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때문에 또 내려가겠구나" 아니었다, LG 벤치는 박관우의 천재성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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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지난 20일 롯데전은 LG의 후반기 상승세에 있어 하나의 계기가 된 경기였다. 3위 롯데가 1.0경기 차로 따라붙은 가운데 LG는 1회부터 실점하면서 분위기를 내줄 뻔했다. 무엇보다 그 실점이 타구 판단 실수에서 나왔다는 점이 아쉬웠다.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신인 박관우의 실책으로 남지 않는 실수였다.
박관우는 4회까지 출전한 뒤 5회 수비에서 대수비 최원영으로 교체됐다. 점수 1-1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야 수비에 폭탄을 두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LG는 이 경기를 3-2로 잡으면서 롯데의 추격을 따돌렸다. 팀은 웃었지만 그날 밤 박관우는 초조한 마음으로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대로 1군에서 말소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LG 코칭스태프는 박관우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 결정이 LG의 후반기 1위 질주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부터 30일까지 박관우는 7경기에서 타율 0.364와 4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지만 방망이 재능 하나는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1군 잔류에 성공했고, 실제로 타격에서 연일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7경기의 기록이 대부분 압박감을 받는 승부처에서 대타로 출전하면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박관우는 30일 잠실 kt전에서 또 한번 방망이로 팀을 구했다. 1-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서 kt 두 번째 투수 이상동의 바깥쪽 높은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발사각은 21.2도에 불과했지만 무려 시속 168.3㎞의 강한 타구에 힘이 실리면서 비거리가 늘어났다.
홈런에 앞서서는 수비에서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6회 2사 1루에서 황재균의 빗맞은 뜬공이 박관우와 유격수 오지환, 중견수박해민 사이로 날아왔다. 박관우는 오지환과 박해민을 보고 충돌을 우려해 속도를 줄였다가,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경기가 5-0 승리로 끝난 뒤 후 데뷔 첫 인터뷰에 나선 박관우는 "솔직히 조금은 할 줄 알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관우는 홈런 직전에 나온 다이빙캐치가 타석에서의 마인드컨트롤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수비에서 안 좋은 장면을 보여서 그거 하나로 만회한 것 같기도 하고, 다음이 조금 더 편해져서 타석에 더 부담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박관우는 프로 입단 전부터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모교인 경북고에서는 "공수주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선수"로 박관우를 소개했다. LG 입단 뒤 스카우트팀 평가에서도 수비에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관우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수비에서 고전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그는 "팬들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야구를 처음 해보기도 하고, 또 1군 선수들의 파워가 다르다 보니까 타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마음이 붕 뜨니까 몸도 잘 안 움직여지고 그러면서 실수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얘기했다.
6회 다이빙캐치 역시 작은 실수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박관우는 "처음에는 무조건 달려갔어야 하는 게 맞는데 늘 뒤로 타구를 놓쳐서 뒤로 갔다가 앞으로 뛰었다. 자신있게 내가 했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해민 선배 지환 선배를 쳐다봤었다. 미루다가 공에 제일 가까운 사람이 나 같아서 몸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실 박관우는 지난 20일 롯데전을 마친 뒤 자신이 이천으로 돌아갈 짐을 싸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근을 미루고 코치들의 통보를 기다렸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박관우는 "수비 때문에 또 내려갈 수 있겠다 생각해서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코치님들이 다 퇴근하셨다 해서 한번 더 기회가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기회를 스스로 잡고 지켜냈더니 이렇게 수비로 만회하는 날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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