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압도하지 못한다… 류현진이 행복수비에 무너지는 이유[스한 이슈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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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또다시 빅이닝을 내줬다. 한화의 수비 실책을 일컫는 '행복수비'를 견디지 못하고 올 시즌 4패째를 기록했다. 한화의 고질병인 행복수비도 아쉬웠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류현진의 구위도 문제였다.
류현진은 8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실점 8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5.21에서 5.65로 상승했다.
한화는 류현진의 난조와 타선의 침묵 속에 롯데에게 1-6으로 졌다. 이로써 류현진은 올 시즌 4패(2승)째를 떠안게 됐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류현진의 예기치 못한 부진이다.
류현진으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류현진은 1회말 1실점을 기록했지만 이후 4회까지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2회말 무사 1루부터 5회말 1아웃까지 10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했다. 시속 140km 후반대 패스트볼과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커터와 커브를 섞으며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순항하던 류현진은 5회말 1사 후 이주찬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연속 범타 행진을 마감했다. 이어 박승욱에게 2루수 옆을 스치는 중전 안타를 내줬다. 여기서 중견수 정은원의 포구 실책이 나왔고 주자들이 한 루씩 더 진루했다. 1사 1,2루 대신 1사 2,3루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류현진은 행복수비를 지켜본 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윤동희에게 1타점 중견수 희생플라이, 고승민에게 1타점 좌익수 옆 2루타, 빅터 레이예스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 전준우에게 1타점 3루타를 맞았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0-5로 벌어졌고 사실상 이 때 류현진의 패전은 확정됐다.
류현진은 올 시즌 호투를 펼치다가 갑자기 무너지는 패턴을 여러차례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를 떠나기 전, 2006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위기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던 류현진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엔 평상시 완급조절을 하다가 위기시엔 패스트볼 구위를 끌어올려 타자들을 압도했다. 한화 수비진들의 행복수비로 위기에 몰려도 강력한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현재 류현진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한다. 12년의 세월 동안 KBO리그 타자들의 패스트볼 대처능력이 늘었고 류현진 또한 전성기 때보다 조금 떨어진 패스트볼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약점을 평상시엔 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상쇄했지만 위기시엔 결정구가 없어 난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구종별 피안타율에서도 류현진의 이러한 단점은 명확히 드러난다. 류현진은 올 시즌 2할5푼 미만에 피안타율을 기록 중인 구종이 없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0.280이고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만들어준 커터는 무려 피안타율 0.391을 기록 중이다. 그나마 패스트볼과 커브는 각각 피안타율 0.259, 0.250으로 선방했지만 위기를 헤쳐갈 확실한 구종으로 보기엔 피안타율이 높다.
KBO리그에서 100승, 메이저리그에서 78승. '리빙 레전드' 류현진의 발자취다. 그러나 현재 류현진의 구위는 KBO리그 타자들을 누르지 못한다. 이제 압도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류현진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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