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감싸던 불운이 조금씩 걷히나… ‘여름 사나이’ 진가 발휘? 골든글러브 수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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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IA 주전 유격수이자 지난해 리그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박찬호(30·KIA)의 최근 3년 성적을 보면 한 가지 유의미한 지표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8월 성적이다. 모두가 체력 부담에 힘들어하는 시기인데, 유독 박찬호는 이 땡볕에서 펄펄 날았다.
박찬호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고 장점은 역시 ‘경기 체력’이다. 스스로도 이것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뛴다고 말할 정도다. 8월 성적이 유독 좋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박찬호는 최근 3년간(2022년~2024년) 타율 0.293, OPS(출루율+장타율) 0.722를 기록했다. 그런데 8월 66경기에서는 타율 0.354, OPS 0.893으로 펄펄 날았다. 월별로 따지면 단연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22년 8월은 22경기에서 타율 0.333, 2023년 8월은 22경기에서 타율 0.382, 2024년 8월도 22경기에서 타율 0.345를 기록했다. 8월 이후 성적이 떨어지는 추세는 비슷하지만, 적어도 전반기까지 타격감이 좋았던 박찬호가 내심 8월을 기대한 이유였다. 성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타율도 떨어지고, 운도 잘 따르지 않았다.
박찬호는 올 시즌 조금 더 많이 외야로 타구를 날려보내고 있다. 비시즌부터 조금 더 강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외야로 보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 결과가 어느 정도는 나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박찬호의 땅볼 비율은 거의 매 시즌 50%가 넘었고 3할을 친 지난해에도 51%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 비중이 44%까지 줄었다. 반대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경력 최고치다. 이처럼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는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장타율 향상으로 이어질 법도 한데, 올해는 그렇지가 못하다.
유독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 정면으로 가며 잡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박찬호의 인플레이타구타율(BABIP)은 2023년 0.333, 2024년 0.324에서 올해 0.307까지 떨어졌다. 지표를 종합하면 운이 조금 없었다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할 여지가 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의 레이더를 봐도 이런 경향이 잘 잡힌다. 8월 5일 이후 14일까지 박찬호는 자신의 지난해 평균 타구 속도를 상회하는 기록을 냈다. 하지만 8경기에서 타율은 0.172(29타수 5안타)에 그쳤다.
22개의 아웃카운트 중 삼진은 2개에 불과했다. 20개의 타구 중 비거리 40m 이상, 즉 외야로 날아간 타구는 15개로 절대 다수였고, 비거리 90m 이상의 타구도 7개로 제법 많았다. 그러나 비거리 90m 이상 타구 중 안타가 된 것은 하나에 불과했다. 비거리 80m 이상, 타구 속도 시속 153㎞ 이상의 전형적인 하드히트 타구 중 안타가 된 것도 딱 하나였다. 심지어 153㎞ 이상, 비거리 100m 이상의 타구 세 개가 모조리 야수 정면이나 호수비에 걸리며 아웃이 됐다.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그런 박찬호가 1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좋은 타구를 날리며 자신을 감싼 불운을 조금씩 던져버릴 채비를 하고 있다. 박찬호는 이날 선발 1번 리드오프로 나서 2루타 포함 2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비록 팀이 패하기는 했지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격도 괜찮았고, 수많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주루 또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회부터 설움을 날리는 시원한 라인드라이브성 2루타를 만들었다. 잭로그를 상대로 친 이 타구의 속도는 169.1㎞로 거의 170㎞에 이르렀고, 발사각 18.8도의 비교적 낮은 탄도로도 무려 108.6m를 날아가 좌측 펜스에 박혔다. 잠실이 아닌 다른 구장이었다면 넘어갔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간 야구 정면으로 잘 맞은 타구가 갔다면, 이날은 아예 야수가 잡지 못하도록 키를 넘겨버린 것이다.
2회 중견수 뜬공도 역시 타구 속도 160.8㎞, 비거리 120.1m의 잘 맞은 타구였다. 담장 앞에서 잡혔다. 6회에는 좌전 안타를 치면서 이날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불운한 타구도 있다면 약간은 운이 따르는 타구도 있어야 밸런스가 맞는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 당시 빗맞은 타구들이 하나둘씩 안타가 되며 치고 올라온 경향도 있는데 이날 경기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에 도전하는 박찬호는 시즌 99경기에서 타율 0.276, 3홈런, 29타점, 20도루, OPS 0.696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처지는 성적이다. 그 사이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며 박찬호의 2연패 전선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주원(NC)과 박성한(SSG)이다. 김주원은 박찬호에 비해 장타에서 확고한 우위를 가지고 있고, 박성한은 출루율에서 유격수 부동의 1위다. 세이버매트릭스 측면에서 더 높게 평가되는 두 지표이기도 하다. 박찬호도 수성을 위해서는 8월에 성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개인 수상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걸려 있다. 공·수·주 모두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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