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카타르시스] "이강인 요르단전에 교체했어야…" 대표팀 선배가 봤던 클린스만 감독 '판단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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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64년 만에 우승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순조로운 조별리그 통과, 조기 16강 진출을 내다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옆 나라 일본처럼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 했다. 특별한 전술적 색깔이 없는 상황에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도 꽤 고전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이겼다면 2연승으로 조기 녹아웃 스테이지(16강) 진출이었지만 승점 1점만 확보해 최종전까지 지켜봐야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상으로 뛸 수 없었던 김승규(알샤밥)를 제외하고 1차전과 동일한 라인업을 꾸렸다. 손흥민을 9번 자리와 더 가깝게 배치해 전반 8분 만에 페널티 킥(PK)로 선제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후에 흔들렸다.
꽤 잘 준비한 요르단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세부적인 동선과 전술적인 짜임새 없이 개인 능력에 의존했다. 마음만 급해진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 등 톱 클래스 선수들로 요르단을 두드렸지만 바레인전처럼 이르게 득점하지 못했다. 황인범의 추가 시간 동점골로 한숨을 돌렸지만 연속 2실점에 흔들리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요르단전에서 그동안 가려졌던 단점이 모두 나왔다. 몇 갈래 큰 줄기로 보자면 지독하게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해줘 축구’, 9월부터 소속 팀에서 뛰지 못했던 이기제 연속 선발 등으로 볼 수 있었다.
축구인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까. 과거 한국 대표팀 붉은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이상윤 전(前) 건국대 감독, 해설위원에게 요르단전을 물었다. 전술 없이 개인 능력에 의존한다는 평가에 대해선 “개인적인 능력도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이강인을 좀 더 빨리 교체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털어놨다.
“(이)강인이가 1차전에서 두 골을 만들어 낸 건 확실한 임팩트잖아요. 공격에 창의적인 걸 불어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팀 감독들은 선수 장단점을 분석해요. 이강인 실력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오늘과 같은 경기에선 볼이 다 끊겼어요. 대지를 가르는 킥도 해주고 찔러주는 패스도 하고 결정을 해주기도 했는데 오늘은 아니었어요.”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선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고, 가끔 손흥민 빈 자리까지 채워줬기에 90분 안에 한 방을 터트릴 거란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상윤 위원 생각은 후반전 흐름상 기술적인 이강인보다 더 저돌적이고 직선적인 윙어가 필요했다.
“(이)강인이 안으로 접어서 얼리 크로스를 올려주고, 또 안으로 가져가는 건 전매 특허예요. 그러나 알고도 못 막을 수준, 피지컬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전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선택을 한다면, 이강인을 빼고 문선민이나 전투적으로 돌파하는 유형의 선수를 넣었을 것 같아요. 황희찬이 빨리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경기에선 슈팅 한 번과 프리킥 외에 다른 장면에선 잘 모르겠어요. 요르단전에서 만큼은 이강인을 교체를 해서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줬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치를 경기가 많은데 다양한 팀 옵션이 필요할 거거든요.”
이기제에 대한 생각도 가감없이 털어놨다. 김진수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라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전술적 기조 안에서 단점을 상쇄하고 장점을 부각하게 만드는 게 감독의 몫이었다. 이기제 스스로도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기제의 장점은 킥에 대한 정교함이지만 단점은 상대와 1대1 상황에서 노출될 수 있는 확률이 좀 많다는 거예요. 노련한 경험적인 측면은 좋지만, 지속적으로 경기에 뛸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선수 본인도 내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을 겁니다. 엄청나게 있었을 거예요. 심리적으로 위축도 됐을 거고, 1차전도 전반에 교체로 나왔잖아요.”
“김진수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가야하는 건 맞아요. 왼쪽 풀백의 부재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이기제가 조별리그 예선에서 몸을 많이 끌어 올려 자신감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처럼 슈팅 한 번 때린 게 골문으로 들어간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겁니다.”
이상윤 위원은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땐 ‘못 하면서도 이기는 축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르단전엔 선발로 뛰지 못했던 이재성 활용과 조합도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어쩌면 졸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던 이날, 한국 대표팀이 쓴 보약을 먹고 향후엔 단점을 보완해 쭉쭉 나아가길 응원했다.
“잘하는 선수도 약점이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냐고요. 오늘 경기가 선수들에겐 상당히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힘든 경기들이 더 많은 거예요. 클린스만 감독이 더 냉철하게 선수들 장단점을 파악해 준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레이시아전을 잘 치러 분위기를 띄웠으면 좋겠습니다. 축구 팬 분들도 선수들이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게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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