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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전 감독 "애들 농구 안 시키려고 했는데…7차전 갔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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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전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은 최근 두 아들 덕분에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

장남 허웅(KCC)과 차남 허훈(kt)이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어 치열한 승부를 겨뤘고, 허재 전 감독은 관중석에서 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형제끼리 벌인 우승 다툼에서는 허웅이 속한 KCC가 우승을 차지했고, 허웅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허훈은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26.6점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슈퍼팀' KCC를 상대로 고군분투했다.

KBL에서 인기 순위 1, 2위를 다투는 둘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대결하면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프로농구 '1만명 이상 관중' 경기가 성사됐다. '다 죽었다'던 농구 인기가 되살아났다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또 허재 전 감독이 기아에서 뛰던 1997-1998시즌 이후 26년 만에 아들이 플레이오프 MVP가 되며 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MVP가 탄생했다.

허재 전 감독




허 전 감독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3차전만 빼고 다 현장에서 봤다"며 "1, 2차전이 1승 1패가 되면서 5차전 수원 경기부터 다시 가려고 했는데 3차전을 너무 재미있게 하길래 4차전도 부산에 직접 가서 보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KCC와 kt가 플레이오프 대진이 양쪽으로 갈려서 둘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다"며 "둘 다 팀에서 에이스 역할인데 아무래도 KCC에 최준용, 송교창, 라건아 등이 있으니까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허 전 감독은 "웅이가 멋있는 플레이를 하면 또 이어서 훈이가 잘해주기를 바랐는데, 전체적으로 1차전만 빼고는 다 그런 장면이 나왔다"고 돌아보며 "농구 인기에도 도움이 되고, 본인들도 좋고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7차전까지 갔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대를 이어 MVP가 된 허웅은 용산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허 전 감독은 "은퇴 후 미국에서 지내다가 귀국했는데 농구 선수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돌아보며 "그때는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고 웃었다.

허재 전 감독




그는 "웅이가 공부를 잘했고, 미술을 전공한 엄마를 닮아서 그림도 잘 그렸다"며 "또 운동이 아무래도 힘들기 때문에 농구를 안 시키려고 '아빠가 봤을 때 너는 농구에 소질이 없다'고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플레이 스타일은 둘째 허훈이 조금 더 아버지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허 전 감독은 "걔는 팀을 리딩하는 역할이니까 경기하면서 어떤 적극성을 보이는 부분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며 "웅이는 슈팅력이나 이런 쪽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허재 전 감독은 선수 시절 프로에서는 1997시즌 기아, 2002-2003시즌 TG에서 한 번씩 우승했다.

플레이오프 MVP에는 기아가 준우승한 1997-1998시즌에 선정됐다. 준우승팀 선수가 MVP가 된 사례는 지금도 그때의 허재 전 감독이 유일하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MVP 기자단 투표에서는 허웅이 31표를 획득해 MVP가 됐고, 2위가 라건아(KCC)의 27표, 3위는 준우승팀 kt 소속인 허훈이 21표를 받았다.

허 전 감독은 "MVP는 웅이나 라건아, 송교창 중에 한 명이 받을 것 같았다"며 "만일 7차전까지 가면 훈이가 준우승하더라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두 아들에 대한 부정(父情)을 내비쳤다.

허재 전 감독




사실 허 전 감독은 TG 시절 우승했던 2002-2003시즌에도 시상식에서 플레이오프 MVP로 호명됐다.

당시 장내 아나운서가 'MVP 허재'라고 발표까지 했는데 곧바로 데이비드 잭슨으로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당시 '허재 선수'가 속한 TG의 감독이 전창진 감독이었고, 아들이 MVP를 받은 이번 시즌 KCC 사령탑 역시 전창진 감독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2003년 허재와 함께 한 우승으로 역대 챔피언결정전 최연소 우승 감독 기록(39세)을 세웠고, 올해는 허 전 감독의 아들 허웅과 함께 최고령 우승 감독 기록(60세)을 달성했다.

허 전 감독은 "진짜 그렇네"라며 "그거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고 20년이 더 흐른 세월에 새삼 놀라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강 등의 이유로 "술을 거의 안 먹는다"는 허 전 감독은 '그래도 여전히 바쁘시죠'라는 인사에 "요즘 제일 한가한데 (아들들 덕분에) 축하 인사 받느라 바쁘다"며 '농구 대통령' 집안의 경사에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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