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경기인가 고문인가?" 구토하고 쓰러지는 선수들, ATP '극한 열 규정' 도입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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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하이마스터스가 경기 내용보다도 더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온다습한 살인적인 날씨에 선수들은 경기 도중 기권을 선언하고 코트 위에서 경련, 구토와 탈진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지 못한 ATP의 제도적 공백이 도마에 올랐다.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 중인 ATP(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 상하이마스터스 기간 동안 대회장은 연일 섭씨 33~35도를 기록, 습도는 80%까지 올랐다. 체감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코트 표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통풍 부족으로 인해 선수들은 마치 '찜질방'에서 경기를 소화하는 듯한 환경에 놓였다.
악전고투 끝에 8강에 진출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16강 경기 중 코트 위에서 구토 증세를 보였고, 야닉 시너(이탈리아)는 극심한 근육 경련과 탈진으로 경기를 포기하고 코트를 떠났다.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시너의 말은 상황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문제의 핵심은 ATP 투어에는 '극한 열 규정(Extreme Heat Policy)'이 없다는 점이다. 여자 투어(WTA)나 호주오픈 같은 그랜드슬램에서는 이미 일정 기준 이상의 기온·습도에 도달하면 '쿨링 브레이크'나 경기 중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ATP는 여전히 체어엄파이어(주심)의 재량에 의존하는 방식이며, 선수 보호보다는 경기 진행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ATP는 지금 이 문제에 있어선 WTA(세계여자프로테니스협회)보다 5년 뒤처져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ATP는 지난 5년 간 극한 기후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신시내티오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었다. 선수들은 앤드체인지 마다 연신 얼음 주머니와 쿨링팬으로 더위를 식히기 바빴고 경기 중에도 극심한 더위에 집중력을 잃고 코트 위에서 미끄러지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프랑스의 아르튀르 린데크네흐는 16강 경기 도중 코트 위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 상하이 사태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웠고 선수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우리 몸은 기계가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의 경기는 무모하다."(노박 조코비치), "코트는 느리고, 날씨는 최악이다. 선수 보호 기준이 시급하다."(알렉산더 즈베레프, 독일), "이런 조건에서 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기 전에 이미 탈진 상태다."(프랜시스 티아포, 미국)
단순한 불만을 넘어서 선수 건강과 생명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 팬들은 "축구에도 워터 브레이크가 있는데, 왜 테니스에는 없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상하이 논란은 ATP가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지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ATP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이 문제는 여전히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며, 선수, 대회, 의료 전문가와 협의하여 공식적인 더위 정책 시행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현재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안전은 여전히 최우선 순위"라고 덧붙였다.

조코비치가 공동 창립한 선수협회(PTPA)는 "극한 기후 대응 조항"을 선수 권리 헌장에 포함해 ATP 측에 공식 제안할 예정이며, 일부 대회에서는 시범적으로 WBGT 지수 기반의 경기 중단 시스템 도입도 논의 중이다. WBGT는 다양한 환경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간이 받는 열 스트레스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하지만 상업적 이해관계와 각국의 방송 일정, 개최국 기후 다양성 등 현실적 장애물도 존재한다.
ATP는 더위 정책의 부재 뿐만 아니라 과도한 투어 일정으로도 선수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1월부터 11월 말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숨 쉴 틈 없는 일정은 선수들을 피로 누적과 부상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 고갈로 인해 나타나는 번아웃으로 몰고 있다. 단순히 대회와 경기 숫자의 축소만이 아닌 의무 출전 제도 완화, 랭킹 방어 구조 개선, 시즌 내내 대륙 이동을 반복하는 동선 비효율성 개선 등 대대적인 규정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상하이마스터스에서 드러난 ATP의 열악한 환경과 제도 미비. 테니스계 전반에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당연한 과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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