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돕겠다, 이닝만 끌어준다면…" 한화 6주 임시직 외인 데뷔전, 특별한 번호 55번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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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우완 투수 라이언 와이스(28)가 데뷔전을 갖는다.
한화는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 선발투수로 와이스를 예고했다.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리카르도 산체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낙점된 와이스는 지난 17일 한화와 6주 총액 10만 달러(계약금 1만2000달러, 연봉 4만8000달러, 인센티브 4만 달러) 조건에 계약했다.
등번호는 55번으로 결정됐다. 군입대한 투수 강재민이 쓰던 번호로 비어있었다. 한화에서 55번은 꽤 특별한 번호인데 ‘레전드’ 투수 정민철 MBC 해설위원이 전성기 시절에 쓰던 것이다. 2005~2009년 달았던 23번이 영구 결번됐지만 여전히 올드팬들은 55번 정민철을 기억한다. 이후 한화의 투수들이 선호하는 번호가 돼 윤규진, 이태양, 강재민이 55번을 달았다. 외국인 투수가 한화의 55번을 사용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와이스는 지난 18일 저녁 입국한 뒤 19일 청주구장에서 선수단을 만나 첫인사를 했다. 이날 곧바로 불펜 피칭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20일 일본으로 건너가 취업 비자를 발급받으며 행정 절차를 완료했고, 23일 광주에서 두 번째 불펜 피칭으로 실전 등판 준비를 끝마쳤다. 지난 13일까지 미국 독립리그에서 선발로 6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실전 감각이나 투구수 빌드업 문제는 없다.
산체스가 지난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팔꿈치 이상 조짐을 보인 뒤 4일 만에 와이스 영입이 이뤄졌다. 구단의 발 빠른 일 처리에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생각 안 했다”며 놀란 기색을 보인 김경문 한화 감독은 “미국에서 계속 선발로 던졌다고 한다. 선발로 바로 쓸 거다. 영상을 봤는데 나름대로 제구력도 있고, 좋게 봤다”며 “스카우트 눈에 조금 더 띄어 (몸값을) 많이 받고 온 선수도 있는 반면 눈에 안 닿은 선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왔는데 나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와이스는 14살 때 야구를 가르쳐준 아버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2018년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129순위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받기 전에는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는 불운한 가정사를 딛고 야구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2022~2023년 애리조나,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트리플A 단계까지 갔지만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진 못했다. 지난해 5월 중순 캔자스시티에서 방출된 뒤 미국 애틀랜틱 독립리그로 향했고, 8월에는 대만으로 건너가 푸방 가디언스 소속으로 5경기(4승1패 평균자책점 2.32)를 던졌다.
올해는 다시 애틀랜틱 독립리그로 돌아왔다. 하이포인트 로커스 소속으로 9경기 모두 선발등판, 34⅔이닝을 던지며 3승4패 평균자책점 4.34 탈삼진 73개를 기록했다. 최근까지 선발로 계속 던진 만큼 투구수 빌드업 과정도 따로 필요 없다. 이번주 우천 취소만 없다면 일요일(30일 사직 롯데전까지) 4일 휴식으로 주 2회 등판에 나선다.
김경문 감독은 “승을 많이 따주면 더욱 더 좋겠지만 그보다 로테이션을 돌면서 이닝을 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이기고 지는 건 다음 문제”라며 “마음고생을 많이 한 친구가 와서 잘 던져주고 이닝을 끌어준다면 난 그걸로 점수를 많이 주려고 한다. 마운드에 올라가 타자를 잡는 능력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화는 올해 선발투수의 평균 투구가 4⅔이닝으로 5이닝을 넘지 못한다. 10개 구단에서 3번째로 선발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팀으로 퀄리티 스타트도 22번밖에 되지 않는다. SSG(18번)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자연스럽게 불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원 이닝이 306이닝으로 리그 전체에서 3번째로 많다.
시즌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와이스에겐 투구의 질만큼 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줄 점수는 주더라도 긴 이닝을 끌어줘야 한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 산체스도 11경기 53⅓이닝으로 평균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한 조기 강판이 포함된 수치이긴 하지만 6이닝 이상 소화한 게 2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와이스가 앞으로 6주간 5~6번의 등판 기회에서 확실한 이닝 소화력을 보여준다면 일시 대체가 아닌 완전 교체로 신분 상승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와이스는 “한화의 오퍼가 왔을 때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KBO리그를 경험하고 싶었다”며 “난 공격적인 투수이고, 최대한 빠른 카운트를 잡는 선수다. 등판할 때마다 어떻게든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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