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펑펑 쏟아내고, 팬들에게 '큰 절'까지…"한 번 더 동료들과 하고 싶었다" 켈리가 고별전을 자청했던 이유 [MD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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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동료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와 작별 소식을 전했다.
켈리는 지난 2019년부터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장수외인. 데뷔 첫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부진하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10승을 수확하며 1994년 이후 LG가 29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올해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뻔했지만, 19경기에서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끝에 20일 경기를 끝으로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사실 LG와 켈리의 이별은 지난 19일 오전 최종 확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가 20일 경기에 출전하게 된 이유는 염경엽 감독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의사를 물었고, 켈리가 이를 받아들였던 까닭이다. '고별전'이 확정된 상황이지만, 켈리는 KBO리그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켈리는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경기 후반의 흐름이 어떻게 바뀔진 장담할 수 없으나, 승리 투수 요건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갔다.
그런데 경기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오후 6시 50분, 3회초 2사 2루에서 빗줄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굵어진 것. 켈리의 고별전이 걸려있었고, LG가 많은 점수를 뽑아놨기에 심판진은 어떻게든 경기를 속행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이후 비가 잦아들면서 잠실구장을 그라운드 정비에 돌입했는데, 오후 8시 35분부터 경기 개시를 앞두고 또다시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결국 켈리의 고별전은 노게임이 됐다. 6시즌째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켈리의 마지막 경기에 하늘도 펑펑 눈물을 흘렸다.
켈리는 노게임이 선언된 후 두산 베어스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LG 선수들과 마주했는데, 이때 참아왔던 눈물샘이 폭발했다. 켈리뿐만이 아니었다. 오지환을 비롯해 켈리와 오랜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도 감정이 북받쳐 오른 모양새였다. 이후 LG 선수들이 잠실구장 마운드에 모였고, 켈리를 행가래 쳤다. 그리고 선수들은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켈리에게 전달, 켈리는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잠실구장을 떠나지 않고 고별 행사를 위해 자리를 지킨 팬들을 향해 큰 절을 했고,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모든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켈리는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활짝 웃었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답을 하면서 다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LG가 특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 다음은 켈리의 일문일답
- 복잡했을 것 같은데
"지난 몇 년 동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 올 시즌에도 초반 루머를 들었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지난 5년반이라는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 팬분들이 나와 가족에게 친절하게 해주셨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한국 떠나기 전에 등판 기회를 갖게 돼 기분이 좋았다."
-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등판을 하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어제 와이프와 상의를 했는데, 한화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잠실 팬분들 앞에서 한 번 더 하자는 생각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팀 동료들, 5년 반 동안 함께해 줘서 고마웠는데,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두산과 3연전을 하고 있을 때, 두산전은 항상 즐겁고 신났기 때문에 동료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 비도 내렸고, 싱숭생숭했을 것 같다
"집중하려고 했다. 비가 그치고 경기가 재개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끝내지 못한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두 번째 비가 쏟아져서 다시 중단됐을 때 '이게 내 마지막'이라고 직감했다. 그럼에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2이닝을 잘 던져서 동료들과 야구를 했다는 점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이례적인 고별식이 열렸는데
"굉장히 놀라웠다. 아마도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중 이런 행사를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5년 반 동안 내게 굉장히 특별한 시간이었다. 세리머니가 열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울지 않으려고 했고, 잘 참았는데 행사를 하니 계속 눈물이 났다. 오늘 날씨가 안 좋았는데, 팬분들이 기다리고 남아주셔서 감사하다. 그 순간은 내 마음 한곳에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프런트와 동료들과 고별식을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 LG 팬들도 많이 울던데, 팬들께 어떤 작별 인사를 건넸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웃길 수 있지만, 동료들이 내게 음식 주문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커피 주문하는 방법 등을 알려줬다. 5년 반 동안 동료들은 사실상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선수들의 자녀들와 내 자녀들과도 잘 지냈다. 그런 순간이 특별할 것 같다. 영상통화가 있으니 자주 연락할 것이다. LG 선수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면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
"많은 경기들이 내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꼽자면 한국시리즈다. 한국시리즈는 특별하지 않나. 그 중에서도 5차전. 5차전에서 던져서 29년 만에 우승을 했고, 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승리 투수가 돼 영광이었고, 특별했다."
- 자녀들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했나?
"첫 딸은 이해를 할 나이다. 애리조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둘째 아들은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리다. 첫 딸이 유치원을 다니는데 웨이버가 되고 일주일 시간이 있을 때 학교를 그대로 보낼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를 할 것이다. 돌아가면 한국을 떠났다는 사실에 조금 슬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한국 팬들이 켈리를 어떤 선수로 기억하기를 바라나?
'LG와 처음 사인을 하는 순간부터 팬분들께서 성원을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한국의 팬심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인을 하고 경험을 해보니 한국 팬심에 굉장히 놀랐고, 감명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려고 했다. 팀을 위해서 희생을 하기도 했다. 최고의 팀 동료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 LG와는 끝났지만, KBO리그와 연이 끝난 것은 아닐 수 있지 않나?
"오늘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행복한 것은 건강하고, 시즌을 거듭하면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주와 다음주 생각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여러 옵션이 있을 것이다. 미국 또는 대만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 나는 여전히 마운드에 서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 않을까?"
- 팬들에게 큰 절을 했는데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않았다. 고별식이 있을 줄도 몰랐다. 팬분들이 끝까지 남아주셨고, LG에서 행사를 준비해 줘서 감사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감사하다.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이런 고별식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특별했다."
- 팬으로서 LG가 한국시리즈를 간다면, 응원하러 오고 싶은 마음은 있나?
"사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동료를 응원하는 것보다 일원으로 하고 싶었다. 만약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당연히 응원할 것이다. 지금도 응원하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LG는 마음에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미국에서 보면서 응원을 하지만, 한국에 와서 응원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여전히 앞으로 LG를 응원하도록 하겠다."
- 유강남이 떠오를 것 같은데. 연락을 주고 받은게 있나?
"유강남이 무릎 수술을 받았지 않았나.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유강남이 '마지막 경기 잘 던지고 재밌게 하다 가라'는 이야기하더라. 그리고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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