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는 똑같은데, 도저히 칠 수가 없다' 괴물의 진짜 귀환...류현진, 뭐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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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구위는 그대로인데, 결과와 내용은 압도적이다.
돌아온 한화 이글스 '괴물' 에이스 류현진(37).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진짜 괴물'이 이제서야 본색을 드러내는 것일까.
류현진은 18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아내 배지현씨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8이닝 5안타 무4사구 8삼진 무실점 완벽한 피칭으로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이 이를 악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지난 4월5일 키움을 처음 만나 4⅓이닝 9실점 굴욕을 맛봐야 했다. 5회에만 9실점 하며, 프로 커리어 최다 실점 수모를 겪었다. 그 아픔을 되갚겠다는 독한 의지 때문이었는지, 키움 타자들은 류현진 공에 손도 대지 못했다. 공이 뜨면 넘어간다는 청주구장 경기였지만, 일말의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완벽한 투구였다.
키움전 뿐 아니라, 최근 류현진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14일 NC 다이노스전부터 키움전까지 6경기. 완벽하다. 승수는 3승 뿐이지만, 지원이 있었다면 6전 전승도 가능한 성적이었다.
일단 자책점 포함, 실점이 2점이 넘어간 경기가 없다. 이닝은 키움전 8이닝에, 나머지 4경기 모두 6이닝 소화였다. 최근 5경기 단 1자책점. 그나마 최근 3경기 자책점은 0이다.
딱 한 경기, 지난달 19일 삼성 라이온즈전만 5이닝 무실점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화요일과 일요일로 이어지는 주 두 번째 등판이었는데, 타선이 3회까지 12점을 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으면서 류현진이 무리하게 더 던질 필요가 없었다.
지난달 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이닝 5실점 할 때까지는 분명 기복이 있었다.
키움전 참사 외에도 5실점 이상 경기가 3경기나 됐다. 잘 던졌다가 부진했다가 냉·온탕을 오갔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류현진이 돌아오면 어느 팀을 만나든 '압살'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사실 구위는 시즌 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최고구속 140km 후반대에 경기 평균 구속은 140km 초중반을 찍는다. 새로운 변화구를 연마한 것도 아니다. 체인지업, 컷패스트볼, 커브 등 구종도 같다.
결국 적응의 문제로 귀결된다.
KBO리그 경기장, 분위기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비록 12년 전이었어도, 이미 경험을 거친 터. 세월이 흘렀고 류현진 자신과 상대하는 선수들이 달라진 게 중요 포인트였다.
젊었을 때는 모두를 파괴하는 구위였다. 여기에 제구까지 되니 일찍이 최고 투수 찬사를 받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도 벌써 30대 후반이다.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다. 그런데 KBO리그 타자들은 류현진이 없는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기술, 마인드 여러 방면에서 진정한 프로화가 진행되고 있다. 수준 높아지는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하며, 단련됐다.
류현진의 초반 시행착오는 여기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풀스윙 하는 타자들을 상대하는 미국에서의 투구 패턴을 한국 복귀 후에도 유지했는데, 생각보다 강하고 집요한 한국 타자들에게 그 패턴이 먹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전에는 이렇게 던지면 타자들이 당했었는데 돌아와서는 안되는 경우가 있었을 수도 있다. 천하의 류현진도 당황하고, 경기 중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최고 강점은 영리하다는 점이다.
류현진이 자주 듣는 칭찬, 타자를 가지고 논다는 말은 구위도 좋지만 타자들과의 심리 싸움 등에서 몇 수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3,4월 등판을 거듭하며 달라진 KBO리그 타자들에 빠르게 적응했다. 상대 팀 타자들 성향과 ABS 등에 대해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맞춤형 투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하고 있다. KT 위즈 강타자 강백호를 상대로 변화구만 던지다 결정구 직구를 몸쪽에 꽂아버리는 투구가 류현진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는 예시다.
류현진이 이미 KBO리그에 대한 공부를 마쳤다고 한다면, 이제부터 상대팀 타자들은 긴장을 바짝 해야할 것 같다. 건강 이슈만 없다면, 지금의 상승세가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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