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 KIA의 몰락은 ‘자만심’이 부른 자업자득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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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뒤 '몰락' 되풀이, 우연 아닌 구조적 문제
구단-감독-선수 모두 느슨해진 멘탈
시즌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전직 감독, 단장, 선수 및 해설가 전원이 KIA의 독주를 예상했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었다. 정민철 MBC 해설위원은 "선발-불펜-타선 등 모든 전력에서 누수가 없다. 5선발을 우려했는데 김도현이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KIA의 우승을 장담했다.
김태균 KBS 해설위원은 "KIA의 독주는 당연하다. 이번 시즌은 1위 싸움보다 중위권 대결이 재밌을 것"이라고 했다. 최원호 SBS 해설위원은 "현대 야구는 불펜 싸움이다. 정해영 조상우 전상현 최지민 곽도규로 구성된 불펜 밸런스가 단연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해설가들이 엉터리이거나 KIA가 엉망이거나 둘 중 하나다.
특히 모든 전문가들이 KIA의 ‘전력(前歷)’을 간과했다. KIA는 2001년 해태를 인수한 뒤 2009년과 2017년 그리고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우승 이듬해인 2010년 5위, 2018년 5위로 떨어졌다. 2025년 또 하위권이다. 이게 우연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은 다를 거로 내다봤다. 이게 패착이었다.
KIA의 침몰은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다. KIA의 성적 하락을 막연한 낙관론에 기댄 전략 부재 감독의 위기관리능력 부족 자만심에 따른 집중력 저하 등 세 가지 요인에서 찾는다. 2010년도 그랬고, 2018년도 그랬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주전 선수들 부상과 관계 없이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비롯한 선발진이 일찌감치 흔들렸다.
선발 투수의 부진은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고 급기야 마무리 정해영의 난조로 귀결됐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책이 속출했다. 역전패가 많아졌고, 선수들 사기는 저하됐다. ‘내가 최고’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은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15년 전과 사람만 바뀌었지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다.
프로야구 감독을 프로농구나 미식축구 등의 감독에 비해 과소평가한다. 한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종목의 감독보다 작을 수 있다. 프로야구 감독이 다른 점은 다른 종목보다 길고도 험난한 시즌 전체를 관리한다는 사실이다. 감독의 장기적 안목과 유연성이 필수다. 특히 우승한 다음 해에는 판을 다시 짤 정도로 혁신을 해야 한다. 외부 수혈로 기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줘야 하고, 내부 경쟁을 더 부추겨 주전 비주전 가릴 것 없이 동기 부여를 제공해야 한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2023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뒤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고 했다. 김응용 전 해태 감독은 1980년대 우승 뒤 마무리 훈련에서 선수들이 난롯가에 모여 웅성거리자 난로를 발로 걷어차 박살 낸 적도 있다. KIA는 작년 우승 뒤 무엇을 했나.
감독은 자극 대신 자율을 선택했고, 선수들은 ‘극강’이라는 허울에 어깨 힘만 잔뜩 들어갔다. 구단은 전성기를 지난 조상우를 비싼 값(신인 지명권 2장과 현금 10억 원)에 데려온 것이 전부였다. 선수-코칭스태프-구단 모두의 책임이자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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