답했다.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늘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전했다.
김호령은 올 시즌 결과보다 과정을 통해 자신을 증명했다.
그의 재도약은 우연이 아니라, 긴 시간의 버팀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이제는 그 긴 여정의 끝에서, 또 다른 시작을 바라본다.
/주홍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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