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매너의 끝 보여준 美 관중… 팀유럽, 실력으로 ‘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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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페이지에서 벌어진 일들은 골프가 아니다.’(미 골프다이제스트)
‘미국 팬들의 욕설을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다.’(미 골프위크)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이 팬들의 광적인 응원 열기와 실망감 등이 뒤엉켜 논란을 자아내고 있다. 라이더컵은 일반적인 골프 토너먼트와 달리 선수들은 국가와 대륙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내세우고, 팬들도 뜨겁게 감정을 표출하는 무대다.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회 현장을 찾는 등 홈팀 미국의 승리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컸다. 27일(한국 시각) 첫 포섬 4경기가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팬들의 머리 위로 낮게 날았고, 많은 사람이 미국 국가를 합창했다. AP통신은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를 바라는 ‘48’이란 숫자를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미국 45·47대 대통령이다.
이틀 내내 원정팀 유럽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28일까지 이틀간 경기(포섬·포볼)에서 유럽은 11승 4패 1무로 11.5점을 획득, 미국(4.5점)에 크게 앞섰다. 이틀째까지 7점 차는 라이더컵이 현재 방식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최다 점수 차이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이틀 동안 4경기에서 모두 패하는 등 팀 전체가 부진했다. 승리의 기대에 부풀었던 미국 팬들은 응원 대신 화풀이 대상을 찾아 나섰다.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증오에 가까운 욕설, 조롱을 퍼부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참다 못한 선수들이 관중들과 충돌하고, 경찰이 코스에 투입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벌어졌다. 오죽하면 미국팀 저스틴 토머스가 팬들을 말릴 정도였다.

미국 팬들은 특히 유럽의 ‘에이스’ 매킬로이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티오프 전 선수 소개 때부터 야유를 퍼부었고, 외모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일랜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매킬로이를 긁으려는 듯 아일랜드 민속 설화 속 캐릭터를 활용한 욕, ‘아일랜드가 영국 왕실에 무릎 꿇는다’는 내용의 정치적 욕설도 했다. 매킬로이와 아내 에리카의 ‘불화’를 언급하거나, 성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음료 컵이 날아들어 응원하는 에리카의 모자 챙에 맞는 일도 벌어졌다. 매킬로이는 둘째 날 포섬 경기 중 어드레스 자세를 잡았는데도 미국 팬들의 욕설이 계속되자 뒤를 돌아보며 “XX, 닥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매킬로이가 주 타깃이긴 했지만 다른 선수들도 관중, 미국팀 캐디 등과 얽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매킬로이의 ‘절친’ 셰인 라우리(아일랜드)도 통통한 체격과 관련한 욕설 등과 싸워야 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의 캐디가 퍼트를 방해했다며 항의한 뒤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원정 핸디캡에도 흔들리지 않은 유럽 선수들의 샷이 빛났다. 매킬로이는 ‘닥쳐’ 발언 이후 친 아이언샷을 홀컵 약 90㎝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경기를 승리로 끝냈다. 매킬로이는 이틀간 포섬, 포볼 경기에 모두 출전해 3승 1무로 맹활약했다. 로즈도 토미 플리트우드와 함께 브라이슨 디섐보-셰플러 조를 잡았다.
경기 후 매킬로이는 “정말 힘들었지만 관중들이 선을 넘었는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샷 할 때만 우릴 존중해준다면, 나에게 뭐라 하든 괜찮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 소식을 전하며 매킬로이 대신 미국을 조롱했다. ‘버디, 이글이 부족했던 미국 골프가 매킬로이에게 할 수 있는 건 욕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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