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브라질 출신 귀화 코치 "한국 유소년 축구, '이것' 버리지 않으면 절대 발전 못해요" [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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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파주] 김희준 기자= 데 파울라 펠리페 코치는 지난달 '아이콘 매치'를 위해 한국을 찾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한국 축구 지도자 보수교육'을 수강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성장' 두 가지 핵심 주제를 소재로 강연했다. 그중 유소년 육성 부분에서는 경기기반훈련(Game-based Training), 선수 개인 계발 계획(Individual Development Plan) 등 핵심 개념을 소개하고, 스페인 및 유럽의 유소년 육성 사례를 바탕으로 '선수가 직접 결정하는 훈련 문화' 등 실무진에게 도움이 될 경험을 공유했다.
작년까지 유소년 코치였던 데 파울라 코치는 한국 현장에서 느껴온 점을 명장에게 듣고 깊은 공감을 느꼈다. 지난 10일 '풋볼리스트'와 만나서도 베니테스 감독의 교육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인드'였다고 말했다. 또한 베니테스 감독이 설명하는 '선수가 직접 결정하는 훈련 문화'는 한국에도 장기적으로 정착해야 할 문화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간단하게 가르치면 안 되고 세세하게 가르쳐야 해요. 그리고 시간을 줘야 해요. 특히 유소년 팀에서는 선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선수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실수로 배워야 해요. 그런데 한국 유소년 선수들은 실수가 너무 무서우니까 감독 혹은 코치들이 생각하는 대로 해요. 그렇게 하면 절대 발전할 수 없어요."
"유소년 선수에게는 동기부여와 기본 지식을 줘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축구장에서 스스로 실수하고 찾아봐야 해요. 베니테스 감독도 같은 느낌이었어요. 실수하더라도 괜찮고, 자신 있게 다시 해보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했어요."

데 파울라 코치가 경기장에서 실수를 통해 발전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있다. 디시전 메이킹, 즉 선수 스스로의 판단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경기장에서 동료의 위치, 상대 수비 위치 등 복합적인 정보를 파악해 순간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하는 건 코치의 설명과 지도로는 한계가 있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부딪히고 체득했을 때에야 가장 빠르고 훌륭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브라질에서도 유소년들이 실수를 통해 디시전 메이킹 능력을 발전시키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브라질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데 파울라 코치는 브라질과 한국의 유소년 교육의 차이를 운동장에서 스스로 방법을 터득할 시간을 얼마만큼 보장해주는지로 설명했다.
"브라질에서는 선수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치고,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가서 스스로 디시전 메이킹을 해야 해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대로, 코치들이 생각하는 대로 하면 디시전 메이킹이 발전할 수 없어요. 그래서 가르친 다음에 선수들에게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해요. 그래야 시간이 지나면서 디시전 메이킹이 좋아지고, 축구를 잘할 수 있는데 아직은 한국에서 조금 아쉬워요."

데 파울라 코치가 짚은 또 다른 차이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다. 유소년 팀도 축구팀인 만큼 감독과 코치가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압박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전달되느냐에 있어서는 브라질과 한국 사이에 차이가 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다는 건 한국 축구계에서도 대체로 인정하는 한국 유소년 교육의 문제점이다.
"브라질도 유소년 팀에서 다섯 경기 못 이기면 잘리니까 코치들이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어요. 그런데 브라질 코치들은 그게 선수들한테 심하게 가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떨어지니까요. 너무 압박하면 선수들이 더 못하고, 축구도 못 해요. 행복하게 해야 돼요. 물론 책임감도 있어야 해요. 그래서 감독이 선수들의 행복감과 책임감을 잘 조절해야 해요."
"좋은 감독이라면 성적에 대한 압박을 통제해야 해요. 성적 때문에 선수들에게 무조건 '이거 해야 돼' 계속 지시하면 좋은 축구를 할 수 없어요. 너무 강하게 압박을 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줘야 하지만, 실수해도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야 해요. 경기를 못 이기면 어쩔 수 없어요.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느껴요. 감독이 통제를 잘 해야 해요. 압박이 너무 심하면 대회에서 이길 수 없어요. 실수해도 괜찮아요. 실수해서 공 뺏기면 다시 팀적으로 수비하면 돼요."
경계인의 시각에서 본 한국 축구 문화가 마냥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도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당장 성적을 내는 것보다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게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데 파울라 코치도 한국이 브라질이나 유럽과 비슷하게 선수들이 동기부여와 자신감을 얻는 방향으로 축구를 지도하고 가르치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제가 느낀 게 한국 축구의 새로운 코치 세대는 유럽에 가는 코치가 많아요. 그래서 많이 바뀌고 있어요. 옛날에는 감독님 말하는 대로 선수들이 무조건 해야 됐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바뀌었어요. 선수들이 더 자신 있게 축구해요. 코치들이 유럽에서 축구를 배워 가르치고, 선수들도 압박에서 더 편해지고 있어요."
사진= 데 파울라 펠리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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