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날 만큼 감사하다"고 했던 롯데 아픈손가락, 드디어 맞는 옷 찾았나? 김서현처럼 변화구만 장착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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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근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두 명의 투수가 있다. 한 명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홍민기,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롯데가 정말 오랫동안 투자하고, 기다렸던 '아픈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부산고 시절부터 150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것은 물론 우수한 하드웨어(197cm-90kg)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윤성빈은 미국이 아닌 KBO리그행을 택했고,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롯데는 윤성빈에게 4억 5000만원의 계약금을 안겼는데, 이는 그해 드래프트에 나왔던 선수들 중 '최고' 몸값이었다.
하지만 윤성빈은 그동안 롯데의 기대와 달리 무럭무럭 성장하지 못했다. 데뷔 첫 시즌엔 18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듯했으나,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1군 무대를 밟은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들쭉날쭉한 제구를 잡아보기 위해 수많은 코치들이 손을 댔지만, 자신의 것을 만들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롯데가 투자를 하지 않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윤성빈의 재능을 어떻게라도 활용해보기 위해 미국 드라이브라인은 물론 '형제구단' 치바롯데 마린스의 연수를 보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성빈은 꽃을 피우지 못했었다. 하지만 올해 윤성빈은 그 어느 때보다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군에서 훌륭한 성적을 바탕으로 지난달 20일 LG 트윈스전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윤성빈은 경기 초반 엄청난 임팩트를 선보였으나, 1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9실점(9자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윤성빈과 김태형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령탑은 윤성빈에게 2군에서 불펜 투수로 등판해 타이트한 상황에서의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고, 윤성빈은 이를 수행한 뒤 지난 13일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복귀 후 첫 단추는 잘 뀄다. 윤성빈은 15일 인천 SSG 랜더스와 맞대결에서 단 한 타자였지만 최지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맡겨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성공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윤성빈은 지난 22일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다. 3-6으로 뒤진 7회초에 등판한 윤성빈은 첫 타자 르윈 디아즈와 7구 승부 끝에 155km 직구를 위닝샷으로 선택, 중견수 뜬공으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윤성빈은 이어 나온 박병호를 상대로는 최고 158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등 3구째 156km 직구로 다시 한번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뽑아냈다. 그리고 류지혁을 상대로는 3B-2S의 풀카운트에서 154km 직구로 삼진을 솎아내며 1이닝을 무실점을 막아냈고, 8회말 공격에서 롯데가 무려 6점을 쓸어담으며 역전에 성공, 그대로 경기를 매듭지으며, 윤성빈은 2018년 9월 25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2462일 만에 통산 3승째를 손에 쥐었다.
어쩌면 윤성빈에게는 선발보단 불펜이 더 '맞는 옷'이라고 볼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지난 19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발은 아무래도 1회에 점수를 줘도 여유가 있지만, (윤)성빈이에게는 오히려 선발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불펜의 경우 단 한 번의 실수로 점수를 줄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을 순 있지만, 타자를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구위와 구속을 보유한 반면 제구와 커맨드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들에겐 계투가 더 적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화 이글스의 김서현이 있다. 김서현은 데뷔 첫 시즌만 하더라도 들쭉날쭉한 제구로 인해 이렇다 할 역할을 맡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지난해 초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무기를 장착, 투구폼을 확실하게 정립하면서, 완전히 다른 투수로 거듭났고, 올해는 37경기에서 1승 1패 1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51로 리그 최강의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윤성빈이 가장 벤치마킹을 하기 좋은 선수다.
윤성빈도 김서현과 마찬가지로 투구폼 정립에 어려움을 겪었다가 맞는 폼을 찾았고, 김서현에 결코 뒤지지 않은 힘 있는 빠른 볼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변화구만 갖춰진다면, 쓰임새의 폭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직구의 경우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로 꽂아넣어도 160km에 육박하는 공을 공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까닭이다.
첫 불펜 등판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연락이 왔다. 팬들께도 연락이 많이 왔다.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다. 그 마음에 꼭 보답을 하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던 윤성빈. 늦게 피는 꽃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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