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팀에 도움 안 돼" 1차지명 외야수 또 실망…결국 만능 내야수에게 눈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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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시즌 전에 조금 기대했던 김대한이 전혀 아직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2019년 1차지명으로 외야수 김대한(24)을 지명할 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올해 신인왕 0순위로 꼽히는 김택연(19)보다 훨씬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김대한의 재능은 특출했다. 투수로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어깨에 청소년국가대표 4번타자를 맡을 수 있는 타격 능력, 그리고 빠른 발까지 갖췄으니 당연한 기대였다.
그러나 6년이 흐른 지금도 김대한은 여전히 조용하다. 올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0.139(72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 OPS 0.432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올 시즌 3번째 2군행을 통보받은 뒤로는 조용하다. 1군 통산 성적은 157경기, 타율 0.186(264타수 49안타), 6홈런, 25타점이다.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지난 6년이었다.
결국 이승엽 두산 감독은 만능 내야수 이유찬(26)에게 눈을 돌렸다. 2개월 전부터 이유찬에게 외야 수비를 병행할 것을 지시했다. 김대한의 성장이 더딘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지만, 올해 야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재원 대리처방 스캔들 여파로 두산 1.5군급 선수들의 발이 대거 묶이면서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줬다.
이 감독은 23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이유찬의 데뷔 첫 외야수 선발 출전 소식을 알리며 "시즌 전에 조금 기대했던 김대한이 전혀 아직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외야에 지금 우타자가 아무도 없다. 오늘은 (이)유찬이가 처음 외야수로 나간다. 우리가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도 한번 해보려고 하고 있다. 지금 이유찬이 좌투수 상대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외야수로 꾸준히 연습을 했고, 교체 출전으로 한번 나가기도 했다. 우리로선 뭔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유찬이를 한번 1번타자 우익수로 써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유찬은 첫 타석부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홈런으로 1-0 리드를 안겼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낮은 싱커(시속 147㎞)를 공략해 담장 밖으로 넘겼다. 상대 선발투수가 10승으로 다승 1위에 오른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였기에 더더욱 값진 한 방이었다. 이 홈런을 시작으로 타선에 불이 붙었고 두산은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면서 6-3으로 승리해 2연패에서 벗어났다.
이유찬은 "굳이 홈런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냥 내가 유리한 볼카운트였고 아무래도 헤이수스가 빠른 공을 많이 던지기 때문에 '빠른 공을 어떻게 안으로 안 늦게 잘 넣을까'라는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좀 앞에서 잘 맞아서 홈런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수비도 큰 실수 없이 잘 해냈다. 조성환 수비코치와 김동한 주루코치, 중견수 정수빈의 도움을 받으면서 수비 위치를 잡았다.
이유찬은 "솔직히 외야수로 나가는 게 아무래도 새롭지 않나.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 같고, 즐거웠다. 외야수로 나간다고 전혀 부담을 갖진 않았다. 팀에서 생각해서 라인업을 짜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맞춰서 잘 준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딱히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수비 위치를 잡을 때 애를 먹었는데, 조성환 코치님과 김동한 코치님이 수비 위치를 잘 잡아주셔서 조금 편했다. (정)수빈이 형이 '어려운 공은 내가 잡을 테니 편하게 해'라고 말해주셨는데,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유찬은 중학교 때까지는 외야수로 뛴 경험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아마추어와 프로야구는 다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내야수로 나가면 내야에 집중하면 되고, 외야수로 나가면 외야에 집중하면 되니까.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내가 멀티가 잘되기 때문에 딱히 어려움은 없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유찬은 올해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다. 올 시즌 유격수 박준영-2루수 강승호를 주전으로 낙점하면서 이유찬은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다. 박준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바짝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가 많았지만, 박준영이 돌아온 뒤로는 또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외야수로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는 지금이 귀하고 즐겁다.
이유찬은 올 시즌 64경기에서 타율 0.280(107타수 30안타), 출루율 0.364, 9홈런, 2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주로 하위 타선에서 상위타선으로 흐름을 연결하는 임무를 맡았고, 임무를 잘 해냈다.
두산은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이 합류하기 전까지 이유찬을 외야수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찬은 이 기회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몰라도 너무 욕심은 내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난해 개막 유격수로 시즌을 맞이해 의욕이 앞선 나머지 시즌을 망쳤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어서다.
이유찬은 "경기에 나가면 항상 기회라 생각하고 뛰는데, 한 경기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또 너무 좀 안 좋은 생각에 깊이 빠지고 그렇더라.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조금 편하게 경기에 나서려 한다. '이게 기회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 스타일이 너무 쫓기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경기에 편하게 나서려 한다. 지난해 그렇게 했던 게 조금 약이 돼서 올해는 그러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욕심 없이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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