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 보고 있나?”…가을만 되면 고개 숙였던 최원태, 6이닝 8K 무실점 완벽투로 70억 몸값 증명+ 포스트시즌 잔혹사까지 한 방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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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정훈 기자] 4년 최대 70억원. 지난겨울 삼성이 우완 선발 요원 최원태에게 안긴 계약이다. 계약 당시에도 ‘오버페이’ 논란이 나왔고,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에 오버페이의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던 최원태. 그랬던 그가 커리어 내내 약한 모습을 보였던 가을야구에서 ‘인생투’로 그 논란을 한 번에 떨쳐버리는 모양새다. 그만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환상적인 투구였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차전을 패하는 바람에 2차전까지 가서야 승리하며 준PO에 어렵게 올라온 삼성은 이날 승리로 85.3% 혹은 68.8%의 PO 진출 확률을 잡았다. 지난해까지 34차례 열린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른 건 무려 29차례로 그 확률은 85.3%.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준PO로 범위를 좁혀도 16회 중 11회로, 그 확률은 68.8%이다.
지난겨울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던 최원태. 시장에서 엄상백과 더불어 유이한 선발요원이었지만 인기가 없었다. 엄상백이 FA 개장 직후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였다. 선발투수 커리어만 놓고 보면 엄상백보다 최원태가 더 좋았지만, 최원태의 계약 소식은 쉽사리 들려오지 않았다. 원 소속팀 LG가 대놓고 최원태를 잡지 않겠다는 행보를 보이면서 영입전 경쟁 양상이 미적지근해졌다. 여기에 가을야구만 가면 대놓고 절어버리는 최원태의 커리어가 인기도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최원태에게 쏜 4년 최대 70억원은 오버페이가 맞았다. 올 시즌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한 최원태는 8승7패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다. 124.1이닝을 소화해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피안타율 0.27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44까지 세부 지표도 좋지 않았다. 그저 로테이션을 채워주는 투수에 불과했다.
이런 성적에도 최원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건 최원태보다 더 좋은 조건에 FA 이적한 엄상백이 훨씬 더 처참한 성적을 낸 덕분이었다. 엄상백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8경기에 나서 2승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을 기록했다. 피안타율 0.324, WHIP 1.79까지. 80.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먹튀’ 얘기가 나올만 했다.
삼성 벤치가 최원태를 준PO 1차전 선발로 내고 싶어서 낸 건 아니었다.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원투펀치’인 후라도(1차전), 원태인(2차전)을 모두 소모했기 때문이다. 3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가라비토도 2차전에 불펜으로 등판해 1.1이닝 18구를 소화했다. 준PO 1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선발요원이 최원태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박진만 감독으로선 다른 선택지를 고를 여지가 없었다.

2016년 프로 데뷔 후 최원태는 가을야구 통산 17경기에서 25이닝을 소화해 승리 없이 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이날 최원태는 그야말로 ‘가을의 승부사’였다. 최고 구속 149km를 찍은 포심(21구)과 투심(19구)은 위력은 강력했고, 최고 144km까지 찍힌 슬라이더(25구)와 체인지업(23구)은 SSG 타자들 앞에서 춤을 췄다.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1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2회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후속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한 최원태는 3회엔 세 타자를 모두 셧아웃시켰다. ABS존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공이 워낙 위력적이었다. 이후에도 4회 한유섬에게 볼넷, 6회 박성한에게 안타를 맞은 게 이날 허용한 출루의 전부였다. 최원태는 6이닝 동안 93구를 던져 2피안타 1볼넷만 내줬고, 탈삼진은 8개나 솎아내며 SSG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완벽 그 자체였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된 최원태는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경기 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최원태가 오늘, 올해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팀에게 정말로 필요로 했던 투구였다. 가장 기쁜 건 볼넷이 1개밖에 없었다는 거였다. 이 정도로 잘 던져줄지 몰랐는데 너무 고맙다”며 최원태를 치켜세웠다.


인천=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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